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현재에 안주하면 도태…끊임없는 변화” 강조
2024-01-03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잔뜩 움츠려 있는 사이, 현대차그룹의 핵심 기업인 현대차와 기아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이끌어내며 ‘글로벌 경제 위기’라는 말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특히 2021년 이후 두 계열사는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현대차와 기아는 영업이익 각각 15조1천269억원, 11조6천79억원을 내며 국내 영업이익 1, 2위 자리에 등극했고, ‘300억 달러 수출의 탑’과 ‘200억 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하는 등 건강한 경쟁을 이어가며 수출을 통한 대한민국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또 현대차와 기아 합산 영업이익률은 10.2%로 전기차 시장의 라이벌인 테슬라(9.2%)마저 앞질렀다.
또 현대차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730만4천282대를 판매하며 이른바 ‘글로벌 자동차 판매 빅 3’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이와 같은 ‘역대급’ 성공은 미시적으로는 친환경차, SUV 등 고수익 차종 판매 전략과 해외 시장 판매 확대 등이 적중한 탓이지만, 업계에서는 본질적으로 품질 경영, 조직 개편 등 그동안 기울였던 혁신 노력의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이른바 ‘혁신 DNA’가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인 것이다.
■ 대대적 체질 개선 통해 실적 전환…글로벌 진출 초석 다져
작년 현대차와 기아가 영업이익 약 27조원을 달성한 것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지난 2021년 이후 3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더욱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앞서 10여년 전인 지난 2012년 현대차와 기아는 11조9천59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래 6년 동안 하락세를 걸었고, 2018년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이익이 3분의 1로 줄었다. 업계 안팎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실질적인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 뒤 다시 6년 만에 영업이익이 약 8배 정도 증가하며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 개선은 정의선 회장이 궤적과 같이 한다. 그는 2018년 9월 당시 총괄 수석 부회장에 올라 세대교체를 통한 인적 쇄신, 조직 문화 개선 등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고, 과감한 투자와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토대 마련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때 다져진 초석 없었다면 현재 현대차‧기아의 화려한 부활은 없었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올 정도다.
체질 개선을 통한 실적 안정화를 이뤄낸 정 회장은 최근 혁신의 ‘고삐’를 더욱 바짝 쥐는 모습이다. 특히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회사로의 대전환, 종합 수소 솔루션 등을 주요 어젠다로 설정하고, 글로벌 경쟁 시장에서 다시 뒤처지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항상 위기라 생각했고, 실제로 난관이 많았지만, 우리는 그 어려움을 성공적으로 극복해 왔다”며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어떤 ‘체질’을 가졌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를 ‘한결같고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지속 성장’해 나가는 해로 삼아, 여러분과 함께 어려움에 흔들리지 않는 건강한 체질을 만들고자 한다”며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한결 같고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꾸준한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멈추지 않는 ‘체질 개선’…성과로 이어지는 인사 전략
역대급 실적을 올렸음에도 정 회장 스스로 밝힌 것처럼 ‘고된 작업’인 체질 개선을 멈추지 않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정 회장은 SDV(소프트웨어로 하드웨어를 조종하는 자동차) 전환을 올해 본격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고, 이와 관련한 연구개발(R&D) 투자 4조9천억원, 설비투자 5조6천억원, 전략투자 1조9천억원 등 투자 계획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투자액은 전년 대비 약 2조원 증가한 규모다.
또 정 회장은 외부 인재영입과 이를 중심으로 한 조직 전면개편에도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 회장은 애플‧마이크로소프트 츨신 송창현 포티투닷 대표를 현대차 사장으로 영입한 이후 인재영입에 힘을 쏟고 있고,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SDV로 전환하겠다는 청사진을 한 단계씩 현실화하고 있는 모습이 관측된다.
정 회장은 당장 AVP(Advanced Vehicle Platform)본부가 소프트웨어 개발을 전담하고, R&D본부는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등 기존 자동차 관련 개발을 담당하는 구조로 조직을 개편했다.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에 있었던 R&D 본부는 송창현 사장 지휘 하에 그룹 내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하게 함으로써 기존의 종속성을 없애고 송 사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정 회장은 신년사에서도 “최근 SDV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소프트웨어 경쟁력, 품질에서 모두 최고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정 회장은 인재영입을 통해 정몽구 선대회장 때부터 중시되던 ‘품질경영’의 기조를 이어가는 동시에 그룹 내 문제로 지적되던 ‘순혈주의’도 타파해나가고 있고, 이와 같은 행보는 올해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앞서 정 회장은 그룹 부회장단을 축소하고 사장단 중심 경영체계를 안착시켰고, 도심 항공기(UAM), 자율주행, 수소연료전지, 로보틱스 등 미래사업을 염두한 인사를 대거 중용했다. 아울러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신규 임원, 40대, 외부인재 등 비율을 대폭 늘렸다.
특히 GM 출신 안전·품질 분야 전문가 브라이언 라토프 부사장을 글로벌 최고 안전 및 품질책임자(GCSQO·사장)로 승진 임명하고, 글로벌기업 BAT그룹 최고인사책임자(CHRO) 출신 김혜인 HR본부장을 부사장에 임명하는 등 인사를 통해 정 회장은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는 한편 조직 유연성을 제고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 회장의 인사 전략은 미국에서 2년 연속 ‘품질왕’에 등극하는 등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정 회장이 SDV 전환과 더불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역시 수소‧전기차 시장이다.
우선 정 회장은 글로벌 수소 생태계를 중동 지역을 시작점으로 구축해 나가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CES 2024’에서 현대차는 수소 벨류체인을 확장해 글로벌 수소 생태계를 만드는 미래 전략을 발표했고, 중동 지역에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를 조성해 수소차와 설치 충전시스템을 보급‧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와 관련해서는 전기차 전용공장과 글로벌 거점기지를 확대하고, 선도적인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정 회장의 의지가 읽힌다.
지난해 11월 연간 2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이 첫 삽을 떴고, 현대차그룹 최초 전기차 전용공장인 광명 2공장도 6월 정상가동을 앞두고 있다.
정 회장은 싱가포르에 스마트 모빌리티 허브단지를 설립하고,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한 인도에 생산공장을 확대하고 있다. 또 한층 치열해진 전기차 시장에서 올해 완공 예정인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을 전초기지로 삼아 본격적인 시장 탈환에 나설 각오도 엿보인다.
■ ‘안전‧자유‧평화’ 인류 꿈 실현은 ‘진행형’
정 회장 경영의 특징 중 하나는 국내 여느 기업보다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특히 공염불에 그치는 수준이 아닌 사업 추진 과정 속의 실질적인 사회적 책임을 언급한다는 점이 차별적인 특징이다.
또 정 회장의 관련 발언에서는 사회적 책임이 필요한 ‘지속가능한 미래’가 궁극적으로 기업의 미래이자 투자라는 그의 가치관이 드러난다.
그는 신년사에서 “‘한결 같고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우리는 고객, 더 나아가 인류와 함께 궁극적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열어 나가야 한다”면서, 환경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아울러 “수소 생태계를 신속히 조성하고, 소형 원자로와 Clean Energy를 통한 탄소중립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전기차 배터리를 비롯한 자원 재활용 등 순환경제를 활성화해 글로벌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에 앞장서 나가야 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인류의 꿈을 실현하겠다는 정 회장의 도전 의식은 회장 취임 이후 첫 신년사를 한 2021년 발언에서도 짙게 묻어있다. 지난 2021년 그는 “쉽지 않은 경영 환경 속에서도 그룹 임직원 모두가 변함없이 지켜가야 할 사명은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함께 실현해 나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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