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주가가 장기 성장 기대감 속에 가파른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15일(현지 시각) 뉴욕 주식시장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일 대비 3.61% 상승하면서 최근 3 거래일간 무려 17.96% 급등했다. 연이은 호재성 뉴스가 투자심리를 자극한 결과다. 핵심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에게 제안된 대규모 보상 패키지와 물리적 AI(Physical AI)를 통한 미래 성장 비전이다.
■공격적 목표 담은 9,750억 달러 보상안
테슬라 이사회는 9월 5일 머스크 CEO에게 최대 9,750억달러 규모의 신규 보상 패키지를 제안했다. 이는 2018년 제시된 기존 보상안이 올해 초 델라웨어 법원 판결로 무효화된 데 따른 조치다. 새로운 보상안은 성과 기반 주식 4억2,370만 주(현재 발행주식의 약 12%)를 12개 트랜치로 나눠 지급하는 구조다. 각 트랜치에는 테슬라의 시가총액 목표와 함께 △누적 차량 인도 2,000만 대 △유료 FSD 가입자 1,000만 명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100만 대 납품 △로보택시 100만 대 운용 등 고난도 운영 목표가 제시됐다. 모든 목표를 달성하면 머스크의 지분율은 25%를 넘게 된다. 로빈 덴홀름 이사회 의장은 “과도한 요구가 아니라 머스크의 헌신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고 강조했다.
■‘테슬라와 운명 공동체’ 선언
머스크는 스스로 테슬라에 운명을 묶는 행보도 보였다. 지난주 금요일, 신탁을 통해 테슬라 주식 257만 주를 직접 매입한 것이다. 이는 2021~2022년 트위터(현 X)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대규모 지분을 매각한 이후 5년 만에 보유 비중을 늘린 사례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16일 보고서에서 "대규모 보상 패키지가 공개된 이후, 테슬라 주주들에게 신임을 받기 위해 테슬라의 운명과 함께 한다는 모습을 보여줬다"면서 "보상 패키지에 제시된 담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테슬라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붓겠다는 각오"라고 설명했다.
■AI 시장의 다음 장, ‘옵티머스’
새 보상안이 던지는 진짜 메시지는 AI 시장에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다. 초기 트랜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저가 전기차와 FSD 가입자 확대가 필요하지만, 시가총액 수십 조 달러에 달하는 장기 목표를 이루려면 전기차만으로는 부족하다. 관건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다. 로보택시는 규제와 경쟁 심화로 상용화 속도가 더딘 반면, 옵티머스는 대량 생산이 다가오면서 AI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
AI 시장은 이미 에이전틱 AI(Agentic AI)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여기에 옵티머스를 중심으로 한 피지컬 AI가 가세하면 AI의 적용 영역은 디지털을 넘어 물리적 세계로 확장된다. 머스크는 최근 옵티머스 3세대를 언급했으며, 오는 11월 6일 주주총회에서 구체적 생산 목표를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들은 옵티머스를 테슬라의 ‘차세대 성장 엔진’으로 주목하고 있다.
2018년 첫 보상안이 가동된 이후 테슬라 주가는 9배 상승했다. 이번에도 투자자들은 같은 역사를 반복할 수 있다는 기대를 품는다. 텍사스 이전으로 법적 리스크까지 줄인 테슬라가 머스크의 장기 보상안과 옵티머스를 무기로 AI 시대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테슬라 훈풍, K-배터리·로봇株로 확산
테슬라의 대규모 보상 패키지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에 대한 시장 기대가 높아지면서 국내 관련주들도 주목을 받고 있다. 전기차·AI·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군에 걸쳐 테슬라와 연결된 기업들이 성장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대표적인 수혜 업종은 배터리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테슬라의 차세대 4680 원통형 배터리 생산 체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테슬라가 대규모 저가형 전기차 출시와 생산 확대에 나설 경우, 양사의 대형 고객사로서의 지위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에코프로비엠과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등 소재 업체들도 주목된다. 양극재·음극재 수요가 테슬라의 생산 증가와 함께 크게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 공급 계약 체결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주가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16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엘앤에프의 양극재 판매량은 테슬라모델Y 주니퍼 본격 인도 영향으로 NCMA95 출하량이 확대되면서 전분기 대비 38% 증가할 것"이라면서 "연내 차량 인도가 시작될 예정인 모델Y 롱바디와 모델3 플러스 등 테슬라의 신모델에도 NCMA95 채용이 확정됨에 따라 타 업체와 차별화되는 출하 흐름은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터리, 4680 셀 공급망 참여 기대...신재생·ESS는 간접 수혜 전망
자율주행과 AI 슈퍼컴퓨터 ‘도조(Dojo)’ 투자와 맞물려 반도체 업체도 수혜가 예상된다. 한미반도체, 네패스아크 등은 FSD(완전자율주행) 고도화 과정에서 패키징 및 첨단 반도체 수요 증가의 직접적 수혜주로 꼽힌다. AI 칩 성능 개선에 따른 국내 후공정 기업의 기회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는 로보틱스 관련주의 성장 모멘텀을 강화할 수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 등 국내 기업들은 피지컬 AI 확산 기대 속에서 글로벌 협력 가능성이 거론된다. 옵티머스 상용화가 가시화될수록 로봇 투자 심리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테슬라의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확대는 신재생 에너지 업종에도 호재다. 한화솔루션, LS에너지솔루션 등은 태양광 모듈과 ESS 공급망에 참여하면서 간접 수혜가 기대된다. 전기차-배터리-에너지 저장을 연결하는 테슬라의 생태계 확장은 한국 기업들에도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AI 슈퍼컴퓨터(도조), 휴머노이드 로봇(옵티머스), 에너지 사업 확장은 한국의 반도체 후공정, 로보틱스, 신재생 에너지 관련 기업들에게 직간접적인 성장 기회와 수혜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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