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REPORT] LG전자, 가전 30조원·전장 10조원 첫 돌파… ‘3년연속 역대 실적’
2024-01-08
2024년 국내 기업의 ‘경영 화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지속과 전쟁 위기 등 대외 변수가 여전히 상존하는 올해, 기업마다 ‘생존’과 ‘성장’을 향한 몸부림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내 주요 대기업마다 불확실한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변화와 혁신이 주요 어젠다(agenda)로 떠오르고 있다.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는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의 미래 전략을 전망하는 ‘연중기획’을 보도한다. [편집자 주]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뚝심경영’이 다시금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3대 미래 먹거리’로 지목한 인공지능(AI)‧바이오(Bio)‧클린테크(Clean Tech), 이른바 ‘ABC’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본격화하면서 구 회장과 LG그룹의 경영 전략이 과실로 맺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구 회장은 ABC 분야의 경쟁력과 차별성 확보를 위해 미래 기술 인재를 대거 중용하는 한편, 글로벌 기업은 물론 ‘맞수’ 경쟁사들과도 협력관계를 맺으며 주력 분야의 내실화를 꾀하고 있다.
이와 같은 구 회장의 행보는 불안정한 대내외 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자, 궁극적으로 취임 이후 그가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던 ‘차별화된 고객가치’ 실현을 위한 승부수다.
■ ‘미래 먹거리’ ABC 사업 7조원 이상 투자…“주력 사업으로 성장”
LG는 ABC사업에 향후 5년 간 약 7조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불확실한 대외 환경 속에서 첨단‧친환경 분야 사업을 주력 사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구 회장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우선 LG는 향후 5년 동안 AI‧빅데이터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에 3조6000억원을 투자한다. 해당 분야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해 선행 기술을 따라잡고, 나아가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계획의 일환이다.
아울러 구 회장이 “미래 준비는 미래 고객의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던 만큼, AI‧빅데이터 분야에서도 고객을 중심에 둔 ‘미래 시장’에 맞춰 전략짜기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구 회장은 구글, 메타 등 글로벌 기업들의 선행 기술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소재‧서비스‧설계 등 제품화 과정과 전 계열사에 AI‧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할 것을 주문했다.
업계 관계자는 “AI‧빅데이터 기술을 통해 구 회장이 지난 2018년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차별적 고객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모습으로 보인다”며 “올해의 경우 가시적인 성과들이 잇따라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실제 구 회장은 지난해 3월 국내 이공계 R&D 인재 초청행사인 ‘LG테크콘퍼런스’에서 “LG의 꿈은 사람들의 삶에 행복한 경험을 드리고 상상을 더 나은 미래로 만들어 모두가 미소짓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LG화학과 LG유플러스에서는 신약‧신소개 발굴과 개발, 업무‧고객 서비스, LG생활건강은 제품 디자인‧화장품 색조 원료 배합 등에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와 LG AI연구원도 차세대 OLED 발광 재료 성능 예측 등을 위한 AI를 개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LG전자는 약 7억개의 제품들에서 얻어진 생활패턴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 요구를 예측하는 자체적인 AI 모델 개발과 LLM(초거대언어모델) 기반의 추론 대화 패턴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지난 2020년 LG경영개발원 산하에 설립된 LG AI연구원을 중심으로 한 기술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앞서 LG AI연구원은 지난 2021년과 지난해 각각 초거대 AI 모델 ‘엑사원’과 ‘엑사원 2.0’을 공개한 바 있고, AI 전문가도 대거 영입돼 연구인력은 현재 약 270명 수준까지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ABC사업 중 ‘B’에 해당하는 바이오 분야에서는 신약 개발‧인수합병(M&A)에 집중하고 있다.
바이오 사업을 ‘LG를 대표하는 미래 거목’으로 지목하기도 한 구 회장은 해당 사업에 향후 5년 간 1조5000억원을 투자한다. 이를 통해 바이오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LG화학은 항암 신약‧세포치료제 등 개발에 속도를 올리는 동시에 M&A를 한층 공격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LG화학은 미국 식품의약국 (FDA)승인 신장암 치료제를 보유한 아베오 파마슈티컬스를 인수하며 사상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LG는 클린테크 분야에는 향후 5년간 1조8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오는 2030년부터 강화되는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구 회장은 클린테크 그 자체가 또 다른 미래성장동력이라고 보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 2022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에서 “LG는 전 세계가 당면한 기후 위기 문제에 책임 의식을 갖고 탄소중립과 신재생에너지 전환, 제품 폐기물 순환 체계 구축 등을 위한 클린 테크 육성·투자 등을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등은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태양광 패널 필름용 POE, 배터리 교환 시스템(BSS)사업‧재생에너지 전력망 통합 관리 등 사업을 확대하고 있고, LG전자와 LG유플러스 등도 전기차 충전인프라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LG화학은 바이오·생분해 제품 개발을 위해 지난 2022년 글로벌 4대 메이저 곡물 가공 기업인 미국 ADM과 협약을 체결했고, 내년까지 7만5000t 규모의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PLA) 합작공장을 짓고 원재료·제품을 통합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또 지난해 북미 친환경 연료전문업체 지보와 손을 잡고 바이오 원료 기반 플라스틱의 ‘업계 최초 상업화’를 위해 매진 중이다.
■ ‘적과의 동침’ 결단…등기이사 재선임, 힘 싣는 이사회
구 회장은 국내 경쟁사들과 잇따라 ‘동맹’을 맺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치열해진 글로벌 경쟁 상황 속에서 이른바 ‘코리아 원팀(Korea one team)’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미국 IPA, 유럽 탄소세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경쟁사들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글로벌 기업들과도 협력 관계를 구축하며 경쟁력 강화를 꾀하는 모습도 함께 관측되고 있다.
LG는 최근 삼성과 프리미엄 TV 생산을 위해 손을 잡았다. LG와 삼성은 최근 향후 5년간 LG디스플레이의 ‘화이트 OLED’ 패널 수백만대를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TV 화면에 넣는 계약을 체결했다.
글로벌 TV 시장의 1‧2위를 다투고 있는 양사의 협력은 중국 기업을 필두로 한 저가 TV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앞서 지난해 LG전자의 OLED 노트북에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를 탑재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던 만큼 반도체, 화학, 소재 등 분야에서도 협력 관계를 이어나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LG는 현대차와도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현대차와 합작해 인도네시아와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고, LG전자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2024년형 GV80에 탑재됐다.

이밖에도 LG는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등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관계도 확대해 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10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8일 LG전자 경영진과 회동을 갖고 확장현실(XR), AI 등 분야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LG전자가 지난 연말 조직개편에서 HE사업본부 산하에 XR 사업 담당을 신설하는 등 XR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메타와 합작한 XR 제품이 시장에 선보일 수 있을지 주목되는 분위기다.
이와 같은 구 회장의 경영 행보에 이사회도 힘을 싣고 있다. 지난달 27일 LG는 이사회를 열고 오는 27일 예정된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구 회장을 등기이사로 재선임하는 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이사회는 구 회장에 대한 등기이사 추천 사유를 통해 “구 후보는 2018년 6월부터 당사 대표이사로서 회사를 안정적으로 이끄는데 기여해 왔다”며 “앞으로도 LG가 미래 신사업 발굴, 핵심 기술과 원천 기술에 대한 R&D 투자, 우수 인재 확보를 통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주주 가치 제고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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