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공 업계의 성수기가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들의 항공기 정비는 사각지대에 놓였다.
지난해 12월 무안항공 사고가 발생한 이후 국내 LCC들의 항공 MRO 등 정비 문제가 주목받고 있지만 이에 대한 LCC들의 자체 능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항공 MRO는 항공기의 정비·수리·분해조립을 의미한다. 항공기의 안전 운항과 성능 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활동이다. 항공기의 엔진·기체·부품 등 다양한 영역의 정비 활동이 포함된다. 삼정 회계법인에 따르면 세계 항공 MRO 시장은 2023년 939억달러에서 2033년 1,253억달러로 33.4%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항공사 중에서는 대한항공이 유일하게 자체 항공 MRO를 수행할 수 있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해 3월부터 인천 영종도에 5,780억원을 투입하며 엔진 정비공장 신설에 나섰다. 이를 통해 항공기 엔진 정비 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목적이다.
김기홍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한국의 메이저 항공사라 할 수 있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그리고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는 MRO 사업을 할 수 있는 기술력이 충분하다”며 “다른 아시아나 국가에 비해 인건비 등으로 경쟁력은 떨어지지만 기술적인 측면은 더 높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국내 LCC 업체들의 항공 MRO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LCC의 해외 정비 비용은 2019년 3,072억원에서 지난해 5,027억원으로 63.6%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해외 정비 비중은 62.6%에서 71.7%로 늘었다.
국내 LCC 업체들은 대한항공에 비해 항공기 숫자가 적고 운항 시간이 길기에 보다 항공 정비 능력이 필요하지만 해외 의존도는 줄어들지 않은 셈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항공사별 월평균 여객기 운항 시간은 △제주항공 420시간 △티웨이항공 392시간 △대한항공 356시간 △에어부산 346시간이었다. 저비용 항공사인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의 운항 시간이 대한항공보다 길었다.
항공기 사용 연수도 LCC들이 평균적으로 대한항공보다 높았다. 항공기술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항공사별 항공기 평균 기령은 △에어서울 14.33년 △제주항공 13.81년 △티웨이항공 13년 △대한항공 10.61년 △에어부산 10년 △이스타항공 8.86년이었다.
반면 항공기 숫자는 대한항공이 LCC를 압도했다. 항공기 대수는 △대한항공 169기 △제주항공 43기 △티웨이항공 42기 △에어부산 20기 △이스타항공 15기 △에어서울 6기를 기록했다.

정부도 국내 LCC의 항공 MRO 능력 부족에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상황이다. 2021년 국토교통부는 '항공 정비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올해까지 국내 정비 비중을 70% 이상으로 개선하겠다고 공언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국내에서 특히 LCC들이 정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MRO 정책 방향은 여전히 유효하고 강화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항공기 정비 시 안전 기준에 대해서도 항공사들의 규정 준수 여부를 지속 확인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운항 안전과 항공기 감항성 등에서 정비 기준을 규정 중이다. 각국은 ICAO의 기준을 바탕으로 자국의 항공법과 정비 규정을 수립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사들은 국내에서 정비를 하건 해외에서 하건 항공안전법과 국제법에 따른 안전 기준을 당연히 통과해야 한다”며 “항공안전혁신방안에 따라 정비 기준 등을 조금씩 강화하고 있고 현재도 항공사들은 정비 기준은 다 지켜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더해 향후 항공업계에 안전에 대한 규정을 지속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노선 허가에 대한 항공사업법상 조치와 안전 점검·관리에 대한 항공안전법 조치가 이전에는 각각 움직였지만 정책 개정 이후에는 노선 허가나 증편을 위한 사업 계획 변경 허가를 할 때 안전성 검토를 맞췄는지 확인할 것”이라며 “이번에 명확하게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고 아직 규정 개정은 안됐지만 실무적인 업무는 이미 맞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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