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선도하는 '경제 나침반'

트럼프 2기, 한국 시장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자동차, 철강 위기감 고조..희망퇴직 등 선제대응
포항,인천,울산 등 지역경제 ‘휘청’
트럼프 2기 관세정책, 산업 전반 확대 우려
하재인 기자 2025-03-12 10:25:01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정책의 고삐를 죄면서, 한국 시장도 이미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철강과 자동차가 첫 타깃이 되면서 업계는 긴장 상태다.

한국 철강업계는 이미 수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한국의 철강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 줄어든 25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달 10일까지의 철강 수출도 전년 대비 7.8% 감소한 8억 달러에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 관세 조치가 공식 적용되기도 전에 한국 철강 수출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 부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경우 철강업계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다만, 기존의 대미 철강 수출 쿼터 제한이 해제되면서 수출 물량이 증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의 저가 공세 속에서 한국 철강업체들이 관세 장벽을 넘어설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 부두. 현대자동차·기아

자동차, 철강 위기감 고조..희망퇴직 등 선제대응

포항을 중심으로 한 국내 철강업계는 이미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대제철은 포항공장에서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며, 포항2공장 가동을 축소했다. 포스코 역시 지난해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을 폐쇄한 데 이어 1선재공장까지 닫았다. 이에 따라 철강산업 중심지인 포항의 경제도 침체를 겪고 있다.

철강뿐만 아니라 자동차 업계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2일부터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자동차 산업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인천의 한국GM은 미국 수출 비중이 83.8%에 달하는데, 관세 부과 시 가격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한국GM 철수설까지 나오고 있으며, 협력업체 3000여 곳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한국GM은 미시간주 GM 본사와 현지 공장을 방문해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한, 노조는 정책 토론회를 열고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포스코

포항,인천,울산 등 지역경제 ‘휘청’

울산의 현대차도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지난해 울산의 자동차 수출액 274억 달러 중 150억 달러(55%)가 미국으로 향했다. 자동차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울산 지역 경제 전반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울산시는 ‘통상정책 비상 대응 전담반(TF)’을 가동해 기업 애로 사항을 해소하고, 싱가포르·베트남 등에 무역사절단을 파견하는 등 수출시장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단기간에 시장을 전환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한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미국을 방문해 미국 행정부와 실무협의체를 구성했으며,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도 곧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정부는 무역위원회를 개편해 덤핑 조사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4과·43명으로 운영되던 무역위원회를 6과·59명으로 확대하고, 철강·금속·기계 제품의 덤핑 조사를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정부가 한국의 관세 면제 요청에 확답을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한·미 FTA 재협상을 통해 관세 문제를 완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더욱 강경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국 정부의 협상력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간 11일 워싱턴DC의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기업 최고경영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2기 관세정책, 산업 전반 확대 우려

트럼프 대통령이 2기 집권과 함께 관세 장벽을 높이는 것은 한국 기업들에 지속적인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철강과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향후 반도체·배터리·선박 등 다른 품목으로까지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기업들은 수출 시장 다변화, 현지 생산 기지 조정 등을 통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는 국제 협력을 강화하고, 한·미 무역협정 내 유리한 조항을 활용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한국 경제에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기존의 미국 중심 수출 전략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시장을 개척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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