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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주최사 임의대로 정하는 '장관상', 이대로 괜찮나?

"고용만 늘리면 장관상 수여"…포상 제도 신뢰 ‘흔들’
수상 기업, 실제로는 부실 경영 상태
노동부 “심사 주최사에 일임”…책임 떠넘기기?
이현정 기자 2025-04-10 11:47:32
상상인그룹CI. 홈페이지

정부가 수여하는 장관상은 특정 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사회의 본보기와 그 기여를 인정해 수여한다. 수상자에게는 상징적 명예와 함께 모범적 사례로서의 지위가 부여된다. 

그러나 최근 한 부실 금융그룹이 노동부 장관상을 수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상의 공정성과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 "고용만 늘리면 장관상 수여"…포상 제도 신뢰 ‘흔들’

지난 4월 3일 열린 '대한민국 최고의 경영대상' 시상식에서 상상인그룹이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수상 직후 선정 과정의 불투명성과 심사 기준의 모호함, 수상자 공정성 논란이 동시에 제기됐다.

고용노동부에 수상 기준을 문의한 결과, 담당자는 “장관상 심사는 주최사가 진행했으며, 노동부는 임금 체불과 산업재해만 없고 고용이 늘어난다면 별다른 문제 없이 장관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포상의 경우 범죄 경력 등을 조회하지만, 법인인 경우, 범죄 이력을 조회하지 않는다는 점도 밝혀졌다.

■ 수상 기업, 실제로는 부실 경영 상태

수상 기업인 상상인그룹의 주요 계열사는 상상인저축은행,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상상인증권 등 금융 계열사다. 그러나 이들 회사의 최근 경영 상황은 수상과 거리가 멀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19일 상상인저축은행에 대해 경영개선 권고를 내렸다. 부실자산 처리, 자본확충, 이익배당 제한 등 경고성 조치가 내려졌으며, 향후 경영 상태가 악화될 경우 강제 매각이나 영업정지로 이어질 수 있다. 상상인증권 또한 지난해 497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순손실도 473억 원에 달했다.

그룹 전체 실적도 악화했다. 상상인그룹의 연결기준 영업손익은 2023년 647억 원 적자에서 2024년 2,148억 원 적자로 확대됐다. 명백한 부실 상황이다.
이에 대해 상상인그룹은 "2024년 3분기 이 영업손실은 127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42% 손실이 줄어드는 등 매분기 손실 규모를 축소해왔다"고 밝혔다. 앞서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해 4분기 90억 원의 영업이익을 잠정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유준원 상상인그룹 대표. 상상인그룹 제공

■ 유준원 현 대표 '징역 4년' 중형…공시 신뢰 훼손

윤리적 문제도 있다. 유준원 상상인그룹 대표는 2025년 2월 18일, 사기적 부정거래 및 미공개 정보 이용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법 1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185억 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기적 부정거래는 기업공시 제도의 취지를 훼손하고 시장의 공정성과 신뢰를 심각히 해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과 상상인저축은행에도 각각 118억 원과 64억 원의 벌금이 선고됐다. 추징금까지 포함하면 그 금액은 총 273억 원에 달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2019년 두 저축은행에 대해 불법 대출, 허위 보고, 대출 비율 미준수 등의 이유로 과징금 15억 2,100만 원을 부과했고, 유 전 대표에게는 3개월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그는 행정처분 취소 소송으로 맞섰지만 2023년5월 대법원에서 패소해 대주주 자격을 상실했고, 보유 지분 90% 이상을 매각하라는 명령도 받았다.

■ 노동부 “심사 주최사에 일임”…책임 떠넘기기?

이 같은 논란에도 노동부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담당자에게 수상자 선정 기준을 다시 묻자 “모든 절차는 주최사가 주관했다”며 책임을 전가하는 답변만 반복했다. 이는 주최사의 주관에 따라 부적격 수상자가 선정될 가능성을 더욱 키운다.

상상인그룹 측에도 윤리경영 및 준법경영 주장의 근거를 요청했지만, 홍보 담당자는 “저희가 답변드릴 위치에 있지 않다”면서“상상인 그룹은 윤리경영과 준법경영에 앞장서고자 노력해 오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실적이 악화된 기업이 고용만 늘려 장관상을 받는것에 대해 홍보 담당자는“어려운 회사를 인수해 좋은 회사로 만들어 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실 기업이 경영하는 과정에서 고용이 늘어난다고 해서 윤리적 문제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수상의 정당성과 국민 공감대 형성 여부에 대해서는 강한 의문이 남는다.

장관상은 모범 기업을 널리 알리고 사회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야 한다. 그러나 언론사와의 이해관계에 따라 특정 기업에 상이 수여된다면 장관상의 공신력은 심각하게 훼손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포상 대상자의 명단과 공적을 사전에 공개하고, 검증위원회를 운영해 부적격자를 걸러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포상 남발과 기준 불투명성은 결국 정부 정책 전반의 신뢰도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정부 포상은 단순한 ‘상’이 아니라, 사회적 명예와 공정의 잣대를 바로 세우는 제도다. 신중한 개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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