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산 저가 철강이 유입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관세 압박에 직면한 철강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4일 국회에서는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 등을 포함한 국회의원 106명이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을 공동 발의했다.
법안에는 △대통령 소속 철강산업경쟁력 강화특별위원회 설치 △녹색철강특구 지정 및 규제 특례 부여 △인프라 확충 및 세제 지원 △불공정무역 대응 및 수입규제 강화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국내 철강 업계는 특별법 발의에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대미 관세 협상에서 철강에 대한 품목관세가 50%로 유지되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철강협회는 이번 특별법이 철강업계의 위기 극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걸 기대 중이다.
이경호 한국철강협회 상근부회장은 “철강산업의 위기 극복과 녹색철강기술 전환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에 본 특별법안이 국회철강포럼을 중심으로 발의돼 환영한다”며 “철강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속가능한 산업 기반 조성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재 특별법은 발의 단계로 아직 내용이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철강 산업에 대한 지원과 수입 물품에 대한 견제 방안이 제시된 상황이다. 이 중 불공정무역 대응의 경우 최근 몇 년간 유입된 중국산 저가 철강 문제 해결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지리적으로 중국이 가깝고 수입되는 양도 많기 때문에 중국산 철강재의 국내 수입에 대해 업계 전체에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전체 철강재 수입량은 1,469만톤으로 전년 대비 5.5% 감소했지만 중국산 수입량은 877만톤으로 0.6% 증가했다. 여기에 지난해 전체 특수강 봉강 수입량 75만톤 중 92%인 67만톤은 중국산이었다. 중국산 특수강 봉강은 2022년 45만톤이 국내로 수입된 이후 지속 증가 중이다.
국내에 유입되는 중국산 철강 물량이 늘어나는 이유는 중국이 과잉 생산된 철강을 정상 가격 이하로 해외에 밀어내는 저가 덤핑 수출에 나서기 때문이다. 국내에 유입된 중국산 특수강 봉강의 경우 지난해 수입 단가가 2년 사이 톤당 24% 가량 하락했다.
이에 정부는 올해 4월부터 중국산 후판에 38.02% 관세를 부과했다. 지난달에는 열연강판에 대해 최고 33.57%의 잠정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번달에는 세아베스틸과 세아창원특수강이 무역위원회에 중국산 봉강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신청했다.

이전부터 정부와 업계가 기존 반덤핑 제소들을 활용하며 중국산 저가 철강 유입에 대응해온 만큼 향후 특별법의 불공정무역 대응안에 대해 제도를 손질해 더 구체화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무역 구제 제도가 있기 때문에 기존에 구축된 제도를 활용하는 방안이 있을 것이라 본다”며 “특별법에 추가적인 부분들은 아직 필요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정도로 표현돼 있어 향후 정부와 소통하면서 진행해야 될 것”이라고 답했다.
특별법을 통한 수입 철강에 대한 규제 강화가 세계적인 추세에 부합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인도는 2018년부터 중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고 2023년부터는 이를 5년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베트남은 지난달 중국산 철강제품에 최고 27.8%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실장은 “현재 글로벌 여건상 다른 나라도 대부분 비슷한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며 “유럽, 일본도 저가 철강에 대한 정책을 펼치고 있고 반덤핑 규제 등은 인도, 동남아시아, 캐나다도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철강 수출 경쟁력 악화 불가피…반덤핑 규제 회피 방지 강화 등 필요
여기에 한국의 철강 수출 경쟁력이 미국의 관세로 약화된 만큼 철강 시장의 경쟁력 강화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 철강의 최대 수출국은 미국으로 전체 수출의 13.06%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 유입되는 중국산 철강은 늘어나는 중이다.
이재윤 실장은 “한국의 미국 수출이 절반 가량 줄어든다면 이를 수출로 돌파하기는 어렵다”며 “국내에 여전히 상당한 수입 철강 물량이 들어온 상황이기에 이 중 우리가 규제할 수 있는건 적극 규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철강 산업 지원 특별법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수출 경쟁력 약화를 고려한 수입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반덤핑 규제 회피 방지, 모니터링 강화, 비과세 장벽 강화 등 구체적 방안들이 마련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산 철강에 반덤핑 과세가 부과됐음에도 이를 회피하는 사례가 지속 적발되기 때문이다. 올해 4월 관세청은 중국산 H형강 가격을 국내 정부와 약속한 최저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신고 후 차액을 환불받거나 다른 물품의 수입 대금으로 상계하는 방법으로 관세를 포탈한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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