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톺아보기] 감성주의의 위험한 접근,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제한 입법
2025-05-23
최근 금융당국은 BTS를 키워낸 하이브의 창업자를 검찰에 고발했다. 하이브 상장 전인 2019년 기존 하이브 투자자들에게, 기업공개(IPO)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속인 뒤, 하이브 임원들이 출자·설립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그 보유 지분을 팔게 한 혐의(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다. 하이브의 상장 후 SPC는 보유주식을 매각했고 그 창업자는 사전에 맺은 주주간 계약에 따라 SPC의 매각 차익의 일부를 받았다고 한다. 국세청의 세무조사도 진행중이다.
이에 앞서, 대법원은 지난달 17일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실제로 조직적인 부정거래(시세조종 등)가 있었는지에 관해 검찰이 주장한 합병과정의 불공정성 및 시세조종 의혹에 대한 증거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준으로 충분치 않다면서 원심의 무죄판결에 대한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2015년 9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이후 10년만에 최종 판결이 난 것이다.
사기적 부정거래 사건은 사건 발생후 상당기간이 지난 후 수사가 이뤄진다. 고소·고발에서 실제 기소에 이르기까지 1년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사기적 부정거래의 법정형은 높은데, 실제 처벌 수위은 높지 않은 편이다. 복잡한 회계기준과 내부 의사결정 구조, 다수의 행위자 참여 등으로 책임 소재와 규명도 힘들다. 긴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검찰의 공격이 무리수였거나 또는 행위자의 방패가 효과적이었거나, 어쨌든 그 배경에는 자본시장법 제178조가 지닌 ‘모호함’이 있다.
자본시장법 제178조가 사용하는 ‘부정한 수단’, ‘기망행위’, ‘허위 표시’ 등의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개념은 ‘많은 것을 가진’, 사전에 충분한 법률 검토를 거쳤다고 보이는, 불법의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 주체들을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자로 만들고 있다. 반복적으로 동일 유형 교란이 재생산된다.
사기적 부정거래의 금지는 2009년 자본시장법 제정시, 미국 증권법, 일본 금융상품거래법을 참조해 도입했는데, ‘부정한 수단’, ‘계획’, ‘기교’, ‘중요사항 허위 표시’, ‘기망 행위’라는 추상적 문언으로 구성됐다. 나날이 발전되는 금융상품, 금융거래 행위를 규율하기 위한 불가피한 입법이었단다.
자본시장법 제178조 구성요건은 크게 △부정한 수단·계획·기교 사용 △중요사항에 관한 허위 표시 △그 밖의 투자자 기망 행위로 나뉜다. 부정거래 요건의 해석은 “사회통념상 부정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는 사회통념상 부정하다고 인정되는 일체의 방법을 의미하며, 어떤 행위가 부정한지 여부는 관련 법령의 금지 여부, 투자자의 오인 가능성, 시장의 공정성‧신뢰성‧효율성 훼손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이러한 사기적 부정거래 금지 규정은 그 포괄성·추상성으로 인해 죄형법정주의 명확성 원칙을 침해하기 때문에 보충적·최후적 수단으로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 ‘부정성’의 개념을 제한해 해석하자는 견해도 있다.
서울고등법원 판결(서울고등법원 2011년 6월 9일 선고 2010노3160 판결)은 “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 제1호는~ 그 문언 자체가 지나치게 포괄적·추상적이어서 자칫 형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와 충돌할 우려가 있다. 죄형법정주의와 최대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신중을 기함이 옳다”고 판시하고 있다.
즉, 미공개정보 이용(174조), 시세조종(176조), 내부자거래 등 개별 명확한 규정이 우선 적용되고, 이들이 입증 불가하거나 입법 공백이 있는 경우에만 제178조를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민·형사적 제재의 보완 수단으로 2023년 사기적 부정거래에 대한 과징금 제도(제429조의 2)를 신설했다. 과징금은 경제적 이득의 환수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과징금이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이로 인해 회피한 손실액의 2배에 상당하는 금액 이하이다. 실질적 억지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과징금 액수를 상향할 필요가 있다.
하이브와 삼성 사건은 ‘모호한 법과 집요한 행위’가 부딪히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자본시장법 제178조는 입법 미비와 입증 공백에서 ‘최후 안전판’ 역할을 수행해야 하지만, 무분별한 확대 적용은 법치주의와 기본권을 해칠 수 있다. 실효성 있는 과징금 등 행정제재를 먼저 적용해야 한다.
모호함과 집요함의 경계 사이의 지루한 다툼은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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