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선도하는 '경제 나침반'

[이효성의 자연에세이] <29> 가장 화창한 계절

하늘은 새파랗고 지상은 싱그럽고
대기는 따뜻하고 향기는 가득한데
날씨도 화창하구나 호시절을 즐겨라
한양경제 2025-05-01 09:23:11
5월은 밝은 햇빛, 푸른 신록, 꽃 향기로 화창하다. 이효성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양력인 그레고리력에서 봄은 3, 4, 5월의 3개월이지만 그 중에서도 5월은 기후적으로 봄을 가장 잘 대표하는 시기다. 

3월은 아직 상당히 쌀쌀하고, 4월은 어지러운 바람이 많이 불어 어수선한데 반해, 5월이 되면 날씨가 안정돼 바람도 거의 불지 않고 매우 온화하고 화창한 날들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5월은 춥지도, 싸늘하지도, 덮지도, 선선하지도 않은 그야말로 따뜻하기만 한 날들이 이어지는 봄 가운데 가장 좋은 호시절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5월을 뜻하는 영어의 ‘메이(May)’는 로마 신화에서 봄의 여신인 ‘마이아(Maia)’에서 유래했다. 봄의 신이 5월의 이름이 될 정도로 5월을 봄다운 봄으로 본 것이리라. 

5월은, 한 시인의 표현처럼, “구김살 없는 햇빛이 아낌없는 축복을/쏟아내는”[이해인, 〈5월의 시〉 중에서] 또는, 다른 시인의 표현처럼, “빛이 충만하고 투명하여/모든 것 드러날 수 있는”[이명희, 〈5월 그대는〉 중에서] 때이다. 그로 인해 5월은 따뜻하고 화창한 날씨가 지속된다.  

이런 화창한 날씨에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과 청보리밭 그리고 연초록 나무들로 세상은 온통 생기가 넘치는 싱싱한 신록으로 눈이 부실 지경이다. “찬란한 초록빛 숲/잎들은 싱그럽게/짙어 가는 모습/눈부시다”[김수잔, 〈오월의 숲〉 중에서]. 연초록의 눈부신 신록이 5월을 더욱 화창하게 만드는 것이다.  

말하자면, 5월의 세상은 온통 싱그럽고 청순한 연초록 신록의 눈부신 푸름으로 더욱더 화창해지는 시절이다. 이런 눈부신 신록과 화창한 날씨로 밝고 맑은 자연을 가졌기에 5월은 ‘계절의 여왕’으로 불려 마땅하다. 

5월에는 화창한 날씨와 푸르고 싱그러운 새 잎들과 함께 매우 화려하고 아름다운 많은 꽃들도 피어난다. 무엇보다 철쭉, 장미, 찔레, 해당화, 모란, 작약, 철쭉, 이팝나무, 아카시나무, 등나무, 오동나무, 으아리, 때죽나무, 쪽동백나무, 밤나무 등의 나무의 꽃들이 핀다. 이때의 꽃들은 4월에 피는 꽃들처럼 잎도 없는 가지에 화사하게 피어난 모습과는 달리 나뭇잎에 가려 있지만 나름대로 화려하고 그 가짓수도 적지 않다.  

이와 함께 개망초, 민들레, 제비꽃, 유채꽃, 메꽃, 튤립, 개양귀비, 매발톱꽃, 금낭화, 붗꽃, 과꽃, 수레국화, 패랭이, 라벤더, 마가렛, 카네이션 등 풀꽃들도 핀다. 이들 다양한 꽃들이 피면 문자 그대로 ‘백화난만(百花爛漫)’이다. 이들 또한 오월의 화창함에 크게 기여한다. “볕 포근히 쏘이고, 푸른 나뭇잎 하늘대고,/하늘대는 잎 사이, 여기저기 붉게 피는 꽃 무데기.”[박두진, 〈5월에〉 중에서]. 

5월의 산과 들에는 초목의 푸른 잎들과 꽃들로 향기도 가득하다. 5월 어간에는 ‘녹음방초(綠陰芳草: 푸르게 우거진 나무와 향기로운 풀)’가 어느 정도 형성된 시기로 각종 나무와 풀들에서 짙은 향기가 풍겨 나온다. 그러니 녹음방초가 꽃보다 낫다는 말도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더구나 이때에는 강한 향기를 풍기는 방향성(芳香性) 풀들도 많이 자란다. 예컨대, 쑥, 들깨, 박하, 더덕, 솔나물, 배초향, 꽃향유, 초롱꽃, 당귀, 구릿대 등이다. 게다가 이때의 나무꽃들은 잎이 먼저 난 뒤에 핀 경우라서 꽃들이 잎에 가려지기에 꽃이 곤충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대체로 그 향기가 강해야 한다. 실제로 장미, 아카시나무, 등나무, 오동나무, 쪽동백나무, 밤나무 등의 꽃들은 그 향기가 매우 강하다. 

이런 따뜻하고 푸르고 화사하고 싱그럽고 향기로운 자연으로 인해 5월에는 기념일이 많다. 예컨대, 근로자의 날(5월1일), 어린이날(5월5일), 어버이날(5월8일), 스승의 날 및 가정의 날(5월15일), 성년의 날(5월16일), 부부의 날(5월21일) 등이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기념일은 역시 5월 1일이다.  

우선 5월 1일은 많은 나라에서 노동절인데다 서양에서는 전통적으로 중요한 봄의 축제일의 하나다. ‘메이 데이(May Day)’로 불리는 이날은 꽃과 잎으로 장식한 ‘메이폴(maypole)’이라는 기둥을 세우고 젊은 남녀가 그 주위를 돌면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전통적인 봄의 축제일이다. 영국에서는 메이 데이 축제로 ‘메이 퀸(May Queen)’을 뽑기도 하고, 미국에서는 꽃과 과자나 케이크가 든 바구니를 이웃집 문간에 놓기도 한다. 

5월은 그 쏟아지는 햇살의 밝음으로, 그 대기의 따뜻함으로, 그 하늘과 대지의 푸름으로, 그 푸름을 구성하는 연초록 잎들의 싱그러움으로, 그 꽃들의 향기로움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이 어울려 총체적으로 만들어내는 화창함으로 가장 안정되고 기분 좋으면서 생기가 넘치는 계절이다.  

5월은 우리에게 다양하고 기분 좋은 감각을 선사한다. 우리는 5월이 있음으로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체험하고 누릴 수 있다. 그러니 5월은 얼마나 고마운 달인가. 만일 ‘환희의 송가’가 가장 어울리는 달을 지명하라면 아마 5월을 꼽아야 할 것이다. 5월의 화창함과 그 화창함의 일부라 할 수 있는 싱그러운 연초록 푸름을 찬양하고 만끽하자. 그리고 그런 화창함과 푸름을 준 5월에 감사하자.



이효성 전 성균관대 언론학과 교수·전 방송통신위원장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
3년 뒤 주택 공급난 닥치나

3년 뒤 주택 공급난 닥치나

향후 2~3년내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공급난 영향으로 집값 상승 우려가 있다고 한다. 특히 차기 정부가 현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을 이어서 시행

DATA STORY

더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