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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지지부진 우주항공청...멀어지는 'K-우주' 강국 목표

정부 정책 후순위로 밀린 우주항공청 사업
출범 1년 '성과'만 찾는 국감장 정치인들
지원책 마련은 뒷전...예정된 사업 진행 차질 불가피
과학계 현실 반영한 지원책 절실...'우주 강국' 멀어진다
조시현 기자 2025-10-17 16:27:59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윤영빈 우주항공청장. 연합뉴스

우주항공청이 개청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우주 암흑 속에서 표류하고 있다.

세계 강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목적으로 우주항공청이 출범했지만,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우주전쟁에서 한국만 뒷걸음이다. 정책부터 인사까지 난적만 수북히 쌓여가고 있다.

전날(16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원들의 지적들은 이어졌지만, 뾰족한 대책 마련은 나오지 않은 모습이었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며 예산 수립이 수월하지 않다보니 인사와 향후 계획 수립까지 꼬였다고 지적했다.

2027년부터 이뤄질 KPS(한국형위성사업시스템)와 누리호 7차 발사 등 사업에 차질이 예상되면서 한국의 우주 진출은 점점 멀어지는 형국이다. 

▲우주항공청 로고. 홈페이지

■ 우주항공청 출범 1년...성과 내놓으라는 정치권·정책 후순위로 미룬 정부

‘우주 강국’ 진입을 외치며 1년전 우주항공청이 출범했다. 하지만, 정권 교체와 이재명 정부의 ‘AI 산업’ 육성 정책에 밀리며 정부의 우주정책은 머나먼 우주 암흑 속으로 날아갔다.

우주 관련 산업은 첨단 과학의 집결지다. 말 그대로 기초과학기술부터 최첨단 과학기술이 조합돼어야만 우주로 나갈 수 있다. 그런 사업을 총괄하기 위해 정부는 우주항공청을 신설했다.

하지만, 우주항공청에 주어진 예산은 채 1조원도 되지 않는다. 우주 관련한 모든 분야의 사업을 포괄하기엔 역부족인 규모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여전히 성과만 묻고 있는 실정이다. 우주 사업에서 1년만에 성과를 낸다는 것은 그야말로 우주에서 바늘찾기다.

이재명 정부는 대선 기간부터 정책 1순위를 ‘한국형 소버린 AI’ 구축에 두면서 달탐사·화성탐사 등 우주 관련 사업들은 후순위로 밀렸다. 여기에 기획재정부의 우주항공청 사업 적정성 재검토도 지난 5월부터 아직 마무리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상 방치에 가깝다. 우주항공청 산하 사업들이 우주 암흑속을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야 국회의원들은 국감에서 성과를 못 낸 것에 대해 성토만 했다. 이에 대해 우주 관련 사업의 특성을 모른다는 볼멘소리가 현장 연구진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한 국가 출연기관 연구소의 연구원은 “국가 연구기관이 1년 만에 성과를 낸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과학계의 현실, 특히 우주항공과 천문학을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우주 강국들은 이미 수년에서 수십년간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그것을 산업에 적용해왔다”며 “우리는 이제 시작인 단계인데 성과가 없다고 지적하는 것은 사기업 경영 마인드와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실제 연구지원비 같은 경우도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우리나라 박사급 연구원 초봉이 대기업 신입 초봉보다 못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현실에서 누가 우리나라에 남아 연구를 이어가겠느냐”라며 “현실적인 문제는 정부나 정치권이 나서야 하는데 그런 것에는 누구도 관심가지려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과학계의 특성을 고려한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이 현장 연구원들의 목소리다. 이제라도 정부와 정치권은 귀를 기울이고 개선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발사대로 옮겨지는 누리호 4차 비행모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 로드맵 진행 차질...‘우주 강국’ 점점 멀어진다

더 큰 문제는 향후 진행될 사업들이 차질을 빚게 된다는 것이다.

차세대 발사체를 재사용 발사체로 전환하기 위한 특정평가가 불발된 데 이어, 기획재정부의 적정성 재검토도 미뤄지다 보니 사업 진척은 난망하다.

전날 국감장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관련 기업인은 이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준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무는 “1년 넘게 사업이 공전하고 있어 일감이 없는 상황”이라며 “빨리 착수돼야 한다”고 말했다. 누리호 사업에 대해서도 그는 “7차 발사가 필요하다”며 “국가의 안정적인 사업을 기대했으나 포기하는 업체도 생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누리호 7차 발사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또 KPS(한국형위성항법시스템) 도입도 요원해졌다.

특히, KPS 구축 사업은 국가 안보와도 직결되는 일이기 때문에 늦춰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국감장에서 “우리나라가 쓰는 GPS의 경우 군사적인 목적에까지 쓸 수 있는 정도의 정밀도를 쓰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1980년대에 대한항공 항공기가 러시아에 의해 피격됐었는데, 그 이후 미국이 GPS를 타국에도 공개하자고 해서 전세계가 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청장은 “KPS는 GPS에 대처할 수 있는 소위 디지털 주권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며 “아무래도 우리나라가 쏘아올릴 위성 수는 2035년까지 8개인데, 미국의 GPS 위성 30여개에 비하면 많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이어 “디지털 주권 대책으로 우리나라만의 한국형 항법위성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GPS 위성 자체가 상당히 복잡한 기능을 갖고 있어야 되기 때문에 저희가 그런 경험을 하나하나 축적하면서 8기까지 쏘아낼 그런 장기간의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우주항공청 관계자는 북한 등에 의한 GPS교란 공격이 계속되는만큼 KPS 구축이 더욱 조기에 될 수 있도록 정부와 여당이 관심을 갖고 정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 지방국립대 천문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어제 우주항공청 국감을 보다가 국회 과방위 위원들에게 전국 대학 중 몇 곳에 천문학과가 개설돼 있는지 아느냐고 묻고 싶었다”며 “천문학·우주학은 국가 기초과학의 척도라고 불리는 학문들인데 여기에 성과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학문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가에서 지원은 생색만 내는 수준으로 하고서는 성과를 갖고 오라는 것은 말도 안되는 얘기”라며 “노벨상이라도 타 오란 것이냐”라고 되물었다.

이어 “이웃 나라 일본은 이번에도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탔다”며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은 과연 어떻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일본 시스템의 절반이라도 우리나라가 따라갔으면 좋겠다”며 “이런 부분은 들여다보지 않고 여전히 결과물에만 집착하는 정책 입안자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우리에게 ‘우주 강국’이라는 말은 요원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정부 및 정치권의 과학 분야에 대한 인식 개선과 지원책 개선이 절실하다는 게 관련 종사자들의 주된 목소리다.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우리나라가 진정한 ‘우주 강국’이 되는 날을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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