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전하던 국내 철강 업이 회복 신호탄을 쏘아올리고 있다.우선 저가 가격 정책으로 공급 과잉을 유발한 중국 철강이 실제 감산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중국 정부는 올해 3월 양회에서 철강산업 감산과 생산능력 축소를 언급했다. 시진핑 주석도 7월에 공급과잉 산업의 과당경쟁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따르면 중국 조강 생산능력은 2019년 확대 이후 2024년까지 유사한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지만 조강 생산량은 2021년 이후 하향 추세다.
이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9월 1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장기적으로 중국 철강 소비량이 점차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조강 생산능력의 변화가 없다면 초과 조강 생산능력이 증가해 업황 어려움이 지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윤상 IM증권 연구원은 이달 1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경절 연휴 전이 재고 비축 기간임에도 시중 유통 재고가 지속 증가 중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중국 유통 재고 패턴 감안시 8~9월 유통 재고 증가는 이례적이라며 내수 수요 상황이 심각한 상황임을 시사한다는 설명이다.
철강 과잉 공급이 중국 내수 시장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감산 등을 포함한 구조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감산 조치는 중국산 철강의 과잉 공급으로 경쟁력이 악화된 국내 철강 업체들의 수혜로 이어지게 된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24년 한국 철강재의 중국산 수입량은 877만톤으로 전년 대비 0.6%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 전체 철강재 수입량은 1,469만톤으로 5.5% 감소했다. 2024년 전체 특수강 봉강 수입량 92%도 중국산이었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실장은 “이미 과잉물량이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보여주기식 조치일지 시장의 과잉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 정도의 물량인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중국의 감산이 노후설비를 아예 폐쇄하는 방향이면 영구적으로 생산량이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정부, 외국산 철강 반덤핑 조치 및 지원 정책 마련
국내 시장 환경도 철강 업계가 반등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 정부는 국내 업체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외국산 철강에 대한 반덤핑 조치를 취하는 중이다. 국내 철강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지원 방안도 마련 중이다.
올해 8월 한국 정부는 중국산 후판 관세율 34% 적용에 대한 최종판정을 내렸다. 7월에는 중국 및 일본산 열연강판에 30% 내외의 관세율을 부과하는 예비판정을 발표했다. 열연강판 관세 부과에 대한 잠정조치는 9월부터 시행된다.
8월에는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 등을 포함한 국회의원 106명이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을 공동 발의했다. 특별법은 규제 특례·세제 지원·불공정무역 대응 등에 대한 내용을 포함했다.
이재윤 실장은 “지금도 일부 기업들이 사업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 나올 정도로 필요성을 공감하면서 움직임이 이뤄지고 있다”며 “제도적으로 지원을 촉진하기 위한 여건이 갖춰진다면 보다 많은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 국내 철강 업계, 체질 개선 이뤄지며 주가 상승세
국내 철강 업계도 중국 철강 감산이라는 대외적 환경 변화와 정부 지원에 맞춰 체질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포스코는 철강 부문 외에 이차전지와 인프라 부문 등을 통해서도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2024년 기준 매출 비중은 철강 부문 53.8%, 인프라부문 42.2%, 이차전지 소재부문 3.9%였다.
이현수 연구원은 1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포스코가 3분기에 전분기 대비 제품 판매량이 소폭 증가하고 탄소강 스프레드가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차전지소재 부문은 리튬 가격 반등으로 영업손실 규모가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대제철은 수익성이 저하된 포항 2공장을 6월부터 가동 중단했다. 포항 2공장 내 중기사업부는 매각을 진행 중이다. 해당 조치들에 대한 노조의 반발도 합의를 통해 마무리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에는 2029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한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 중이다.
동국제강은 내수 판매 확대와 고수익 제품 선별수주를 확대했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중국산 관세 부과에 따른 환경 변화를 적용한 결과다. 이에 해외 및 국내 소형선박 조선소 개발로 수요층 확대를 시도했다. 4.5㎜ 초극박물 개발을 통한 신규시장 개척도 시도 중이다.
시장에서는 국내 철강 업체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15일 기준 현대제철 주가는 3만6,950원으로 전날 대비 1.65% 올랐다. 같은 기간 동국제강 주가도 0.94% 상승한 9,690원을 기록했다. 포스코홀딩스 주가는 28만5,000원으로 보합을 유지했다.

◆ 미국 철강 관세 및 전기료 인상 보완 필요
국내 철강 업계의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이를 견인할 호재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중국 철강 감산 가능성과 국내 지원 정책과 반대로 미국 관세 부과와 전기료 인상이라는 부진 요인도 나타났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은 올해 6월 수입 철강재에 대한 관세를 3월에 부과한 25%에서 50%로 상향했다. 산업용 전기요금의 경우 2022년 1분기 105.5원에서 2024년 4분기 185.5원으로 지속 상승했다.
이재윤 실장은 “반덤핑 조치들이 다른 품목들에 대해서도 논의가 되고 있어서 나아지려는 외부 여건들이 계속 있다”면서도 “트럼프 관세가 전 세계적으로 파급력을 미치는 효과가 있어 상황이 아주 적극 반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미국 수출에 50%의 고율관세 부과에 대해 정부간 협의를 통해 수출 여건이 완화되기 바라는 분위기”라며 “최근 많이 오른 전기요금에 대한 부담이 완화되기를 바라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댓글
(0) 로그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