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패러독스]<9> 홍콩 H지수 연계 파생증권, ELS의 ‘공포’-中
2024-02-19
파생상품에 대한 사회 일반의 몰이해에 기댄 금융사의 부도덕은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선의를 가지고 만든 금융 상품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판매 은행의 무책임한 태도는 더 실망스럽다. 국민의 신뢰는 사라지고 국민과 이익 경쟁을 벌이는 금융 기업의 탐욕만 남은 셈이다.
해외 채권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결합증권 DLF 손실 사태가 불과 몇 년 전에 있었다. DLF 사태와 판박이처럼 비슷하지만 이번 홍콩 H지수 연계 파생증권 사태의 피해 규모가 훨씬 크다.
그보다 10년 전인 2008년, 키코(KIKO, Knock In Knock Out)사태로 알려진 환율 기반 파생상품 손실 사태도 있었다. 1천개 넘는 중소 수출 기업에게 환차손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상품이라며 판매했었다. 당시 수 조원의 손실이 누구의 주머니로 들어갔는지 수사하지 않았고 처벌 하지도 않았으며 손실을 보상하지도 않았다. 과거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 한 결과는 참혹하다. 같은 과오를 끝없이 반복하게 됐다.
파생상품은 ‘제로섬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 누군가의 손실은 반드시 다른 사람의 이익이 된다. ELS 상품 가입자의 손실이 고스란히 누군가의 이익으로 돌아간다는 얘긴데 그게 누굴까. 그는 분명히 홍콩 H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장외 파생상품 즉, 풋 옵션 매수 포지션을 구축한 사람이다. 그는 또는 그들은 주가가 떨어질 걸 예상했거나 적어도 기대를 했음이 분명하다.
중국 본토의 50개 기업 주가가 떨어져야 이익이 나는 사람이라면 그건 당연하게도 홍콩 H 주식을 보유했거나 그런 기관일 가능성이 크다. 가격 하락 위험을 회피하려는 사람이 지불한 보험료가 옵션 프리미엄(가격)이다. 이 보험료의 일부가 ELS 가입자의 추가 이익이 됐고 그 대가로 가입자는 막대한 원금 손실 위험을 떠안게 됐다는 얘기다.
저금리 시대엔 누구나 단 1~2%라도 이자를 더 주는 은행과 상품을 찾게 된다. 서민의 아쉬운 형편을 핑계 삼아 얄팍한 이자를 얹어주곤 원금이 통째로 날아갈 위험을 떠넘긴 이 상품을 어떻게 만들고 팔 수 있을까. 추가 이익을 원하는 사람에게 정확히 측정할 수 없는 위험을 떠넘기고 재산을 강탈해간다는 면에서 본다면 ‘폰지 사기’와 다를 게 없지 않은가. 이것이 범죄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슨 짓을 더 해야 범죄가 될까.
불완전 판매를 의심받는 은행은 위험을 설명했고 가입자의 동의를 받았다는 입장이다. 파생으로 연결된 복잡한 상품 설계 구조를 정확히 이해한 판매 직원이 얼마나 있었을까. 수수료 수입을 독려받는 직원 입장에서 고객에게 주는 적은 이익은 크게 부풀리고, 원금 손실 위험 가능성은 작은 목소리로 얘기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안전하고 좋은 상품이라면 나부터 가입하고 내 가족과 친구에게 먼저 권유하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 과연 그런 직원이 몇이나 있을까. 내 부모 형제에게도 권하지 못할 물건이라면 만들지도 팔지도 말았어야 한다.
이것이 애당초 불의한 의도를 가지고 설계한 상품이었다면 즉, 거대 자본의 손실 위험을 보상할 수단으로 투자자에게 보험사의 책임을 떠넘기려 만든 상품이었다면 수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수사를 통해 범죄가 입증된다면 처벌과 함께 이익은 환수되어야 하며 피해자에게 보상해 주어야 한다.
국민이 묻고 있다.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지금,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어야 할 대한민국은 존재하는가. 대통령도, 금융감독 수장도 검사가 맡았다. 이왕 이렇게 된 바에야 이 초대형 금융 손실 사태에 검찰 수사 능력이 발휘된다면 좋겠다. 철저한 수사로 사태의 원인과 책임이 가려진다면 국민을 위한 정치의 자리를 검찰 수사 권력이 차지했다고 불평하는 사람에게도 할 말이 있지 않겠는가.

조용래 객원칼럼니스트/前 홍콩 CFSG증권 파생상품 운용역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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