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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1기당 1조 원 로열티 50년 지불…한수원·웨스팅 굴욕 계약 "발칵"

美 웨스팅하우스-한수원·한전 글로벌 불공정 합의서 공개
원전 1기 수출 시 웨스팅하우스에 1조원 50년 제공
정치권 성토...원전 관련주 동반 급락
증권가 "정부가 나서 웨스팅하우스와 해결책 모색"
조시현 기자 2025-08-19 17:06:05
체코 두코바니 원전. EPA 연합뉴스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이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와 맺은 굴욕적인 합의서가 첫 공개되면서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공사 및 WEC 간 타협 협정서’를 입수해 서울경제신문이 18일 단독 보도한 바에 따르면 향후 50년 간 우리 기업이 SMR(소형모듈원전) 등 독자 기술 노형을 개발해도 웨스팅하우스의 사전 검증을 받아야 하고, 원전 1기를 수출할 때마다 웨스팅하우스가 최소 1조원 이상을 챙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불공정 합의서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한수원·한전이 26조원 규모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 사업을 따내는 과정에서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체결한 ‘글로벌 합의문’에 한국 기업이 SMR 등 차세대 원전을 독자 개발해 수출하는 경우 웨스팅하우스의 기술 자립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는 조건의 독소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보도됐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여당과 진보 야당들은 일제히 불공정 합의서를 성토하고 나섰으며, 야당은 추이를 지켜보는 분위기다. 주식시장에서는 개장과 동시에 원전 관련주들이 일제히 동반 하락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 연합뉴스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 “우리 기업 죽이는 합의서”

여당과 진보 야당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일제히 성토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수원이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체코 신규 원자력 발전소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불합리한 계약을 맺었다는 의혹에 대해 진상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 정부가 미국 웨스팅하우스 문제 제기로 교착 상태에 빠진 체코 원전수주 건설을 위해 웨스팅하우스와 불평등 계약을 맺은 걸로 확인됐다”며 “영업사원 1호를 자처한 윤석열이 사실상 기술 주권, 원전 주권을 팔아먹고 국부를 유출 시키는 매국 행위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인 김정호 민주당 의원은 “지금까지 윤석열 정부는 체코 원전 수주를 24조원 규모의 쾌거라고 홍보했지만, 이번 협정 계약을 들여다보면 굴욕적이고 원자력 기술주권을 내팽개친 매국행위”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대한민국의 원전산업의 미래, 핵에너지 주권마저 내팽개친 밀실 협정의 당사자들에 대한 책임을 묻고, 국정조사와 감사원 감사 청구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도 “‘원전산업 진흥’이란 표어는 내란수괴의 치적 쌓기를 위해 국가의 미래를 팔아넘긴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1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ㅔ금 낭비와 국론 분열을 초래한 ‘대왕고래 프로젝트 제2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의원은 “국익 훼손 행위에 대해 국회 차원의 청문회와 국정조사는 물론, 한수원·한전 이사회의 배임 행위 여부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의 철저한 감사와 수사를 촉구했다.

진보당도 비판에 동참했다.

홍성규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경악스러운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수석대변인은 “‘불평등’ 수준이 아니라 아예 ‘원전주권’을 다 팔아먹은 셈”이라며 “‘팀코리아’가 아니라 ‘킬코리아’였다”고 맹비난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를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표면적인 이유는 당장 눈앞에 다가온 전당대회에 집중하자는 것이지만, 당혹스러워하며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저희도 협의서를 차근차근 들여다보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국익에 해가 아닐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여당과 진보 야당들은 이번 사태를 철저히 조사해 관련자들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 진행도 검토하겠다는 얘기도 나온다.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곧 다가올 정기국회에서 뇌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웨스팅하우스 원전. EPA/연합뉴스

때 아닌 복병 만난 원전 관련주...웨스팅하우스와 해결책 모색 나설까

불과 1주일 전만 해도 베트남 진출 논의에 원전 관련 기업 주가는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날 체코 원전 관련한 보도로 관련주들이 일제히 급락했다.

특히, 한전KPS(-8.7%)과 두산에너빌리티(-8.6%), 한전기술(-8.04%) 등이 급락했다. 이는 한수원·한전이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맺은 지식재산권 분쟁 종료 합의문 내에 차세대 원전 수출 시 검증 조건, 기술사용료 지급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여파로 풀이된다. 

합의문에는 한수원·한전 등이 원전을 수출할 때 1기당 6억5000만달러(약 9000억원) 규모의 물품·용역 구매 계약을 웨스팅하우스와 맺고, 1기당 1억7500만달러(약 2400억원)의 기술 사용료를 내는 조항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해당 소식은 이미 알려진 뉴스”라며 “다만, 추가로 밝혀진 것은 i-SMR의 기술 자립 검증 여부인데, 최악의 경우 i-SMR도 로열티를 지불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서방국가 입장에서 원전은 공급부족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이 보다 유리한 협상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있다”며 “이미 다자간, 개별 협정에서 한국은 원전 수출 시 미국의 허가가 필요한 점을 감안하면, 일정 수준 불가피한 점도 있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한국 원전 건설 때보다 해외 수출이 수익성이 낮아졌지만, 프로젝트 수주 때마다 미국의 제재 가능성이 낮아져서 제3국 수출 확대 및 미국 원전 시장 진출도 가능해진 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합의서 내용이 공개되면서 관련 종목들이 당분간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앞으로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제재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분석했다.

그는 “체코 원전을 통해 한국 원전 기술력이 홍보될 수 있기 때문에 마냥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며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접촉해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해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 최대 주주는 캐나다 사모펀드인 브룩필드로 2018년 경영난에 시달리는 웨스팅하우스를 46억 달러 우리돈으로 6조원에 100% 지분을 사들였다. 브룩필드는 2022년 지분 49%를 캐나다 우라늄업체인 카메코에 넘기고 경영권을 포함 51% 안정적인 지분을 갖고 있다. 이들을 상대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사모펀드 성격을 알고 있는 시장 관계자들은 쉽지않는 협상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번 일 보도 후 산업통상자원부에 진상 조사 후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청문회 등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을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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