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성의 시사칼럼] 인공지능 시대의 기초 인프라 <1>전력
2025-08-01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을 평화주의자로 자리매김하고, 남북한이 여전히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뿐이며, 따라서 그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달라는 이 대통령의 부탁이 트럼프의 마음을 사로잡아 정상회담이 부드럽게 진행되는 데에 크게 기여했다.
그런데 이는 회담에 대한 준비, 그 진행 과정과 결과 등 회담의 겉으로 드러난 현상적인 모습에 기초한 평가다. 그러나 국가 간의 정상회담에서 평가해야 할 더 중요한 요인은 이런 현상적인 모습 뒤에 가려 있는 두 정상이 대표하는 나라의 국력과 필요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한·미 양국의 국력과 필요라는 요인의 관점에서 이재명과 트럼프의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월등한 국력을 가진 강대국이며 이를 바탕으로 세계를 이끄는 패권국이다. 따라서, 트럼프의 관세정책에서 보듯, 다른 나라에 대해 압도적인 힘을 바탕으로 자신의 원하는 바를 거의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나라에 다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경제력에서 세계 10위권, 군사력에서 5위권의 강소국으로 국력에서는 미국에 미치지 못하지만 그리 만만한 나라는 아니다. 게다가 우리는 미국이 견제해야 하는 중국의 심장부에 아주 가까이에 위치해 있어 미국에게는 지정학적으로 매우 필요한 나라다. 그런 한국은 약 2만8천500명의 미군이 주둔하는 세계 최대의 미군 기지를 제공하고 있는 미국의 강력한 동맹국이다.
더구나 한국은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과 방위산업을 비롯하여 거의 모든 제조업이 발달해 자유진영의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해야 하는 미국으로서는 한국의 도움이 필수불가결하다. 그런 한국에게 미국이 일방적으로 자신의 요구만을 강요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 미국은 세계 최고의 강대국이지만 패권을 노리는 중국의 도전을 물리쳐야 하는 처지에 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 되어 제품 제조 능력으로 부와 힘을 갖게 되었고 그 돈과 힘을 바탕으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패권국이지만 2차 대전 이후, 특히 탈냉전과 세계화 과정에서, 거의 모든 중요 제조업, 심지어는 방위산업에서까지 크게 후퇴했다.
그 결과 미국은 대체로 중요 제품을 설계할 수는 있으나 생산할 수는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예컨대, 반도체, 원자로, 선박 등과 같은 제품의 경우 설계는 할 수 있으나 직접 제조는 할 수 없다. 대부분의 가전제품이나 이차전지와 같은 경우에는 아예 아무런 기술이 없거나 경쟁력이 너무 낮다. 제조업에서 미국이 경쟁력을 가진 분야는 항공기와 첨단무기 등 극히 제한적이다.
따라서 중국의 패권 도전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미국은 조선을 비롯해 자국의 제조업을 부흥시켜야 하나 그 일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뿐만 아니라 시간이 걸려도 쉽게 이루기 어려운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미국은 서방 국가의 경쟁력 있는 제조업체들에게 미국에 공장을 짓고 생산을 하도록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도 여의치 않다.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 인건비와 설비비가 비싸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반도체, 2차전지, 조선, 원전 등과 같은 주요 산업의 경우 자유진영에서는 한국만이 거의 유일하게 생산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미국에게 한국은 일종의 구원투수나 다름없다. 그런 한국과의 정상회담이 삐거덕거리면 그것은 한미 양국 서로에게 커다란 손해를 초래하는 어리석은 결과를 나을 뿐이다.
우리는 아직도 안보적으로 미국의 보호를 받아야 하고 경제적으로 미국의 시장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미국 또한 중국의 견제를 위해서 그리고 미국이 결여한 제조업을 보완하기 위해서 한국을 필요로 한다. 이제 한국과 미국은 서로에게 필요한 전략적 파트너가 된 것이다.
그 파트너십이 순조롭고 더 높은 차원으로 발전하려면 한미 양국이 서로 보완관계에 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다행히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은 그 점을 제대로 인식한 듯하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 정상회담이 무탈하게 끝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양국의 극우세력들은 시대착오적이어서 이런 현실 인식이 부족하다.
우리의 극우는, 이 대통령이 당선된 선거를 부정선거로, 일부 정치 목사 압수수색을 교회 탄압으로, 왜곡해 미 극우에게 고자질 한 데서 보듯, 아직도 미국을 자기들의 구세주로 떠받들기만 한다. 미국의 극우는, 그런 우리 극우의 날조된 주장을 미 정가에 퍼뜨리고, 한국을 겁주고 압박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실제 조지아 주의 현대차와 엘지 엔솔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미 국토안보부 및 상무부에 의한 한국 노동자 대량 체포 및 구금 조치라 할 수 있다. 이는 극우 인사의 고발에 따른 조치였다. 그러나 그 조치는 해당 공사를 지연시키고 미국에 공장을 지으려는 해외 기업들을 망설이게 할 수 있기에 미국에서조차 많은 비판이 나오는 등 자충수로 평가되고 있다.
이제 현실에서 한국은 군사적으로 뿐만 아니라 산업적으로도 미국의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다. 이점은 유명 국제평론가들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예컨대, 미국 외교관 출신의 국제평론가 크리스토퍼 앤더슨은 이재명과 트럼프의 한미 정상회담에 관해 한국을 단순히 돈을 뜯어내려는 대상이 아니라 진정한 파트너로 인식시킨 점에서 놀라운 외교력을 발휘했으며 한국은 이제 세계가 주목하는 외교 강국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안보 차원에서도 한·미의 상부상조의 파트너십이 강조된다. 미국의 국방안보 전문 저널리스트 마이클 스톤은 국방과 안보에서 한국은 이미 미국의 보호가 필요한 나라가 아니라 한미 양국이 서로에게 필요한 동등한 파트너라는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때 백악관 방명록에 이렇게 썼다. “한·미동맹의 황금시대—강하고 위대한 미래가 새로 시작됩니다.” 이 문구는 한국과 미국이 이제 상부상조하는 파트너가 되어 위대한 미래를 여는 새로운 동맹으로 나아가자는 제안이다. 선진 강국이 된 한국이 미국과 함께 세계를 이끌어가자는 전략적 동맹의 제안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이제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으로 성장했고, 군사적으로는 강국으로 부상했다. 이제 미국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자타가 공인하는 선진 강국인 것이다. 더 이상 미국의 보호를 받아야만 하던 약소국이 아니라 미국을 돕는 전략적 파트너로 성장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를 선언했고, 미국을 비롯한 세계는 한국의 새로운 위상을 확인했으며, 이는 향후 한국 외교의 기본자세가 될 것이다.

이효성 주필·전 성균관대 언론학과 교수·전 방송통신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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