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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패러독스]<3> 자본시장과 생산성

‘참을 수 없는 유혹’을 가진 돈의 생산성
한양경제 2023-10-10 13:07:09
수요와 공급이 있는 곳, 교환이 이루어지는 모든 공간 즉, 원하는 것이 있는 사람과 그것을 제공할 의사를 가진 사람이 만나는 곳은 어디나 시장이다. 우리는 그곳에서 무엇이든 구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좋은 정치’를 ‘정치 시장’에서 구하지 못하고, 대학 입시의 해법을 사교육 시장에서 구하기도 어렵다. 사랑하고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함께 천천히 늙어가길 원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결혼 시장의 매물이 된다. 그러고 나선 부동산 시장에서 함께 살 집을 구해야한다. 

우리는 시장을 특히, 자본시장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이왕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누구도 시장을 벗어나서 살 수 없게 된 바에야. 

금융과 자본시장을 얘기하는데 무슨 서설이 이렇게 기냐고 반문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현대 인류가 시장에 대해 어떤 태도와 감정을 가지고 있느냐를 논하려면 지루한 얘기를 조금 더 이어가야 한다. 

왜냐하면 원시 농경시대에선 농부와 어부와 사냥꾼도 만나 서로 만족하는 거래를 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었는데, 왜 지금 우리는 한 번 본적도 없는 사람과 모니터 앞에 앉아서 외로운 전쟁을 해야 하는지 적확하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그것은 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돈 자체가 가진 생산성 때문이다. 참을 수 없는 유혹이니까.

5천만 명이 사는 나라에서 돈을 버는 방법은 5천만 가지나 있지만, 그 5천만 중에서 단 한 사람도 금융시장과 인연을 끊고 생활할 수 없다. 

더 적극적으로 자본시장에 참여하는 사람이라면 돈을 벌기 위해 회사를 다닐 필요가 없고 공장을 짓기 위해서 땅을 사러 다닐 필요도 없으며 빵을 만들기 위해 밀가루를 사러 다니지 않아도 된다. 사놓은 집값이 오르기만 하면 되는데 무엇 때문에 새 집을 지어줄 인부를 구하러 다니겠는가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가격변동의 파도만 잘 타면 행복해질 수 있는 시대를 살게 됐다. 현명한 생존방식에 눈 뜬 우리에게 숭고했던 노동의 가치가 한없이 작게 보이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게 됐다.

자본시장 참여자들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는 ‘자본 생산성’이다. 따라서 이익을 얻으려는 목표에 부합하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다니던 사람들이 자본시장으로 몰리게 된 건 필연이다. 시장에 참여하는 우리는 이익을 많이 얻을수록 더 행복해진다. 하지만 시장에 돈이 무한히 있는 것은 아니다. 

자본시장 자체가 제로섬 게임이라고 할 순 없지만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이 모두가 행복해지긴 어려운 시장의 특성은 인정해야만 한다. 내가 더 많은 이익을 내면 누군가는 덜 벌거나 손실을 내게 되기도 한다. 

시장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이 기회를 가지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하물며 철저하게 제로섬 게임인 파생시장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성실하게 일하고 저축하며 누구나 미래를 꿈꾸던 시대가 끝나고 승자만 행복해지는 시장 원리에 익숙해지고 있다.


조용래 객원칼럼니스트/前 홍콩 CFSG증권 파생상품 운용역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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