'"미래 운명 다했다"…한국거래소 로비에 '근조 현수막' 걸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본관 로비에 근조 현수막이 걸렸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한국거래소 지부는 전날(21일) 거래소 본관 로비에 ‘한국거래소의 미래가 운명을 다하셨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내용의 근조 현수막을 설치했다.

노조는 ‘주식회사 한국거래소가 향년 70세로 타계했다’, ‘금융위원회 여의도출장소에 빈소가 차려졌다’, ‘AST(대체거래소)에 점유율을 넘겨주고 주식시장은 한국의 대표시장으로서의 운명을 다하셨다’ 등의 글을 현수막에 새겼다.

노조 관계자는 “비용 보전도 안 되는 ATS의 무임승차에 거래소의 시장관리 기능은 운명하셨다”며 “위법행위를 저지르는 경쟁사에 침묵하는 경영진에게서 이사의 충실의무는 운명하셨다”고 비판했다.

현수막에는 올해 3월 국내 최초 대체거래소인 넥스트레이드 출범 이후 누적돼 온 거래소 내부의 불만이 고스란히 담겼다.

대체거래소 출범은 70년 가까이 한국거래소 독점 체제로 유지됐던 국내 주식거래 시장을 복수·경쟁 체제로 전환한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한국거래소 일각에선 상장과 시장감시 등 부담이 큰 업무는 한국거래소에 떠넘긴 채 넥스트레이드가 수익과 관련된 분야만 가져가는 것은 무임승차라는 불만이 제기돼 왔다.

넥스트레이드의 시장점유율이 지난달 5일 기준 국내 증시 전체의 15.1%에 이르렀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점유율을 더 빼앗길 수 있다는 경계감도 커졌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넥스트레이드의 6개월간 일평균 거래량이 시장 전체 거래량의 15%를 초과하면 이튿날 모든 거래가 중단된다. 개별 종목의 6개월간 일평균 거래량이 해당 종목 전체 거래량의 30%를 넘을 경우에도 해당 종목의 거래가 제한된다.

이런 가운데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국내외 증권사들의 넥스트레이드 시장 추가 참여를 앞두고 거래량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금융투자업계 일부의 목소리가 한국거래소의 위기감을 증폭시켰다.

한국거래소 노조는 대체거래소 문제와 관련해 경영진이 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한국거래소의 거래시간 연장 추진 움직임과 관련해 “협의 없는 독단적 거래시간 연장에 증권업계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은 운명했다”고 주장했다.

또, 부산 남구에 금융 특화 자율형사립고 건립을 추진 중인 것에 대해 “영업이익이 감소해도 자사고를 짓는 경영진의 합리적 판단이 운명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