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화의 포토에세이] 봄 처녀, 꽃다발 한가득 가슴에 안고
2025-03-11

서울에서 한 시간 남짓 고속도로변에서 보이는 충북 진천 농다리는 늘 주차장이 붐빈다.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옛 농로를 따라 산책하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농다리는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우리 선현들의 지혜가 묻어 있기에, 농다리를 건너며 옛 어른들의 모습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흰 도포 자락, 머리에는 갓을 쓰고, 농다리를 건너는 선비들과 시골 장터를 돌아 소를 몰고 다리를 건너는 옛 모습이 다리를 흐르는 물소리 그 너머로 눈앞에 아른거린다. 강가에는 어김없이 피던 수양버들, 그리고 넓은 나루터, 비가 와서 홍수가 나도 떠내려가지 않은 튼튼한 다리를 본다.

빛이 쏟아지는 강물을 바라보노라면, 학교를 아이들이 가방을 메고 폴짝폴짝 뛰는 모습들이 아른거리고. 눈을 들면 그 어린 시절 뛰놀던 아이들의 모습은 간 곳 없고, 간간이 지나는 관광객들이 조심조심 농다리를 건너는 모습이 보인다.
지금은 농다리를 건너 부자마을로 들어서던 성황당 고개 너머에는 깊고 푸른 물만 가득하고, 호수가 되어 그 옛적 이야기를 전설로만 남겨 놓는다. 아! 그리움이여! 점점 해는 기울건 만, 옛이야기는 햇살에 부서지는 강물처럼, 희미한 추억을 내게서 또다시 지우며 데려가려나.

주말, 시간이 되면 한 번 가보라.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 옛 선현들의 이야기가 숨 쉬는 농다리를 건너 보라. 그리고 성황당 고개를 넘어 호수를 한 바퀴 돌고 나면, 시원한 바람에 묻어오는 산골 내음과 시골 정취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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