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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 각자 대표, 경영에 득인가? 실인가?

정통 ‘화학맨’ 권혁웅 한화오션 대표, 한화생명 각자대표 내정
각자대표 체제,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재 불분명 가능성
김동원 사장 승계, 캐롯손보 흡수합병 책임으로 당분간 불투명
이현정 기자 2025-06-26 19:28:19
권혁웅 한화생명 각자대표 내정자. 한화생명

정통 ‘화학맨’ 권혁웅 한화오션 대표가 한화생명 각자대표로 내정되면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사장의 금융계열사 승계는 당분간 불투명한 모양새다. 각자대표 체제에서 권 내정자와 이경근 내정자 리더십간 불협화음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실적과 건전성 개선, 주주환원까지 산적한 과제에 직면했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권혁웅 한화오션 대표와 이경근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대표가 각자대표로 한화생명을 이끌게 됐다.

이는 7년 만에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차남규 단독대표 체제에서 2019년 3월 여승주 대표가 추가 선임되면서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된 바 있다. 차 대표는 여 대표가 선임된 해 12월 퇴임했다.

한화생명 각자대표로 내정된 권혁웅 한화오션 대표는 1961년생으로 경기고와 한양대 화학공학과, 카이스트(KAIST) 화학공학 석‧박사 과정을 밟은 화학분야 전문가다. 1985년 한화그룹에 입사해 40년간 한화토탈과 한화종합화학 대표이사 등을 지냈다. 권 내정자는 한화오션 인수 마무리 후 첫 대표이사를 맡았다. 지난해 상반기 흑자 전환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이뤄냈다는 평가다. 

이경근 한화생명 각자대표 내정자. 한화생명


이경근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대표는 보험영업 전문가로 한화생명 전략추진실장 및 보험부문장 등을 거쳤다. 이 내정자는 지난 2022년 11월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대표로 선임돼 회사를 흑자 전환하며 법인모집대리점업계 1위로 이끈 바 있다.

각자대표 체제는 통상 영업과 기술과 같이 분야별 대표를 선임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면서 각자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다. 업무 처리의 속도도 빨라진다. 각자대표 상호간 견제로 투명 경영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각자 대표 모두 회사 전체를 대표할 수 있어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질 수 있다. 각자대표간 권력다툼으로 리더십에 불협화음이 생길 수 있는 이유다.

박영재 기업담당 변호사는 “각 각자대표가 빠른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의사결정을 단독으로 하거나 아예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더본코리아의 경우 기존 백종원‧강석원 각자대표 체제에서 백종원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그동안 각자대표 체제에서 발생했던 의사 결정 지연 문제와 책임 소재의 불명확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그동안에는 백 대표가 방송 활동 등 대외 활동을 통해 브랜드 경쟁력을 키우고, 강 전 대표는 재무 등 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식이었다.

두 내정자가 해결해야 할 우선 과제는 실적 개선이다. 한화생명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0.5% 감소한 1천22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급여력(K-ICS) 비율 관리도 시급하다. 한화생명의 킥스 비율은 1분기 말 기준 154.1%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기준 163.7%보다 9.6%포인트(p) 하락했다. 킥스 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한화생명은 주주배당 재개도 요원한 상태다. 지난해 7천20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는데도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해약환급금준비금 영향으로 배당가능 이익이 부족해서다. 김동희 한화생명 재정팀장은 콘퍼런스 콜에서 “해약환급금이 신계약 비중에 정비례해 증가해 적립 규모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법상 배당가능이익은 순자산에서 자본금과 미실현이익, 해약환급금준비금 등을 제외한 금액으로 가능하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배당가능이익이 확보되기 위해서는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기본자본 지급여력(K-ICS) 비율 도입 및 2027년까지 예정된 단계적 할인율 제도 강화, 시장금리 하락 기조 등 영향을 종합적으로 감안했을 때 주주환원에 대해서는 다소 보수적인 접근이 요구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의 그룹 금융계열사 승계는 당분간 불투명해진 모양새다. 김 사장이 주도한 캐롯손해보험이 6년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한화손해보험에 흡수합병돼서다. 기존 한화생명 대표체제에 변화가 생길 경우 김 사장이 대표이사로 발탁될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캐롯손해보험의 한화손해보험 흡수합병 책임에 따라 김 사장의 대표 선임이 유예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권 내정자는 카이스트 박사 출신으로 40년간 한화에너지, 한화토탈에너지스, 한화오션 대표이사 등 주요 보직을 거친 전문 경영인”이라며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한화생명의 사업 다각화와 지속 성장을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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