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먹는 하마" AI, 전력 산업 훈풍... '변압기' 기업 빛 본다
2025-09-12

아워홈이 신세계푸드 인수에 나서자 구지은 전 아워홈 부회장이 기다렸다는듯이 공개 비판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화 호텔앤드리조트는 국내 단체급식 2위 기업 ‘아워홈’을 인수한 지 3개월 만에 동종 업계 5위 기업인 ‘신세계푸드’ 인수에 나섰다. 이는 규모의 경제로 이익률을 높이는 볼트온(Bolt-on) 전략으로 풀이된다.
볼트온 전략은 인수기업이 자신의 핵심사업과 연관된 중소기업을 인수하여 사업을 확장하고 시너지를 창출하는 M&A 전략으로 신속한 성장과 점유율 확대로 이익을 극대화하기위한 M&A 전략이다. 인수 대상 기업 선정, 가치평가, 인수 후 통합 전략이 성패를 가른다.
아워홈은 신세계푸드 단체급식 부문 자산 양수 협상을 위해 주관사를 선정하고 실사에 들어갔다.
다만, 일각에서는 단체급식 사업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볼트온 전략이 좀처럼 통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와 함께 아워홈의 부채비율 상승과 이자 비용 확대 등이 문제로 떠오를 것이라는 지적이다.

■ 볼트온 전략...규모의 경제로 가는 김동선
이번 인수에 대해 재계에서는 김동선 한화 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이 친형들을 의식해 규모를 키우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하고 있다.
한화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신경 쓰는 분야인 태양광 사업의 한화 솔루션 매출은 3조원대에 달하며, 차남인 김동원 사장의 한화생명 매출은 2조원대 수준이다.
반면, 김동선 부사장이 담당하는 한화 갤러리아(5000억원대), 한화 호텔앤드리조트(7500억원)를 합쳐도 1조원대 수준이다. 김동선 부사장 입장에서는 규모의 경제가 절실한 이유다.
한화 호텔앤드리조트는 아워홈을 인수할 당시 아워홈의 급식사업에 한화의 푸드테크 기술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구상대로 아워홈이 급식업으로 자립함과 동시에 한화 푸드테크 성장까지 도모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완성된다면, 김동선 부사장 입장에서는 이루고 싶은 것을 이룸과 동시에 큰 꿈을 꾸는 것도 가능해질 수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그룹 승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한데, 아워홈만 인수해선 성과를 냈다고 할 수 없다”며 “김동선 부사장이 주장한 푸드테크 사업 성공을 위해서는 신세계푸드 인수가 핵심 카드가 되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 국내 2위 단체급식업체인 아워홈이 신세계푸드의 단체급식사업부를 인수하면 눈에 띄는 외형 확대가 이뤄지는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신세계 계열 물량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 1위인 삼성웰스토리와의 격차를 좁힐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향후, 김동선 부사장이 신세계푸드까지 인수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외형을 빠르게 성장시키는 한편 점유율을 넓히고 경쟁 우위 강화까지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 재무구조 부담·계약 유지율 등 넘어야 할 리스크 많아
증권업계는 김동선 부사장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재무구조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지난 5월 한화 호텔앤드리조트가 아워홈 인수 당시 자체 조달한 금액은 2500억원에 불과했고, 나머지 약 70%를 외부 차입에 의존했다. 이번 인수에는 1천억대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미 아워홈 인수 당시 부채비율은 치솟았으며, 금융비용 부담이 가중됐다. 이번 인수 과정에서도 아워홈의 부채비율 상승과 이자 비용 확대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더구나 지난 13일 한화 호텔앤드리조트는 삼정기업 계열 정상북한산리조트로부터 ‘파라스파라 서울’ 지분 100%를 300억원에 인수했다. 이 중 295억원은 유상증자 대금이며, 기존 부채 3900억원을 떠안는 조건이 포함됐다.
부채가 더욱 늘어난 셈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김동선 부사장이 몸집 불리기에만 너무 나선다는 지적이다. 앞서 사업 확장에 나섰다가 안정되기도 전에 철수하는 사례가 너무 잦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 부사장의 주도로 개업한 고급 일식당 ‘스가모토’는 개점 3년 만에 사업권이 양도됐고, 24시간 로봇이 운영하는 매장으로 주목받았던 ‘유동’은 한 달 만에 폐점했다. 지난해 문을 연 파스타 전문점 ‘파스타X’도 1년 만에 문을 닫았다. 최근에는 잘 나가던 파이브가이즈도 매각 대상에 올랐다.
사업 확장이 재무구조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 김 부사장의 신세계푸드 인수를 바라보는 업계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또, 신세계푸드 인수에 성공한다고 해도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바로 계약 유지율이다.
급식업 특성 상, 단체 급식 사업장은 1~2년마다 경쟁 입찰을 해야 하는 구조라 재계약을 장담할 수 없다. 아워홈이 신세계푸드를 인수하더라도 기존 계약된 사업장을 그대로 승계한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보통 회사에서 구내식당은 회사가 직원들에게 베푸는 최소한의 복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아서 직원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곧바로 운영 업체를 바꿀 수밖에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아워홈이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던 급식 사업장을 그대로 이어받는다는 장담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아워홈을 인수하기 전 부채비율은 193.3%였다. 하지만 인수 후인 올해 2분기에는 205.6%로 부채비율이 늘었다”며 “신세계푸드 인수 후에 계약 유지율이 중요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앞서 구지은 전 부회장도 이점 지적한 바 있다. 구 전 부회장은 지난 11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을 통해 “급식 사업에서 가장 어리석은 전략은 동종사의 영업권 인수이며 아워홈의 핵심 경쟁력인 대형 점포 운영 능력을 아워홈이 1000억원의 빚을 내 소규모 시장을 다시 사들이는 것은 무지이며 겸허한 자세로 아워홈의 업을 배우고 본질을 이해하며 경영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며 신세계푸드 인수를 비판했다.
구 전 부회장은 “급식업은 주로 2년 주기로 입찰을 하거나 계약을 갱신하며, 작은 불만이 생기거나 경쟁사의 투자 혹은 단가 공세에 경쟁 입찰로 수시로 전환되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이제 와서 소규모 시장을 다시 사들이는 건 땀 흘려 번 돈으로 빚잔치를 벌이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마트는 식단가는 낮고 점포는 전국에 흩어져 있어 물류 효율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며 “300식 이하 소규모 점포는 중소 급식업체의 영역이고, 2021년 아워홈은 이런 적자 점포들을 대거 정리했다”고 말했다.
아워홈 관계자는 “신세계푸드 인수에 대해선 확정된 바가 없고, 이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도 말씀드릴 게 없다”며 “다만, 현재 아워홈은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번 신세계푸드 인수가 김동선 부사장의 ‘규모의 경제’를 통한 도약이 될지 아니면 한화 호텔앤드리조트와 아워홈 양측의 재무 부담만 키우는 위험한 선택이 될지는 향후 2~3년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아워홈이 재무구조 부담, 계약 유지율, 인수 후 조직·문화 통합 과정에서의 갈등 등 풀어야 할 숙제들을 풀고 신세계푸드 인수에 성공할지 지켜볼 대목이다.
댓글
(0) 로그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