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이 6년 만에 지주사 CJ로 돌아와 그룹의 핵심 부서인 미래기획실을 이끌게 됐다. 액상 대마초 반입으로 물의를 빚은 지 6년 만의 복귀이자, 그룹 전체의 미래 전략을 총괄하는 자리에 오르면서 경영 승계 작업이 본격화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실장이 맡게 된 미래기획실은 CJ그룹의 신수종 사업을 발굴하고 중장기 비전을 수립하는 핵심 부서로 알려졌다. 이번 인사를 두고 재계에서는 이 실장이 그룹의 미래를 책임지는 중책을 맡으면서 경영 능력을 입증하고 승계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CJ 관계자는 "이선호 실장은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 역할을 수행하며 글로벌 식품사업 대형화와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 등을 담당해왔다"며 "지주사에서는 기본적으로 그룹 차원의 미래 성장 동력 발굴과 전략 수립을 담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2019년부터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로 이동한 이 실장은 미국 냉동식품 가공 업체 슈완스의 인수 후 통합(PMI) 작업을 주도했다. 2022년 신설된 식품성장추진실에서는 사내벤처·혁신조직 육성과 한식 발전을 위한 ‘퀴진K’ 등을 추진했다.
CJ에 따르면 이 실장은 CJ제일제당의 활동을 토대로 그룹 전체의 미래 전략을 수립하게 된다. 이에 향후에는 지주사 활동을 통해 계열사 전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는 명분을 내세울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창민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CJ 지주사로의 이동은 일반적으로 경영 승계 작업일 것”이라며 “지주회사니까 전체 계열사를 들여다보니 시야가 넓어진다고 주장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는 “이선호 실장이 그룹 총수의 장남인데 예전 삼성전자의 미전실(미래전략실) 같은 것으로 총수 세습의 전형적인 결과물이 나와 CJ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본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 지주사 복귀 통해 경영 승계 준비할 경우 가시적 성과 필요
지주사 복귀가 경영 승계와 관련이 있다면 이 실장에게는 주주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성과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실장이 CJ제일제당에서 식품성장추진실장을 맡은 동안 CJ제일제당은 해외 매출 비중이 높아졌지만 실적은 불안정했다.
2023년 CJ제일제당은 매출 29조234억원, 영업이익 1조2,915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과 비교해 매출은 3.5% 줄었고 영업이익은 22.4%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29조3,590억원과 영업이익 1조5,530억원을 기록하며 실적을 개선했지만 2022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 실장으로서는 지주사 복귀 이후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한 셈이다.
이창민 교수는 “주주 입장에서는 지주사에 온다고 해서 능력 검증이 된 건 아니니 계속 불만일 것”이라며 “능력 검증이 안됐고 옛날처럼 총수가 계열사를 통제하는 것도 불가능한 시기에 이런 시도를 하는 것도 개별 상장 계열사 주주 입장에서는 별로 탐탁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재벌 총수의 자녀들이 오랜 검증의 과정을 거친다고 하면 그것도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면서도 “그런 경우가 아닌 이상 경영권 세습의 문제는 심각하고 그런 것들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이다. 기업 내부 소유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그룹 지배력 강화 과제…전 계열사 통제 무리 주장도 있어
그룹 지배력 강화도 과제다. 현재 이 실장이 보유한 CJ 지분은 3.2% 수준이다. 경영 승계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지배력을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이 실장이 11.04%의 지분을 보유한 CJ올리브영이 CJ에 합병될 경우 지배력을 높일 수 있게 된다. CJ는 CJ올리브영의 지분을 51.15% 보유 중이다. CJ올리브영은 올해 5월 한국뷰티파이오니어 지분 11.3%를 자사주로 매입했다. CJ로의 합병 발판이 마련돼 지배력을 키울 수 있는 준비가 갖춰진 셈이다.
하지만 지배력 강화에 성공해도 1인 총수 지배가 시대에 맞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과거와 달리 CJ 계열사의 수가 총수 한 명이 전부 파악하기 어려운 규모라는 것이다. 올해 6월 30일 기준 CJ 계열사는 상장회사 9개와 비상장 회상 57개로 66개에 달한다.
이창민 교수는 “1인 총수가 수많은 계열사를 통제하는건 불가능하다”며 “선진적인 대기업 집단의 거버넌스로 바꾸는게 중요하지 겉으로 지주사에 와서 경험 쌓는다고 문제가 풀리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창민 교수는 “상장 계열사의 이사회에서 독립경영을 하게 하고 전문 CEO들이 상호작용 하도록 만들어주는게 중요하다”며 “지금 CJ 계열사가 수십개 되는데 이선호 실장이 다 통제할 수 없다. 어떤 명분을 쌓아도 경영에 좋지 않다”고 당부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과거 구조본(기업구조조정본부)이나 미전실 등 특정 회장이 주도하는 경영 성과가 아예 없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우려되는 점이 더 크다”며 “그런 방식보다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와 기업 내 소유 지배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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