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팔리는데 주가는 왜”…현대차, 관세 리스크에 발목
2025-10-14

원‧달러 환율이 5개월 반 만에 최고치인 1,431원을 기록하면서 자동차, 2차전지, 반도체 등 수출 기업들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환율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을 불러와 국내 증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오후 3시 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5.2원 오른 1431원으로 장을 마쳤다.
환율은 지난 13일 장 초반 1434원까지 상승했다가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으로 1420원대로 하락했지만 미‧중 무역 갈등이 재부각되면서 위험 회피 심리가 되살아났다. 중국 상무부가 한화오션주식회사 5개 미국 자회사에 대해 제재를 발표해서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14일 보고서에서 “아직 대미투자 관련 세부사항이 결정된 바가 없어 현재 레벨에서 협상 추이를 주시하며 한동안 등락할 가능성이 높지만 국내적 요인 외에도 미국-중국과의 관세 협상도 원화에는 추가적인 변동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추가 상승 시에는 1450원대, 고점이었던 1480원대까지 리테스트 할 가능성도 염두할 필요가 있겠다”고 조언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3일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한 대중 스탠스를 보이면서도 기존 관세협상 기한(11월 1일)을 앞두고 월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의 정상회담 여지도 남겨뒀다”며 “4월과 같은 충격이 나타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환율은 지난 4월 초 미중 무역갈등 격화 당시 1487원까지 고점을 높인 바 있다.
권 연구원은 “국내 금융시장도 미중 갈등 이슈를 제한적으로 소화할 전망”이라면서도 4분기 평균 환율 전망치를 기존 1350원에서 1380원으로 올려 잡았다. 그러면서 “현재 여타 통화 움직임과 대내 경상수급 호전과 비교해도 현재 원화 가치가 다소 부진하다”고 진단했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감당할 수 있는 원화 약세, 즉 환율 상승은 수출주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며 “현재 관세 부담이 부각하는 입장에서 환율 상승은 관세를 경감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표 수출주인 반도체의 경우 환율 효과도 있지만 업황 자체가 상당히 좋다”며 “조선과 방산 또한 실적이 긍정적”이라고 첨언했다.
그러면서 “환율 상승은 국내 증시에 있어 양날의 검”이라며 “환율 상승 추세가 유지될 경우 외인들이 유출되면서 지수 측면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현대차, 환율 상승에도 비용 증가 요인으로 영업이익 감소 지속”
SK증권은 지난 13일 현대차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전년 동기 대비 7.2%, 27.3% 증가한 46조원, 2조6천억원으로 전망했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예상보다 높게 오른 원‧달러 환율이 매출액과 수출 차량의 이익률을 올렸다”면서도 “관세비용 1조4천억원, 판매보증비 증가, 미국시장 경쟁 확대, 인센티브 증가 등 비용 증가 요인으로 영업이익 감소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일본, 유럽과 관세율 차이에 따른 가격 경쟁력 열세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 점유율은 사상 최고 수준(6.4%)”이라며 “원‧달러 환율, 자사주 매입, APEC 정상회담 또는 한미 관세협상 등 호재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 2차전지, 3분기 환율 호재에 컨센서스 상회 예상
예상 대비 높았던 환율은 LG에너지솔루션 등 2차전지 기업들의 3분기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컨센서스 대비 각각 3%, 17% 증가한 5조7천억원, 6천13억원을 기록했다.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와 AMPC를 제외한 영업이익은 각각 3천655억원과 2천358억원이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4일 보고서를 통해 “일회성 보상금(2천억원대 추정)과 예상 대비 높았던 환율로 컨센서스를 상회했다”고 평가했다.
주 연구원은 “2차전지 업종의 주가는 코스피 지수와 달리 횡보하며 방향성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며 “올해 GM의 전기차 판매량이 약 20만대(9월 누적 14만대)일 것으로 보여 수요 부진 및 재고 조정 감안 시 내년 둔화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부연했다.

■ “한세실업, 원‧달러 환율 상승 힘입어 호실적 전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4일 한세실업의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을 전년 동기 대비 1% 하락한 5천285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8% 하락한 192억원으로 추정했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컨센서스 영업이익을 20% 하회할 전망”이면서도 “원‧달러 환율 상승과 종속회사 칼라앤터치(원단) 매출 증가에 힘입어 기존 추정치 대비 양호한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내년 2분기 실적 상승 추세 전환을 예상했다. 정 연구원은 “통상 의류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사는 FOB(본선 인도 조건) 수출이기 때문에 관세를 직접 부담하지 않지만 저가형 복종인 마트 고객사 수량이 크게 감소해 본공장 효율이 단기에 호전되기 어려운 구조”라며 “미국 관세 부과로 인한 실적 타격은 내년 1분기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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