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산 업체가 세계 군용 레이더 시장의 중심에 올라섰다. 기술 이전을 거부당하며 군용 레이더 기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한국은 이제 세계의 몇 안되는 장거리 레이더 자체 개발 기술 보유국이다. 자체 기술을 보유한 국내 업체들은 군용 레이더 수출 경쟁력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군용 레이더, 방어 시스템 운영에 필수적인 요소
군용 레이더는 군사 임무에 사용되는 레이더를 의미한다. 항공기, 선박, 지상 등 다양한 목표물을 탐지하고 원거리 탐지, 사격 통제, 미사일 유도, 전자전 등에 활용된다. 항공기나 미사일과 같은 위협을 조기에 탐지하고 적의 움직임을 파악하기에 방어 시스템 운영에 필수적인 요소로 평가 받는다.
국방기술품질원 지휘정찰2팀 김도영 선임연구원은 “레이더는 전투 과정에서 적의 위협에 신속하게 대응할 기회를 제공하며 전략적인 운용으로 전투 상황의 우위를 확보할 수 있게 해준다”고 강조했다.
이에 특정 환경에 맞춘 목표 달성을 위해 군사 분야 레이더는 방공·해안 감시·지상 감시 등으로 분류된다. 최근에는 기계식 레이더에서 AESA(능동 전자주사식) 레이더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AESA 레이더는 전자적으로 빔의 방향을 변경하거나 집중시킬 수 있어 기존 기계식보다 더 넓은 범위와 정밀도로 목표를 추적할 수 있다.

지정학적 불안정성 증가에 군용 레이더 시장 성장
기술 발전과 함께 군용 레이더 시장도 지속 성장하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군용 레이더 시장 규모는 460억7,000만달러로 평가 받았다. 2032년까지는 연평균 20.96% 성장한 2,111억2,000만달러가 될 전망이다.
시장 성장은 지정학적 불활실성 증가로 인한 국가 방공 시스템 및 레이더 조달 증가가 견인했다. 현재 세계 각국은 국가 간 분쟁 심화로 인한 안보 우려 대응을 위해 국방 예산을 확대하며 군용 레이더를 포함한 첨단 기술에 투자 중이다. 여기에 2020년대 발발한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서 활약한 드론 및 무인 항공기 탐지를 위해 군용 레이더의 필요성도 커진 상황이다.
H&I글로벌리서치는 “군용 레이더 시장은 지정학적 긴장, 국가 안보 강화의 필요성, 무인 항공기의 위협 증가, 정교한 탐지 능력을 필요로 하는 스텔스 기술, 글로벌 방위 부문 전반의 현대화 이니셔티브에 힘입어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세계 12번째 장거리 레이더 자체 개발 국가
군용 레이더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개발 기술을 확보한 국가는 10여개국에 불과하다. 이 중 장거리 레이더를 자체 개발 및 생산할 수 있는 국가는 미국, 러시아,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선진국과 군사강국에 한정된다.
여기에 한국도 2020년대에 장거리 레이더 개발에 성공하며 장거리 레이더를 생산할 수 있는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 2015년에는 미국으로부터 AESA 레이더 기술 이전을 거부당한 후 자체 개발에 착수해 2020년에 시제 1호기를 출고했다. 세계에서 12번째로 AESA 레이더를 개발한 사례다.
지난해에는 국내 기술로 개발한 장거리 레이더가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으며 연구개발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대형 안테나 설계제작과 방열 기술, 신호 집중 운용 및 최적화 기술, 특정 주파수 대역 질화갈륨 소자 기반 반도체 송수신모듈 개발 등 다양한 독자 기술을 확보했다.
방위사업청 윤창문 감시전자사업부장은 “이번 장거리레이더 개발 성공은 우리 군의 방공작전 전력 향상은 물론 함정·항공기·유도무기의 핵심 성능을 담당하는 국내 레이더 기술의 도약을 의미한다”며 “장거리 레이더가 K-방산 성공을 이어나갈 또 하나의 무기체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화시스템·LIG넥스원, AESA 레이더 수출 경쟁력 강화
자체 개발 기술 확보는 수출 성과로도 이어지는 중이다. 지난해 한화시스템은 국내 기술로 개발한 AESA 레이더 안테나를 이탈리아 방산업체에 수출했다. 국내 첫 AESA 레이더 안테나 수출이다.
DS투자증권 강태호 연구원은 한화시스템이 보유한 레이더 기술력과 관련해 “방공 무기체계 레이더 부문에서 진입장벽을 구축했다”며 “레이더는 방공 무기 체계에서 핵심 요소인 만큼 매출 비중이 크다”고 평가했다.
LIG넥스원은 다목적 경전투기 FA-50에 탑재될 공랭식 AESA 레이더를 선보였다. 해당 레이더가 탑재되는 전투기인 FA-50은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이 수입해 운용 중이다.
방위 산업 전반에 활용되는 레이더의 자체 기술을 확보한 국내 업체들은 향후 세계 군용 레이더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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