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패러독스]<10> 홍콩 H지수 연계 파생증권, ELS의 ‘공포’-下
2024-02-29
사실 한국의 금융 시장 전체의 분위기는 ‘투기 거래자’도 시장 규모를 키우는 참여자로 인식한다. 그리고 인식하려 한다. 우리 자본시장은 ‘투기’ 자본이든 ‘투자’ 자본이든 구태여 구별해 가며 받아들이지 않는다.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의 자금도 외국인 투자금으로 자유롭게 한국 자본시장에 진입한다. ‘검은 머리 외국인’이’든 ‘파란 눈 외국인’이든 따지지 않는다.
금융 개방이 최고 수준에 이른 우리나라는 인구수 대비 주식 투자자가 가장 많은 나라다. 개인과 기관, 외국인이 뒤엉켜 주식을 거래하는 우리 자본시장 규모는 계속 확장 중이다. 하지만 투자와 Betting(베팅)이 개념적으로 혼재해 있는 우리 시장의 안정성과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자조적인 오명이지만 한국 시장은 ‘글로벌 주식 시장의 공매도 맛집’이다. 아니라 반박하기 어렵다.
애당초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걸 모르고 참여한 게임이라면 그럴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공매도를 완전히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시장 참여자는 많다. 개인 참여자들이 원하는 불가역(不可逆)한 공매도 금지는 우리의 정치 경제 환경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다. 아직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못 돼서 그럴지도 모른다. 이미 들어온 외국계 자금의 유출도 막아야 하고 더 많은 외국인 투자도 유치해야 한다.
하지만 때때로 보일 때도 있고 보이지 않을 때도 있는 어떤 손으로 하여금 개인이 가진 1표의 투표권을 필요로 할 때는 다수가 원하는 공매도 금지를 잠깐 실현시킬 수 있다. 정치가 경제정책을 결정하므로. 그런 경우에만 종종, 가끔씩 무력화되는 공매도는 또한 옳은가. 이 논란의 대상 공매도에 대해 국가는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가.
우리의 민주적인 정치·사회 시스템이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온전히 관리하기 어려운 한계를 분명히 가지고 있다. ‘1인 1표’의 동등한 권리를 인정하는 민주주의조차도 완벽하지 않은데, 하물며 자본주의 경제는 ‘1원 1표’ 시스템이 지배하는 세계가 아닌가. 강자가 지배하는 모순적인 세계에선 강자의 규칙이 지배한다. 오롯이 평등한 경쟁의 원칙은 아직 멀리 있는 것 같다.
공매도를 완전히 금지하는 건 아마도 매우 어려운 선택일 것이다. 그렇다면 개인에게도 허용되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 설령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게 정말 좋은 일인지는 분명하게 말하기 어렵다. 체계적 위험과 비체계적 위험이 동시에 확대될 가능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더구나 공매도 리스크가 궁극적으로 개인투자자의 이익에 기여할 것인지는 전혀 다른 문제이고 오히려 시장의 투기장화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을 경구처럼 믿는다. 고위험은 이익을 얻을 기회에 좀 더 노출된다는 의미일 뿐이다. 기회의 확대와 이익이 커진다는 것이 반드시 같은 의미는 아니란 얘기다. 지불하는 리스크의 원가 개념도, 그 원가를 보상하는 적절한 보상 배율도 스스로 결정해 두어야 한다. 리스크의 이해와 사용은 각자의 몫이지만 충분한 고려가 반드시 필요하다.
100명이 참여하는 시장에선 100명이 모두 다른 리스크에 대한 태도를 가진다. 그 중에서 성공하는 투자자는 분명 자신에게 맞는 올바른 리스크 관리법을 터득한 사람일 것이다. 기울어진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참여하려는 투자자라면, 깊은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조용래 객원칼럼니스트/前 홍콩 CFSG증권 파생상품 운용역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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