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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엔비디아 AI칩 의존도 ‘확’ 낮춘다...국내 메모리업계 수혜 가능

퀄컴, 데이터센터용 AI 가속기 칩 출시 발표
AI 반도체 시장 재편 바람… 국내 메모리 수혜
하재인 기자 2025-10-28 17:41:39
퀄컴 AI200과 AI250에 대한 PR 이미지. 퀄컴

엔비디아가 독점해온 AI 칩 시장에 빅테크들이 속속 도전장을 내면서 산업 지형이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빅테크들이 엔비디아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 AI 칩 개발 의사를 보이면서 국내 메모리 업계의 수혜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미국 현지시간 27일, 퀄컴은 데이터센터용으로 새로운 AI 가속기 칩인 AI200과 AI250을 2026년과 2027년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퀄컴에 따르면 AI200은 더 높은 메모리 용량과 더 낮은 비용으로 AI 추론을 위한 확장성과 유연성을 제공한다. AI250은 10배 이상 향상된 유효 메모리 대역폭과 낮은 전력 소비를 제공해 AI 추론 워크로드의 효율성과 성능을 향상시킨다.

두르가 말라디 퀄컴 수석 부사장은 “퀄컴의 풍부한 소프트웨어 스택과 개방형 생태계 지원 덕분에 개발자와 기업은 최적화된 AI 추론 솔루션에서 이미 학습된 AI 모델을 어느때보다 쉽게 통합·관리·확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퀄컴이 데이터센터용 AI 칩 시장에 도전하는건 이번이 처음이다. AI 칩 공개 예정 발표가 이뤄진 27일 퀄컴의 주가는 11% 오른 187.6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현재 AI 칩 시장은 엔비디아가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주도 중이다. 그 뒤를 잇는 AMD의 점유율은 약 4%다. 엔비디아가 사실상 AI 칩 시장을 장악 중인 상황에서 퀄컴이 새로운 경쟁자로 나선 셈이다.

이에 더해 퀄컴의 AI 칩 시장 진입은 중요성이 커지는 AI 칩에 대한 빅테크들의 개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AI 칩은 인공지능 연산에 특화된 반도체로 기존 CPU보다 빠르게 데이터를 처리한다. AI 성능 향상과 다양한 AI 서비스 수요 증가와 함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지금 빅테크 기업들은 각각 자기들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소스코드하고 필요한 기능들이 있다”며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이 자체 서버에 사용할 수 있는 커스텀 AI 가속기들이 상당히 빠른 규모로 성장할 걸 보여주는 트랜드에서 퀄컴의 발표가 있던 것”이라고 진단했다.

구글 7세대 AI 전용 칩 아이언우드. 구글

◆ 빅테크, 엔비디아 의존 벗어나 AI 칩 독자 개발 바람

최근 빅테크들은 맞춤형 AI 칩 개발과 성능 향상에 적극 나서는 중이다. 이를 통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은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AI 인프라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중이다.

이 중 구글은 올해 4월 AI 추론에 특화된 7세대 구글 AI 전용 칩인 ‘아이언우드’를 공개했다. 자체 AI 칩인 ‘마이아 100’을 개발한 마이크로소프트는 9월 칩에 직접 액체 냉각수를 흘려보내는 냉각 기술을 개발했다. 아마존은 학습용 칩인 ‘트레이니움’과 추론용 칩인 ‘인퍼런시아’를 개발해 클라우드 서비스에 사용하고 있다.

엔비디아를 추격 중인 AMD의 경우 오픈AI에 6기가와트 규모 AI 가속기를 공급하는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오라클 클라우드에도 AI 칩 5만개를 도입할 예정이다. 현지시간 27일에는 미국 에너지부와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 AI 슈퍼컴퓨터를 구축하는 협약을 맺었다.

경희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말고도 다른 빅테크들도 충분히 자체 가속기 칩을 만들면 칩 구입 단가와 전반적인 사용 전력 감소를 통한 데이터센터 인프라 운용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며 “엔비디아의 매출이 연간 60%, 90%씩 성장하는건 이제 어려울테니 규모는 엔비디아가 가장 크겠지만 AI 가속기를 자체 개발하는 빅테크의 성장률이 빠르게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왼쪽부터 구글 제미나이, 오픈AI 챗 GPT, 테슬라 그록. 구글·오픈AI·테슬라

◆ 빅테크, 자체 AI 칩 개발에 따라 산업 지형 재편

빅테크들의 자체 AI 칩 개발은 AI 반도체 시장이 다변화되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기존에는 AI 학습에 사용되는 GPU 수요로 인해 엔비디아가 독주하는 체제가 만들어졌지만 AI가 발전하며 제공 가능한 서비스가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초기 시장에서는 데이터로부터 패턴과 규칙을 학습하는 AI 모델이 필요해 테이터센터 중심의 고성능 반도체가 필요했다. 하지만 현재 시장에서는 학습된 지식을 새로운 데이터에 적용해 결론을 도출하는 추론 AI 모델로의 전환이 이뤄지는 중이다.

빅테크 기업들의 경우 서비스를 경쟁하는만큼 중간에 투입되는 반도체 제품들을 빠르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오픈AI의 챗 GPT나 구글의 제미나이 등이 최신 모델을 내놓는 경우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록 관련 제품 단가가 올라가고 시간이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자체 AI 가속기 칩 개발이 가능하면 이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경희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GPU 독주 이후에는 각 빅테크 기업들이 자신들의 요구에 맞는 반도체, 특히 AI 가속기를 만들어내면서 AI 반도체 자체가 다변화되는 시기로 진입할 것”이라며 “빅테크들은 빨리 최신 모델을 만들어야 하지만 엔비디아에만 의존하는게 데이터센터 운영비나 반도체 공급받는 시간 등 납기가 안 맞기 때문에 자신들이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초고다층 MLB, RF PCB를 생산하는 대구광역시 달성군의 이수페타시스 공장 전경. 이수페타시스

◆ 국내 메모리 업체 수혜 가능성…엔비디아 공급망 대체

AI 가속기 칩 개발 업체의 증가와 함께 다변화되는 AI 반도체 시장에서는 국내 업체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빅테크들이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마련하는데 엔비디아에만 의존할 경우 GPU 등이 공급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우선 테슬라와 삼성전자의 22조7,000억원 규모의 차세대 AI 칩 파운드리 위탁 생산 장기 계약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테슬라가 삼성 파운드리 문을 두드린 이유가 2025년 말 출시를 목표로 한 차세대 AI 모델 '그록 5'를 개발하는 상황에서 엔비디아의 제품 공급까지를 기다릴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AI 반도체에 필수적인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공급하는 SK하이닉스도 시장 다변화에 수혜를 볼 기업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DDR 메모리 모듈 장착에 필수적인 초고다층 인쇄회로기판을 생산하는 이수페타시스와 DDR 메모리 모듈용 인쇄외로기판을 공급하는 티엘비도 빅테크 독자 개발 움직임에 따른 수혜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경희권 연구원은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AI 가속기로의 다변화가 삼성전자의 수주 가능성을 많이 높여준다고 볼 수 있다”며 “AI 가속기도 메모리를 달아야하기 때문에 그래픽 DDR도 많이 채용할 것으로 보여지니 시장 다변화는 국내 메모리 사업에 전반적으로 상당히 좋은 현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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