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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다이' 테스트 통과 삼성전자 HBM 공급 초읽기…6월 최종 승인 기대

하재인 기자 2025-06-02 15:14:38
삼성전자 36GB 12단 HBM3E.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진행된 엔비디아의 온양 캠퍼스 점검(audit)에서 최소 요건을 충족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시각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퀄 테스트' 통과에 그룹의 사활을 걸고 있다. 고부가가치의 HBM 사업 부진이 실적 부진과 시장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오딧 이후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퀄 테스트 최종 통과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6월말을 목표로 사활을 거는 중"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 온양 캠퍼스는 후공정 전문 사업장으로 꼽히는 곳이다. D램, 낸드 플래시, CMOS 이미지 센서(CIS) 등 제품의 패키징과 테스트가 이뤄진다. 반도체 퀄 테스트 통과 전 실시하는 오딧은 칩의 ▲전기적∙물리적 특성 ▲발열, 수명 등 신뢰성 ▲이상 발생 시 대응 절차가 명확한지 등을 따져보는 절차다.

현재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 가속기' 최고 사양에 HBM3E 12단 제품을 쓰고 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HBM3E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HBM시장에서 뒤처지면서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도 계속 내림세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 6조5000억원 ▲3분기 3조9000억원 ▲4분기 2조9000억원으로 떨어졌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서는 엔비디아에 HBM3E를 납품 중인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매출 기준으로 1위(36%)를 달성했다. 삼성전자는 33년 만에 2위(34%)로 밀렸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퀄 테스트 최종 승인 목표 시점이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 부임 1년과 맞물린 시점도 비상한 관심을 끈다.

전영현 부회장은 2017년까지 메모리 사업부장을 역임한 삼성 반도체 신화의 주역이다. 2023년 반도체사업에서 15조원이 넘는 적자를 낸 후 부진이 지속되자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5월 21일 원포인트 인사를 통해 ‘올드보이’ 전 부회장을 DS부문장에 임명했다.

DS부회장으로 취임한 전 부회장은 'D램 사업 경쟁력 회복'을 어젠다로 제시하고 메모리 사업부장까지 겸임하면서 HBM 차세대 제품 개발을 사실상 진두지휘했다. 지난 2월에는 10나노급 5세대(1b) D램 개선 샘플을 직접 들고 미국 엔비디아를 방문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사업 부문의 모든 영역에서 비용을 최소화했지만, 메모리 사업만은 투자를 계속해왔다"고 말했다.

HBM에서 뼈아픈 패배를 맛본 삼성전자는 차세대 제품인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에서는 반드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각오다.

지난 3월 25년 주주총회에 참석한 전 부회장은 "HBM3E 12단 제품을 빠르게 시장에 공급하고, 차세대 제품인 HBM4에서 또한 고객 수요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분기 실적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는 "10나노급 6세대(1c) D램 기반의 HBM4는 올해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본딩이 처음 적용되는 HBM4 제품의 구체적인 윤곽은 올해 말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연합뉴스

단,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HBM3E 12단 퀄 테스트를 통과해도 단기간에 적자를 흑자로 돌려놓기는 힘들다는 시각이다.

제품 개선을 통해 퀄 통과 가능성은 예년에 비해 높아졌지만, 이미 공급망에 선제적으로 진입한 SK하이닉스가 물량의 대부분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돼 삼성전자가 대규모 물량을 배정받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엔비디아가 공급사 다변화에 대한 니즈가 있고, SK하이닉스의 높은 단가와 마이크론의 낮은 수율로 인해 삼성전자의 HBM 품질이 올라온다면 엔비디아 내 HBM 점유율 향상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HBM3와 HBM3E 8·12단을 업계 최초로 양산해 엔비디아에 납품 중이다. 'HBM 후발주자'인 마이크론도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 'GB300'에 맞춰 설계한 HBM3E 12단 제품의 대량 양산에 들어간 상태다. 반면 삼성전자는 당초 퀄 테스트 통과 시점을 6~7월로 잡았지만 일정이 지연되면서 사실상 하반기는 돼야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삼성전자 HBM3E 12단 제품의 엔비디아 '단품칩 인증'은 사실상 통과된 것으로 볼 수 있고, 엔비디아에서도 '쓸만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들었다"며 "현재는 완성품 인증 절차를 진행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요구 사항에 맞춰 HBM3E 12단 제품을 개선해왔으며, 현재는 납품을 위한 퀄 테스트를 받고 있다. HBM 퀄 테스트는 D램 단품의 성능을 평가하는 '단품칩 인증'과 이를 적층해 완제품 상태에서 성능을 검증하는 '완성품 인증'으로 나뉜다. 삼성전자는 앞서 HBM3E 8단 제품의 단품칩 인증은 두 번 통과했으나, 완성품 인증에선 모두 탈락했었다.

단품칩 인증이 퀄 테스트 가운데 가장 난이도가 낮은 만큼, 아직 공급망 진입 여부에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퀄 테스트 통과 가능성이 예년에 비해 다소 높아졌다는 평가다. 이르면 6월 늦어도 7월초 엔비디아 퀄 테스트 통과를 할 가능성도 있다.

반도체 관계자는 "그간 삼성전자가 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던 이유는 속도와 전력 소모 측면에서 엔비디아의 기대치에 부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그렇다고 설계를 전면 수정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통과해도 엔비디아로부터 유의미한 수준의 수주 물량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선 진입한 SK하이닉스가 GB300에 탑재될 HBM3E 12단의 초기 공급부터 독점하는 구도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특히 엔비디아는 이미 SK하이닉스의 물량이 확보돼 있고, 마이크론도 최근 제품 수율이 올라와 굳이 후발주자인 삼성전자의 HBM까지 물량을 늘릴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오히려 물량 확대로 제품 가격 인하 등의 이슈가 나올 수 있어 고객사들의 상황에 따라 퀄 통과와 물량 확보 등의 계획을 세울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의 경우 성능이 뛰어나지만 가격대가 높고, 새로 공급망에 진입한 마이크론은 아직 수율과 생산능력(CAPA)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때문에 엔비디아는 납품업체 다변화를 염두에 두고 삼성전자를 대안카드로 놓고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삼성전자는 올해 HBM 사업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고, 예상 공급 계획을 상향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의 지난 1분기 HBM 판매량은 10억기가비트(Gb)를 밑도는 수준이었고, 2분기 또한 유사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엔비디아 납품 가능성을 고려해 3분기에는 판매량이 현재의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1분기 실적발표에서 "HBM 판매량은 1분기 저점을 찍은 후 매분기 계단식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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