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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수첩] 사고 나흘 만에 나온 매일유업 사과문

하재인 기자 2024-12-18 15:03:35
한양경제 하재인 기자

매일유업이 최근 멸균우유에서 세척수가 혼입된 사고로 큰 파문을 겪었다. 해당 사고로 인해 대기업 연구소 직원들이 집단 복통을 호소하며 사회적 논란으로 번졌다. 김선희 대표이사의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뒤따랐지만, 이번 사태는 단순한 품질 관리 실패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이는 매일유업이 품질과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식음료 산업에서 과연 체계적이고 철저한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대기업 연구소의 구내식당에서 벌어진 이번 사고는 특히나 충격적이다. 기업 직원들의 건강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급식 체계에서 유통된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매일유업은 해당 제품이 특정 고객사로만 납품된 약 50개라는 점을 강조하며 피해 규모를 최소화하려 했으나, 사태가 사회적으로 주목받게 된 배경에는 대기업이라는 상징적 공간과 직원들의 집단적 증상이 있었다. 소비자들이 우유 한 팩에 기대하는 최소한의 신뢰마저 무너진 순간이었다.

사과문에서 매일유업은 밸브 작동 오류라는 기술적 문제를 원인으로 지목하며 소프트웨어 개선과 품질 관리 체계 강화를 약속했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한 기술적 오류가 아니라 이를 방지하지 못한 시스템 전반의 결함에 있다. 우유 제조 과정에서 세척수가 혼입되는 과정은 어느 한 순간의 실수가 아니라, 예방 체계와 점검 프로세스의 부재가 만들어낸 결과다. 더욱이 문제를 확인한 이후에도 대응이 지연되며 SNS를 통해 사건의 심각성이 확산되었고, 루머와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이번 사태는 매일유업의 위기 대응 방식 역시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사건이 공론화된 뒤 나흘 만에야 공식 사과문이 발표되었고, 그 사이에 부정적인 여론이 급격히 확산됐다.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오늘날, 기업의 위기 관리 능력은 단순한 사과와 회수 조치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투명한 정보 공개와 신속한 문제 해결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대기업이라는 매일유업의 브랜드 이미지와 공신력을 고려할 때, 이번 대응은 아쉬움을 남길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이 단지 매일유업만의 문제일까? 국내 식음료 업계 전반이 소비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만큼 철저한 품질 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할 때다. 매일유업이 특정 고객사로 납품된 제품만 문제라고 설명했지만, 이런 문제가 일반 소비자에게도 동일하게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을 할 수 없다. 더불어, 식품 안전 관리 체계의 구멍은 소비자 신뢰의 문제일 뿐 아니라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매일유업은 품질 관리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단순히 소프트웨어를 개선하거나 관리 매뉴얼을 업데이트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디지털화된 생산 공정 관리, 데이터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 생산 과정 전반에 걸친 상시 점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사고 발생 가능성을 미리 차단할 수 있는 예측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여 소비자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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