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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과 시공사간 공사비 갈등 최소화”…국토부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 배포

설계 변경·물가 변동 때 공사비 조정 기준 제시

권태욱 기자 2024-01-23 11:23:25
공사비 미지급으로 공사가 중단된 서울 은평구 대조동 대조1구역 주택재개발 현장 모습./연합뉴스

조합과 시공사의 공사비 갈등 여파로 재개발·재건축 공사가 중단되는 사업장이 속출하자 정부가 공사비 분쟁 완화를 위한 표준계약서를 내놓았다. 

국토교통부는 재개발·재건축 조합과 시공사가 공사계약을 체결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를 마련해 배포한다고 23일 밝혔다. 

표준계약서에는 공사비 총액을 바탕으로 시공사를 선정하되, 선정 후 계약 체결 전까지 조합이 시공사로부터 공사비 세부 산출 내역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공사비 산출 근거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방안이다. 

지금은 통상 공사비 총액만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탓에 계약 이후 설계 변경 등으로 시공사가 공사비 증액을 요구할 때 조합은 증액 수준이 적정한지 판단하기 어렵다. 

예를들어 조합이 A등급의 자재를 요구할 경우 시공사는 ‘B등급 자재를 기준으로 총액 공사비를 제시한 것이었다’며 수십억원 증액을 주장하고, 조합은 증액 요구가 과도하다고 맞서며 분쟁이 일기도 했다. 

공사비 세부 산출 내역은 조합이 기본설계 도면을 제공해야 산출할 수 있기 때문에 도면 제공이 없을 경우 입찰 제안 때 시공사가 품질 사양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는 마감재, 설비 등의 사양을 명시한 서류다. 

표준계약서에는 설계 변경과 물가 변동에 따른 공사비 조정 기준도 담겼다. 

설계변경 때 ‘단순 협의’를 거쳐 공사비를 조정토록 해 기준이 모호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표준계약서는 설계 변경으로 추가되는 자재가 기존 품목인지, 신규 품목인지 등에 따른 단가 산정 방법을 제시했다. 

물가 변동을 공사비에 반영할 때는 국가계약법에 따른 지수조정률 방식을 활용하도록 했다. 총공사비를 노무비, 경비, 재료비 등 항목별로 나눈 뒤 각각 별도 물가지수를 적용해 물가 상승을 반영하는 방식이다. 

지금은 공사비 산정 기준일부터 실착공일까지 소비자물가지수 변동률을 적용해 공사비를 조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소비자물가지수는 음식, 의류 등 국민이 많이 소비하는 품목의 물가를 나타내는 지수여서 건설공사 물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다. 

조합과 시공사 간 합의한다면 예외적으로 건설공사비지수 변동률을 활용할 수 있으며, 이 경우 간접공사비, 관리비, 이윤을 제외한 직접공사비에만 건설공사비지수 변동률을 적용할 수 있다. 

또 특정 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 착공 이후에도 물가 변동을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굴착 공사 때 지질 상태가 당초 조사했던 것과는 달라 시공사가 증액을 요청하는 경우에는 증빙서류를 감리 담당자에게 검증받은 뒤 증액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과도한 증액 요구를 막기 위한 조치다. 

다만 표준계약서는 의무가 아닌 권장 사항이기 때문에 표준계약서를 기본으로 한 변형 양식이 활용돼야 공사비 분쟁 완화 효과를 볼 수 있다. 

국토부는 이미 공사비 분쟁이 일어난 사업장은 지자체와 함께 관리하고, 도시분쟁조정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법 개정도 추진한다. 

분쟁조정위의 결정에는 법적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조합이나 시공사가 조정 내용에 반대하는 경우 다시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국토부는 조정위 결정에 재판상 화해 효력을 부여해 확정되면 이의 제기가 불가능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박용선 국토부 주택정비과장은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가 마련돼 그동안 내용이 모호하거나 일방에 다소 불리해 분쟁이 많았던 계약사항들로 인한 분쟁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실제 분쟁이 발생하고 있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지자체와 함께 밀착관리 해나가면서 신속한 분쟁 해결을 위해 분쟁조정위원회에 재판상 화해 효력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법개정 필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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