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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논술] <19>돈이 많으면 그 만큼 행복할까? 

한양경제 2025-09-15 11:41:31
“행복은 소득의 크기에 비례할까?”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본 질문이다. 경제학자와 철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이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해왔다. ‘돈과 행복’ 과연 둘 사이엔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 

‘행복=소유÷욕망’.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사무엘슨(P.A. Samuelson)이 정의한 행복방정식이다. 이 공식은 물질적 소유를 행복의 핵심 요소로 보고, 소유를 늘리거나 욕망을 줄이면 행복이 커진다는 논리다. 이는 자본주의적 사고방식과 잘 맞아 떨어진다.  

하지만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말해주듯,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추가 소득이 주는 만족은 줄어든다. 탐욕은 불행을 초래하고, 욕구가 무한하면 행복은 ‘0’ 에 수렴하게 된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더 날카롭게 지적한다. 돈은 바닷물과 같아 마실수록 갈증을 일으키는 끝없는 욕망의 원천일 뿐,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결핍을 남긴다는 것이다. 

동양의 지혜도 비슷하다. 맹자는 “항산(恒産)이 있으면 항심(恒心)이 있다”고 말했다. 인간이 도덕적이고 안정된 삶을 살려면 최소한의 생계 기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즉, 기본적 소득은 행복의 전제조건이다. 하지만 무한한 부의 추구가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이 통찰은 현대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경제학자 이스털린(Richard A. Easterlin)은 1970년대 ‘이스털린의 역설’을 통해 소득과 행복의 불일치를 보여주었다. 국가 간에는 소득이 높은 나라일수록 행복도가 높다. 하지만 한 나라 안에서는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 기본욕구가 충족된 이후부터는, 소득이 증가한 만큼 그에 비례해 행복도가 증가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부유해질수록 기대치가 오르고, 남과의 비교가 행복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커너먼(Daniel Kahneman)의 연구도 같은 맥락을 보여준다. 미국인의 경우 연소득 약 7만5천 달러까지는 소득이 증가할수록 삶의 만족도와 일상적 행복감이 상승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더 많은 소득이 더 큰 행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돈이 안정된 삶을 위한 조건은 되지만, 행복의 본질적 요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거주하는 아미쉬(Amish)종교 공동체는 의도적으로 현대 자본주의적 소비와 거리를 둔다. 그들은 자동차와 컴퓨터, 전화기 등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소득 수준은 낮지만, 공동체의 규칙을 통한 결속과 신앙적 의미 속에서 높은 삶의 만족도를 보여준다. 이는 행복이 단순히 소득 크기가 아니라, 공동체적 유대, 정체성, 삶의 의미와 밀접하게 관련됨을 보여준다. 

소득이 높을수록 행복할까? 언뜻 단순해 보이는 이 질문은 경제학의 시선에서는 훨씬 더 복잡한 구조를 띤다. 우리는 흔히 그 나라 국민의 평균적인 생활수준을 파악하고 다른 국가와 비교하기 위해 ‘1인당 GDP(=GDP÷총인구)’를 측정한다. 이는 국민의 경제적 후생을 보여주는 지표로 삶의 수준을 가늠하는 데 유용하다. 하지만 이 수치가 높다고 해서 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니다. 

1인당 GDP는 평균값일 뿐 소득 분배의 불균형을 보여주지 못한다. 상위 계층의 소득이 급격히 증가하면 전체 평균은 올라가지만, 대다수 국민의 삶은 나아지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이 지표는 경제적 생산만을 측정할 뿐, 삶의 질이나 주관적 만족도는 고려하지 않는다. 공해와 여가 수준, 의료 접근성, 교육 수준, 사회적 신뢰, 자유와 안전 같은 요소는 GDP 계산에서 빠져 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행복지수’다. 유엔이 발표하는 세계 행복 보고서는 1인당 GDP뿐 아니라 건강, 기대수명, 사회적 지지, 삶의 선택 자유, 정부 신뢰도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해 국민의 삶의 질을 평가한다.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등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들은 경제적 수준뿐 아니라 복지와 분배, 사회적 신뢰가 잘 갖춰져 있다. 이는 단순한 성장보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정책이 국민 행복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을 시사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경제 규모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행복지수는 낮은 편이다. 이는 단순한 소득 증가가 행복을 보장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상대적 박탈감, 불평등, 불안정한 삶 등 삶의 질 요인의 저하가 소득 증가의 효과를 상쇄하고 있다.  

이제 정책의 초점은 단순한 경제성장이 아니라 누구나 안정된 기반을 갖고 공정하게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맞춰져야 한다. 단순한 GDP 성장률의 제고보다 최소한의 생활 안정 보장, 공정한 분배, 사회적 신뢰의 회복에 좀 더 힘을 기울어야할 것이다.  

돈은 행복의 수단일 수 있으나 결코 목표는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버는 가’보다 ‘어떻게 사는 가’ 이다. 우리 사회가 진정한 행복을 추구한다면, 1인당 GDP의 숫자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그 이면의 삶의 질을 들여다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경제는 삶을 위한 도구이지 삶 그 자체는 아니다. 행복을 위한 경제, 그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이다. 

‘돈과 행복’을 주제로 출제한 논술과 면접문제

1.연세대학교 면접 (인성·시사형 질문)
-돈이 많으면 행복할까요? 그렇지 않다면, 행복을 결정짓는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2.고려대학교 제시문 면접
-한 연구에 따르면 연봉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행복도는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3.성균관대학교 논술 (사회·윤리 융합형)
-현대 사회에서 돈은 인간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로 여겨진다. 그러나 과도한 물질주의는 오히려 행복을 저해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찬반 의견을 논하고, 바람직한 삶의 방향에 대해 서술하시오.


박병윤 계명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  일간신문에 ‘박병윤의 논술과 심층면접 교실’ 70회 연재,  교육연수원에서 중등 논술지도교사 직무연수담당, 교재: 통합논술의 실전과 지도요령, 박병윤,  계명대에서 ‘경제학’, ‘일반사회교육론’, ‘일반사회논리및논술’ 강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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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정민
    조정민 2025-10-28 23:50:30
    부자들이 마냥 행복할 것 같아도 일탈을 하거나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를 많이 접한 것 같습니다. 일정 수준까지만 소득이 행복을 높여주고 그 이후에는 욕망과 비교가 오히려 행복을 해친다니 돈이 행복의 전부가 아님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저 역시 일과 삶의 균형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으려 노력하는데 이런 연구들은 그런 생각에 뒷받침이 되어주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삶의 질과 공정한 분배를 더 중시하는 건강한 사회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 정지호
    정지호 2025-10-27 15:54:20
    부자들은 돈이 많으니 부유한 삶, 그리고 일반인들이 누릴 수 없는 인생을 즐기고 있으니 마냥 행복한 줄 알았다. 그러나 이 글을 읽으며 소득이 영원한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은 오히려 비교와 불안을 키우며, 진정한 행복은 삶의 의미와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또 행복=소유/욕망 이라는 공식을 통해 욕망의 크기를 줄이는 것이야말로 행복의 본질적 조건임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돈의 양보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가치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 이가연
    이가연 2025-10-26 16:46:29
    우리는 보통 소득이 많은 것이 곧 행복한 것이라 착각하며, 삶의 목표를 단지 돈을 많이 버는 것으로서 설정하곤 한다. 그러나 글에 따르면 행복은 단지 소유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욕망이 무한으로 갈수록 행복은 0에 수렴하며, 결국 중요한 것은 욕망의 절제인 것이다. 따라서 나는 우리가 행복의 전제 조건을 위해 일정한 소득을 추구하되, 욕망을 누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국가적 차원에서도 GDP와 더불어 환경과 복지 등을 반영한 행복 지수를 반영해 국민의 행복 정도를 측정해야 한다고 느꼈다.
  • ysm0009
    ysm0009 2025-10-19 16:19:45
    소득은 행복에 일정 부분 영향을 주지만, 일정 수준을 넘으면 추가 소득이 행복을 더하지 않는다. 이스털린의 역설과 카너먼의 연구는 부보다 삶의 질·관계·의미가 행복에 더 중요함을 보여준다. 결국 행복은 ‘얼마나 버는가’보다 ‘어떻게 사는가’에 달려 있다.
  • 신정우
    신정우 2025-10-11 00:34:04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추가 수입이 행복을 크게 늘리지 못한다는 점에 깊이 공감했다. 아미쉬 공동체 사례처럼 물질적 풍요보다 공동체와 삶의 의미가 행복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점도 깊이 느껴졌다. 이러한 통찰은 우리 사회가 경제 성장뿐 아니라 삶의 질과 공정성을 함께 고민해야 함을 일깨워 주었다. 결국 진정한 행복은 '얼마나 버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에 달려 있음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 박노영
    박노영 2025-10-09 19:22:01
    소득이 특정 수치를 넘어서면, 행복도의 증가가 멈추는 이유는 소득을 대하는 관점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소득이 없거나 미미한 수준에서는 의식주 해결 문제가 당면해있었다. 따라서 소득이 높아질수록 이러한 기본적인 문제에서 벗어나 점차 고차원적인 사유를 시작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너무 빠른 성장 탓에 소득에 대한 인식이 아직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에만 맞춰져있다. 과거보다 경제적으로 성장하고 안정되어 있는만큼, 소득에만 치중하기 보다는 자아실현, 가족간의 추억 등 자신의 행복을 우선시하는 것이 보다 나은 삶으로 데려가준다.
  • 홍서영
    홍서영 2025-10-09 00:41:09
    돈은 삶을 즐기기 위해 꼭 필요한 자원이다. 돈이 많을수록 더 맛있는 음식을 먹고, 다양한 취미를 즐길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돈이 곧 행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목걸이'의 주인공 마틸드 루아젤은 부유한 삶을 동경하다가 목걸이를 잃고 가난 속에서 고생한다. 이처럼 물질적 가치만을 추구하는 삶은 진정한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물질적 충족은 행복 증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우리는 행복은 돈의 많고 적음의 수준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태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 최유리
    최유리 2025-10-08 16:50:32
    행복과 소득의 관계는 단순하지 않다. 기본적 생활이 보장되는 수준까지는 소득이 행복에 영향을 주지만 일정 수준 이상에서는 한계효용 체감과 비교 심리 때문에 추가 소득이 큰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아미쉬 공동체 사례처럼 공동체적 유대와 삶의 의미가 행복을 좌우하기도 한다. 결국 돈은 안정과 선택의 수단일 뿐 목표가 아니며, 사회는 GDP뿐 아니라 공정한 분배, 안정적인 삶, 신뢰 회복 등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 김동환
    김동환 2025-10-06 03:01:15
    결국 행복은 얼마나 버는가보다 어떻게 사는가에 따라 달려있다는 것 같네요
  • na
    na 2025-10-05 15:02:43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은 경제적 여유 속에서 행복을 찾는다. 그러나 이 기사가 보여주듯 돈은 행복에 기여할 수는 있지만, 부유함이 행복 그 자체와 동일시될 수는 없다. 행복은 사람마다 느끼는 가치가 다르기에, 그 본질적 요인을 일률적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나는 무조건적인 부의 추구를 통해 행복을 바라기보다는 스스로가 진정으로 원하는 행복의 가치를 깨닫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그 가치에 충실한 삶을 살아갈 때 비로소 지속적이고 온전한 행복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MIG81
    MIG81 2025-10-05 11:51:48
    돈은 행복의 수단이지 돈에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은 다양한 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칼럼에서 언급한 한계 효용법칙에서도, 일정 수준의 생활에만 도달하면 돈은 더 이상 효용을 증가하는 데에 큰 역할을 못할 수 있습니다. 다만 돈을 버는 일에 재미를 느끼면 가장 좋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돈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너무 많은데 이 돈 버는 일에 재미를 느끼기만 행복과 생활 수준 모두 챙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munu
    munu 2025-09-22 18:27:15
    행복을 소득뿐 아니라 삶의 질, 공동체적 유대, 안정적 기반까지 포함해 논리적으로 정의할 수 있다는 점이 새로웠습니다. 다만 행복은 사람마다 기준이 달라 객관적으로 정의하기 어렵다고도 생각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안정적 삶이, 다른 사람에게는 도전과 성취가 행복일 수 있기에, 단순한 소득보다는 각자가 의미 있고 만족을 느끼는 삶의 방식을 존중하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 yhs702
    yhs702 2025-09-22 12:22:51
    소득이 곧 행복과 연결된다. 이는 일반적으로는 타당한 정론입니다. 소득이 증가하면 원하는 것을 구매할 수 있고 원하는 것을 얻거나 이루었을 때 인간은 행복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또한 소득으로 인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안정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득=행복 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 소득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고 이룰 수 있도록 해주는 행복과 같은 존재로 느낄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행복에 대한 기준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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