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정부의 첫 한미정상회담 성사와 함께 한국과 미국이 경제 협력에 있어 새로운 르네상스를 연다. 한층 강화된 한미 동맹 아래 힘을 더 실어준 조선업에다 남북경협 재개 가능성까지 떠올랐다.
현지시간 25일 미국 백악관에서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이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한국과의 조선업 협력을 기대한다고 발언했다. 한국에서 선박을 구매하고 미국에서 건조하도록 하겠다는 의견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권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한미정상회담이 진행된 기간에는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도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양국 기업들은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계약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국내 조선 업체는 한미 조선업 협력과 관련한 협약을 체결했다. 원자력 분야에서도 투자 및 시장 확대 협력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항공기 신규 도입과 엔지 구매 및 정비 계약과 액화천연가스(LNG) 도입 계약도 이뤄졌다.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조선·에너지·항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구체화되기 시작한 셈이다.

■ 남북경협주, 구체적 일정 나오면 상승 연출
한미정상회담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올해 10월 31일부터 경주에서 열리는 ‘2025년 APEC 정상회의’에 초청한다며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 추진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슬기로운 제안’이라고 화답했다.
앞서 올해 의장국인 한국은 21개 회원국 정상들이 참여하는 APEC 정상회의에 20개 회원국 정상 모두에 초청장을 전달했다. APEC 회원국이 아닌 북한도 비회원국으로 초청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APEC 회의 참석 의사를 밝히고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에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만큼 올해 10월 북미 정상의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남북경협 관련 업체들이 사업을 재개할 여건이 마련된다.
과거 개성공단에서 생산활동을 했던 ‘좋은사람들’의 이날 주가는 전날 대비 7.3% 오른 272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같은 기간 금강산 관광 사업 이력이 있는 ‘아난티’의 주가도 6.8% 오른 1만870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시장 기대감에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정상회담의 멘트 상으로 봤을 때는 긍정적이기는 하다”면서도 “현재는 기대감에 많이 올랐다가 빠지는 수순이라 구체적인 일정이 나와야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남북경협 관련기업의 주가는 전날 대비 상승한 가격에서 거래가 시작된 후 하락세가 이어졌다. 이후 좋은사람들의 주가는 전날 대비 6.94% 감소한 2,345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아난티의 종가도 9,650원으로 전일 대비 4.64% 떨어졌다.
나정환 연구원은 “현실적으로 남북과 미국까지 합쳐서 만나면 관련 주들은 오르겠지만 그게 언제 될지 안될지는 알 수 없다”며 “구체적인 일정이나 실제 계획 같은게 나와줘야 꾸준히 우상향을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뱃고동 더 울린 조선업, 트럼프 2기 동안 탄력 지속
HD현대와 삼성중공업은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마스가 프로젝트 구체화에 힘을 보탰다. 마스가는 미국 조선사업 부활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로 현재 대표적인 한미 협력 사업 중 하나로 평가된다.
HD현대는 미국 서버러스 캐피탈, 한국산업은행과 함께 '한미 조선산업 공동 투자 프로그램 조성'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미국 조선소 인수 및 현대화 △공급망 강화를 위한 기자재 업체 투자 △자율운항·AI 등 첨단조선 기술 개발 등이 주요 투자 분야다.
삼성중공업은 비거 마린 그룹과 ‘미국 해군 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등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 향후 MRO 사업 성과를 통해 상선과 특수선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미국 파트너 조선소와의 공동 건조도 추진한다.
시장에서는 협약 체결이 이뤄진 조선 업체들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모습을 보였다. HD현대는 전날 대비 3.9% 오른 13만6,40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삼성중공업도 4.5% 오른 2만95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이후 양사 모두 장 초반에 비해 주가가 떨어졌지만 전날과 비교해서는 상승세를 유지 중이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함정 건조 관련 법안이나 상선 관련 건조 법안 등이 차차 승인이 나고 관련된 모멘텀들이 확대될 때쯤이면 어떤 체제로 서로 협력해 미국 상선과 함정에 대한 건조를 할지가 구체화될 것”이라며 “그때마다 상승 모멘텀으로 작동할 여지가 충분히 남아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좋은 흐름을 갖고 갈거라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한승한 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조선업 재건을 제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기 대문에 적어도 트럼프 행정부 기간 내에는 단기간에 모멘텀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방산 업체, 탄탄한 수주와 하반기 실적 통해 승부수
한미간 정상회담이 종료된 후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D.C.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국방비를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국방비 증액 의사를 직접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늘어난 국방비는 국군을 스마트 강군으로 육성하는데 사용될 예정이다.
방산 업체들의 주가는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지는 못했다.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는 전날 대비 0.33% 감소한 90만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같은 기간 LIG넥스원의 종가는 0.19% 오른 52만2,000원을 기록했다.
방산 관련 업체들의 경우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시장 기대감을 끌어내지는 못했지만 하반기 성장 동력은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상반기 동안 견고한 실적을 유지했고 하반기 사업도 순조롭기 때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2분기에 연결 기준 매출 6조2,735억원과 영업이익 8,64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16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56% 늘었다. 하반기에는 중동과 유럽 등을 중심으로 수주를 확대할 예정이다.
안유동 교보증권 연구원은 8월 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1, 2차 계약 합산 천무의 물량은 288대로 아직 162대의 잔여 물량이 남아있고 K9 역시 1, 2차 계약 합산 물량이 364문으로 아직 140문 이상의 물량이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잔여 물량들은 2025년 하반기부터 2026년까지의 실적에 기여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답했다.
LIG넥스원은 올해 2분기에 매출 9,454억원과 영업이익 77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6.3%, 영업이익은 57.9% 증가했다.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2' 등의 양산 사업이 지속될 예정이다.
안유동 연구원은 8월 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부터 내년까지 실적에서 수출 비중 상승과 수익성 개선은 필연적인 상황일 것으로 판단한다”며 “올해부터 UAE 천궁2 매출인식이 본격화되면 순차적으로 중동 3개국 천궁2 매출 인식이 오버랩 될 전망으로 2027년 수출비중 37%까지 급증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분석했다.

■ 미국산 LNG 도입 가속화…강관주 주가 동반 '꿈틀'
미국산 LNG 도입도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속도를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알래스카 노스슬로프 지역에서 추출한 천연가스를 약 1,300㎞ 가스관을 통해 니키스키까지 운반하는 사업이다.
한국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 기간 동안 알래스카 프로젝트와 관련해 실무적으로 논의된 건 없다고 거리를 뒀다. 하지만 한국가스공사는 이날 미국 워싱턴 D.C.에서 에너지 기업 트라피구라 등과 함께 2028년부터 약 10년간 미국산 LNG를 기반으로 하는 연 330만톤 규모의 중장기 LNG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가스공사 주가는 전날 대비 1.3% 상승한 4만1,35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지만 전일 대비 2.7% 하락한 3만9,700원에 마감했다. 같은 기간 SK가스의 경우 상승세를 유지했다. SK가스의 주가는 전일 대비 2.49% 상승한 24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가스공사는 올해 2분기에매출 7조6,301억원과 영업이익 4,04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1.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3.1% 줄었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8월 11일 보고서를 통해 “민수용의 경우 미수금에 대한 금융 비용 발생으로 여전히 소폭 증가 추세에 있으며 연내 미수금 조정 단가 반영 역시 아직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유가 하락에 따른 운전자금 감소로 요금 기저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투자 보수율 또한 시장 금리 하락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진단했다.
SK가스의 경우 올해 2분기에 매출 1조8,803억원과 영업이익 1,20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13.9% 늘었고 영업이익은 157% 증가했다.
안주원 DS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 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석화, 산업체 및 대리점 판매량이 현재 수준에서 유지된다고 하면 다양한 차익거래를 통한 마진 확보는 계속 이어갈 예정”이라며 “복합 발전소는 정비 기간을 지나 성수기에 접어들며 가동률도 올라가고 좋은 SMP에 전력판매가 가능할 전망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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