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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SK, AI 혁신의 서로 다른 두 얼굴

생활밀착형-소프트웨어 중심의 삼성
기술 파트너십-하드웨어 중심의 SK
위로부터의 개혁과 아래로부터의 개혁
하재인 기자 2024-11-07 10:25:03
왼쪽부터 ‘삼성 AI 포럼 2024’와 ‘SK AI 서밋 2024’ 전경. 삼성전자, SK 제공

2024년 11월 4일과 5일, 삼성전자와 SK그룹은 공교롭게 같은 날 AI 포럼을 개최했다. ‘삼성 AI 포럼 2024’와 ‘SK AI 서밋 2024’는 모두 AI 기술을 논의하는 자리였지만, 행사 주제와 접근 방식, 리더십 스타일에 있어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이 두 포럼은 AI에 대한 두 회사의 철학과 비전을 드러내며, 한국 AI 산업의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기회가 됐다. 

생활밀착형-소프트웨어 중심의 삼성

삼성전자는 이번 포럼에서 AI가 일상에 어떻게 녹아들 수 있는지를 탐구했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초거대 AI’라는 주제로,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기반으로 생활밀착형 AI의 가능성을 조망했다. 삼성전자는 AI가 가전제품부터 스마트폰, IoT 기기까지 다양한 소비자 제품에 어떻게 융합될 수 있는지에 주목하며, AI 기술을 통해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려는 목표를 드러냈다.

삼성 포럼의 주요 발표자로는 AI 연구 선구자인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교의 요슈아 벤지오 교수가 초청됐고, 그는 안전한 AI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AI 반도체 스타트업 텐스토렌트의 짐 켈러 CEO도 참여해 AI와 반도체 융합 가능성을 논의하며 삼성전자의 관련 전략에 공감을 표했다. 삼성전자 SAIT(삼성종합기술원) 연구진들은 AI를 일상 제품에 접목하기 위한 연구 사례를 공유하며 AI가 소비자 중심 혁신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삼성의 AI 포럼은 기술 혁신을 통해 소비자와의 직접 접점을 개선하고, AI가 일상 속 편익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점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의 접근이 중시됐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삼성 AI 포럼 2024’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기술 파트너십-하드웨어 중심의 SK

SK그룹의 ‘SK AI 서밋 2024’는 ‘협력으로 만들어가는 AI 생태계’라는 주제로, 기술 파트너십과 생태계 확장에 초점을 맞췄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개회사에서 AI 생태계를 글로벌 파트너들과 함께 구축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고, SK가 AI의 다양한 가능성을 활용해 미래 기술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SK는 여러 기술 기업과 협력해 AI 인프라 확장에 나서고 있고, 이를 위해 오픈AI의 그렉 브로크만 회장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라니 보카르 총괄 부사장을 초청해 기조연설을 맡겼다. 브로크만과 보카르는 각각 AI 기술 발전과 이를 지원하는 인프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시노베이션 벤처스 및 라임즈AI 회장 리 카이푸와 람다 CEO 스티븐 발라반도 포럼에 참석해 AI 기술이 클라우드와 데이터 센터 등 물리적 인프라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했다.

SK 포럼은 AI 생태계를 지원하는 하드웨어 인프라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뒀다. AI 클라우드와 데이터 센터,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적 기반을 강화하려는 SK의 노력은 AI 혁신을 위한 물리적 인프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하드웨어 중심’의 접근을 의미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4’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SK

위로부터의 개혁과 아래로부터의 개혁

이번 포럼에서 두 회사의 AI 혁신은 리더십 스타일에 따라 상반된 방향성을 보였다. SK그룹의 AI 개혁은 최태원 회장이 직접 AI 비전을 제시하며 ‘위로부터의 개혁’을 주도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이는 오너의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그룹 전반에 명확한 목표와 전략을 빠르게 전달함으로써 조직 전체가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장점을 지닌다.

반면 삼성전자는 ‘아래로부터의 개혁’이라는 관점에서 다양한 연구진이 AI를 소비자 경험에 접목하기 위한 시도를 주도하고 있다. SAIT 연구진들이 생활밀착형 AI 프로젝트를 공유하며 각 부서와 연구진의 창의적 시도가 존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혁신으로, 소비자의 실제 니즈에 기반해 기술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삼성의 ‘아래에서 위로’ 접근 방식을 잘 보여준다.

방점이 달랐던 AI포럼 

삼성전자의 AI 포럼은 소프트웨어를 통해 AI가 실생활에 어떻게 스며들 수 있는지를 집중 조명했다. 삼성은 초거대 AI가 가전 제품과 IoT, 모바일 기기에 접목될 때 사용자에게 주는 실질적 편의를 고려하며, 대규모 언어 모델을 통해 개인화된 사용자 경험을 가능하게 하려는 비전을 밝혔다. 삼성의 AI 기술은 일상 소비자의 필요에 맞춰 서비스와 제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에 비해 SK그룹의 AI 서밋은 하드웨어 인프라에 중점을 두고 AI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 등을 통해 AI를 지원할 환경을 구축하려 한다. 이는 AI 생태계 확장을 위한 물리적 인프라와 기술적 협력을 통해 AI가 사회 전반에 활용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는 SK의 전략을 반영한다.

삼성과 SK의 AI 혁신 전략은 상반된 성격을 지니지만, 이들이 한국 AI 산업에 주는 파급력은 상호 보완적일 수 있다. 그러나 AI 산업은 엔비디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승자독식이 강하게 작용하는 시장이다. 빠른 의사결정과 전사적 대응이 필요한 AI 시장에서는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하고 자원을 집중시키는 SK의 전략이 삼성의 ‘아래로부터의 개혁’ 접근보다 유리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삼성의 다양성과 창의성에 기반한 접근도 소프트웨어 중심 AI 생태계의 다양성에 기여할 수 있겠으나, AI 분야에서 빠른 시장 장악을 목표로 하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SK의 ‘위로부터의 개혁’이 보다 효과적인 전략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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