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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보험사 속속 요양 산업 진출… 공적 돌봄 '공공성' 목표와 정면 충돌

요양업계 “요양산업 시장화되면 공공성 무너져”
금융지주 보험사 진출 따른 ‘빈익빈 부익부’ 우려
“고령사회 대응 위해 대규모 사업자 필요…요양 인구 양성해 체계 갖춰야”
이현정 기자 2025-06-18 17:38:42
KB골든라이프케어 서초빌리지.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돌봄 국가책임제’ 공약에 따라 금융지주 보험사들이 앞다퉈 요양 산업 진출에 나서고 있다.

하나생명이 KB라이프와 신한라이프에 이어 국내 보험사 중 3번째로 요양 산업 진출에 출사표를 던지자 요양업계는 공공성이 무너질 것을 우려하면서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함께 돌보는 ‘돌봄 국가책임제’를 앞세우면서 고령사회에 대응해 통합적 지원체계 마련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8월 보험사의 부수 업무에 ‘재가요양기관’ 설립을 포함한 바 있다. 부수 업무로 재가요양기관 설립이 허용되면서 금융지주 보험사들의 요양산업 진출이 더 활발해 질 것으로 보인다. 보험 산업은 저출생‧고령화로 정체를 겪고 있는데 요양사업을 블루오션으로 선정하고, 너도 나도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분주한 모양새다.

현재 요양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보험사는 KB라이프와 신한라이프 2곳이다. 여기에 하나생명이 지난 16일 ‘하나더넥스트 라이프케어 주식회사’ 법인 설립 등기를 신청하면서 신규 진출했다. 현재 경기도 고양시에 시설 설립을 위한 부지를 매입하고 설계를 준비 중이다.

보험사 가운데 가장 먼저 요양사업에 진출한 곳은 KB라이프다.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는 현재 위례‧서초‧은평 빌리지, 평창 카운티를 비롯해 강동·위례·은평 데이케어센터 등 총 7개 시설을 운영 중이다. 올해 하반기 광교‧강동 빌리지 등 신규 요양시설 개소를 앞뒀다.

신한라이프케어는 현재 하남미사, 은평 등 주요 거점에서 요양·주거 시설을 개발하고 있고, 지난해 11월 분당데이케어센터를 열어 시니어 맞춤형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 요양업계 “요양산업 시장화되면 공공성 무너져…영리 추구하다 서비스 질 하락 우려”

이에 대해 요양업계는 금융지주 보험사들이 요양산업에 진출할 경우 공공성이 무너질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한국노인복지중앙회 관계자는 “요양산업이 시장화되면 공공성이 무너진다”며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시설은 공공성을 띄는데 금융지주는 자금을 얼마든지 지원할 수 있고, 보험사가 영리를 추구하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대형 보험사 진출 시 시설 설치 및 토지 건물 소유권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원 30인 이상의 시설은 시설 설치자가 토지 및 건물을 소유해야 하는 규정이 있는데 대형 보험사들은 이를 우회하는 전략을 선택할 가능성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보험사가 영리를 최우선으로 추구하고, 비용 절감을 시도할 경우 돌봄 서비스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나아가 대형 보험사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시장 진출은 기존 중소 규모 요양 시설과의 경쟁을 심화시키고, 자칫 시장을 '싹쓸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간이 지나면 특정 대형 사업자에게 쏠림 현상이 발생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또 노인 장기 요양 서비스는 사회 보험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공공성이 매우 중요한데 대형 보험사가 요양 시설을 임대하거나 직접 운영하는 방식은 돌봄 정책의 공공성에 역행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즉 영리 목적의 요양시설 운영이 공적 돌봄 시스템의 목표와 정면 충돌하는 문제와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발생할 것이라며 깊은 경계심을 나타냈다.

한국노인복지중앙회 관계자는 “서민은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해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종사자들도 더 나은 환경으로 쏠림현상이 극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관계자도 대형 보험사의 요양산업 진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현 규정에서 어르신들을 위해 진입할 경우 반대하지 않지만, 규정을 고쳐서 진입하는 것은 강력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회복지가 아닌 금융사가 임대 형태로 영업한다면 요양시설의 개‧폐업이 쉬워져 노인들이 갈 데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의 요양원 입소율이 80%대”라며 “150만명의 요양보호사들은 실제로 현업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단, 현행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요양시설은 토지와 건물을 임차해서 사용할 수 없다.

■ 보험연구원 “현재 요양시설의 영세성 문제…대규모 시설 운영자 필요한 상황”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대규모로 시설을 운영할 수 있는 사업자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오는 2030년 75세 이상 후기 고령자가 되기 때문이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요양시설의 70%를 개인사업자가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개‧폐업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현재 요양시설의 영세성이 문제를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기요양시설 사업의 경우 복지사업의 하나로 수가가 정해져 있어 자체로의 수익이 크지 않다”며 “게다가 초기 비용까지 높아 증가하는 고령 인구에 대응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요양 보호사의 잦은 경력 이탈 문제에 대해 복지전문가들은 “우수한 요양 보호사를 적극 양성하고, 처우를 개선해 늘어나는 노인 문제에 적극 대응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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