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맞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별도 회동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같은 시나리오에 따라 남북경협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테마성 이벤트 성격이 강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APEC 참석을 위해 29일부터 1박 2일로 방한할 예정이다. 2019년 6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동한 이후 6년 만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24일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고 싶다며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 100% 열려있다 라고 말했다.
이후 26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 동행 중인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가 1년간 유예될 것으로 믿으며 미국도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30일에는 APEC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양자 회담을 할 예정이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 갈등의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풀이되는 만큼 중국의 북미 정상회담 중재 가능성도 높아진 셈이다.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북미정상 간 회동이 성사될 경우 아난티, 좋은사람들, 신원, 제이에스티나 등 남북경협주들에 대한 기대감도 커질 전망이다.
이 중 아난티의 경우 2008년 금강산에 골프장과 리조트를 완공한 사업자로 금강산 관광 재개시 사업 우선권 확보에 유리하다. 좋은사람들은 과거 개성공단 입주 경험이 있기에 남북 경제 협력의 수혜주로 평가된다. 신원과 제이에스티나도 과거 개성공단에 입주한 이력이 있다.
하지만 실제 미국과 북한의 관계 개선이 이뤄질지가 아직 미지수인만큼 남북 경제 협력에 의한 성장 가능성을 판단하는데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트럼프 1기 당시에도 정상회담이 이뤄졌지만 실질적인 남북협력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이번 APEC 회의에 깜짝 만남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미국과 북한 간의 관계 개선을 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실제 APEC 회동을 한다 하더라도 트럼프 1기 때도 봤듯이 계속해서 관계 개선이라던지 남북경협으로 이어질지는 상당히 불투명한 부분이라 큰 기대를 갖지 않는게 좋다”고 진단했다.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북미 관계 개선 과제
미국이 중국과의 갈등을 완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는 과제가 남아있는 상태다. 북한과 밀착 중인 국가에 러시아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앞서 북한은 2024년 10월 8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약 1만2,000명 규모의 군대를 파견했다. 군대 파병을 계기로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깊어진만큼 북미 정상회담을 조율하는데에는 러시아의 역할도 커진 셈이다.
하지만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방안을 두고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현지시간 22일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동을 취소했다고 밝혔고 러시아 석유회사들에 대한 제제를 가했다.
26일에는 조선중앙통신이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러시아와 벨라루스 국가를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북한 외무상이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직전 러시아를 방문하는 모양새다.
박상현 연구원은 “지금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자체가 종전이 안되고 미러 관계 자체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러시아 지원들이 있는 것도 고려하면 북미 관계 개선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남북경협주 장기 성장에 남북간 실질 협력 논의 필요
북미정상 간 회동이 성사되도 남북경협주의 장기적인 성장이 이어지려면 남북간 실질적인 협력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실제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지속 시도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현지시간 27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남북의 무너지 신뢰를 되찾아 대화를 재개하고 교류를 확대하며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발언했다.
같은 날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역대 개성공단기업협회장들이 참여한 간담회에서 이번 트럼프 대통령 방한때 북미 정상회담 성사시 남북경협 활성화에 대한 업계 요청을 들었다.
하지만 북한은 아직 정부의 관계 개선 시도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미 정상간의 깜짝 회담이 이뤄져도 남북협력은 논의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박상현 연구원은 “남북 간에 실질적인 협력관계와 대화가 선행되야 하는데 지금 그런 분위기 자체가 감지되고 있지 않다”며 “실제 회담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남북경협주에 대해서 큰 기대감이나 무게를 두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 남북경협주, 주가 상승 가능하지만 단기 모멘텀
APEC 정상회의 계기 북미정상 회동 가능성이 제시된 후 남북경협주들의 주가는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아난티의 주가는 27일 전 거래일 대비 6.28% 오른 1만33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기간 좋은사람들의 주가는 2.7% 상승한 2,280원을 기록했다. 신원의 주가는 0.85% 오른 1,785원을 기록했다. 제이에스티나의 경우 4.19% 오른 4,105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남북경협주들의 주가 상승은 북미정상 회동 성사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아직 실질적으로 나온 결과물이 없는 만큼 주가가 단기 테마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나정환 연구원은 “기대감이 있을 수 있으니 주가는 오를 것”이라면서도 “만약 정말로 트럼프 대통령하고 만나게 된다면 단기적으로는 갈 수는 있겟지만 예전에도 잘 안됐으니 단기 모멘텀 정도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상현 연구원도 “일시적으로 기대감 때문에 오른 추세일 수 있으나 트럼프 1기 때도 경험을 크게 한 상황”이라며 “남북경협주 주가는 일시적인 뉴스로 하루이틀 오르는 정도의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당부했다.

















댓글
(0) 로그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