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논술] <15>범죄경제학
2025-08-18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본 질문이다. 경제학자와 철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이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해왔다. ‘돈과 행복’ 과연 둘 사이엔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
‘행복=소유÷욕망’.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사무엘슨(P.A. Samuelson)이 정의한 행복방정식이다. 이 공식은 물질적 소유를 행복의 핵심 요소로 보고, 소유를 늘리거나 욕망을 줄이면 행복이 커진다는 논리다. 이는 자본주의적 사고방식과 잘 맞아 떨어진다.
하지만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말해주듯,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추가 소득이 주는 만족은 줄어든다. 탐욕은 불행을 초래하고, 욕구가 무한하면 행복은 ‘0’ 에 수렴하게 된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더 날카롭게 지적한다. 돈은 바닷물과 같아 마실수록 갈증을 일으키는 끝없는 욕망의 원천일 뿐,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결핍을 남긴다는 것이다.
동양의 지혜도 비슷하다. 맹자는 “항산(恒産)이 있으면 항심(恒心)이 있다”고 말했다. 인간이 도덕적이고 안정된 삶을 살려면 최소한의 생계 기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즉, 기본적 소득은 행복의 전제조건이다. 하지만 무한한 부의 추구가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이 통찰은 현대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경제학자 이스털린(Richard A. Easterlin)은 1970년대 ‘이스털린의 역설’을 통해 소득과 행복의 불일치를 보여주었다. 국가 간에는 소득이 높은 나라일수록 행복도가 높다. 하지만 한 나라 안에서는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 기본욕구가 충족된 이후부터는, 소득이 증가한 만큼 그에 비례해 행복도가 증가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부유해질수록 기대치가 오르고, 남과의 비교가 행복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커너먼(Daniel Kahneman)의 연구도 같은 맥락을 보여준다. 미국인의 경우 연소득 약 7만5천 달러까지는 소득이 증가할수록 삶의 만족도와 일상적 행복감이 상승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더 많은 소득이 더 큰 행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돈이 안정된 삶을 위한 조건은 되지만, 행복의 본질적 요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거주하는 아미쉬(Amish)종교 공동체는 의도적으로 현대 자본주의적 소비와 거리를 둔다. 그들은 자동차와 컴퓨터, 전화기 등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소득 수준은 낮지만, 공동체의 규칙을 통한 결속과 신앙적 의미 속에서 높은 삶의 만족도를 보여준다. 이는 행복이 단순히 소득 크기가 아니라, 공동체적 유대, 정체성, 삶의 의미와 밀접하게 관련됨을 보여준다.
소득이 높을수록 행복할까? 언뜻 단순해 보이는 이 질문은 경제학의 시선에서는 훨씬 더 복잡한 구조를 띤다. 우리는 흔히 그 나라 국민의 평균적인 생활수준을 파악하고 다른 국가와 비교하기 위해 ‘1인당 GDP(=GDP÷총인구)’를 측정한다. 이는 국민의 경제적 후생을 보여주는 지표로 삶의 수준을 가늠하는 데 유용하다. 하지만 이 수치가 높다고 해서 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니다.
1인당 GDP는 평균값일 뿐 소득 분배의 불균형을 보여주지 못한다. 상위 계층의 소득이 급격히 증가하면 전체 평균은 올라가지만, 대다수 국민의 삶은 나아지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이 지표는 경제적 생산만을 측정할 뿐, 삶의 질이나 주관적 만족도는 고려하지 않는다. 공해와 여가 수준, 의료 접근성, 교육 수준, 사회적 신뢰, 자유와 안전 같은 요소는 GDP 계산에서 빠져 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행복지수’다. 유엔이 발표하는 세계 행복 보고서는 1인당 GDP뿐 아니라 건강, 기대수명, 사회적 지지, 삶의 선택 자유, 정부 신뢰도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해 국민의 삶의 질을 평가한다.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등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들은 경제적 수준뿐 아니라 복지와 분배, 사회적 신뢰가 잘 갖춰져 있다. 이는 단순한 성장보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정책이 국민 행복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을 시사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경제 규모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행복지수는 낮은 편이다. 이는 단순한 소득 증가가 행복을 보장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상대적 박탈감, 불평등, 불안정한 삶 등 삶의 질 요인의 저하가 소득 증가의 효과를 상쇄하고 있다.
이제 정책의 초점은 단순한 경제성장이 아니라 누구나 안정된 기반을 갖고 공정하게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맞춰져야 한다. 단순한 GDP 성장률의 제고보다 최소한의 생활 안정 보장, 공정한 분배, 사회적 신뢰의 회복에 좀 더 힘을 기울어야할 것이다.
돈은 행복의 수단일 수 있으나 결코 목표는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버는 가’보다 ‘어떻게 사는 가’ 이다. 우리 사회가 진정한 행복을 추구한다면, 1인당 GDP의 숫자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그 이면의 삶의 질을 들여다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경제는 삶을 위한 도구이지 삶 그 자체는 아니다. 행복을 위한 경제, 그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이다.
‘돈과 행복’을 주제로 출제한 논술과 면접문제
1.연세대학교 면접 (인성·시사형 질문)
-돈이 많으면 행복할까요? 그렇지 않다면, 행복을 결정짓는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2.고려대학교 제시문 면접
-한 연구에 따르면 연봉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행복도는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3.성균관대학교 논술 (사회·윤리 융합형)
-현대 사회에서 돈은 인간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로 여겨진다. 그러나 과도한 물질주의는 오히려 행복을 저해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찬반 의견을 논하고, 바람직한 삶의 방향에 대해 서술하시오.

박병윤 계명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 일간신문에 ‘박병윤의 논술과 심층면접 교실’ 70회 연재, 교육연수원에서 중등 논술지도교사 직무연수담당, 교재: 통합논술의 실전과 지도요령, 박병윤, 계명대에서 ‘경제학’, ‘일반사회교육론’, ‘일반사회논리및논술’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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