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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패러독스]<9> 홍콩 H지수 연계 파생증권, ELS의 ‘공포’-中

파생상품, 재테크 함정의 역사
‘옵션’이 주는 불완전한 가격결정 모델
사회적 합의 없이 도입된 금융상
한양경제 2024-02-19 18:29:55
파생상품은 현대 자본시장의 ‘네비게이션’으로 등장했다. 대항해 시대 인류가 나침반을 가지고 신대륙을 발견했던 것처럼 현대 금융은 파생상품을 가지고 자본주의의 신세계를 열었다. 

하지만 무한 확장하는 이 신세계가 정말 안전한지 아직은 알 수가 없다. 우리가 지금 올바른 경로 위에 서 있는지 위험한 길로 들어섰는지 파악하려면 파생 시장에 대해 좀 더 깊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옵션(파생상품)의 손익구조는 이 세상 어떤 현물 상품과도 다르다. 일반적인 모든 상품은 가격이 100원 오르면 구매자가 100원을 더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옵션은 그 보다 적게 지불해야 할 수도 있고 열 배, 백 배 또는 천 배도 넘게 더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 

옵션의 가격은 본질 가치(Intrinsic Value)와 만기시점까지의 시간 가치(Time Value)를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확히 측정할 수 없는 시간 가치는 만기가 다가옴에 따라 0에 수렴하는 게 당연하지만 때때로 오르기도 한다. 

가격의 상승(Call Option) 또는 하락(Put Option) 가능성을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옵션이라 한다면, 그 ‘가능성’과 ‘시간성’ 때문에 어떤 상품과도 다르게 가격 결정 모델이 불완전하다. 

노벨상을 수상한 블랙과 숄즈의 모델을 보편적으로 사용하지만 가격도(Moneyness)가 특정 시간, 가격대에서 급격히 변하는 ‘비선형성’을 극복하지 못한다. 애당초 시간 가치 변화를 정확히 측정할 수도, 예측할 수도 없다는 의미다. 옵션 가격 변동성은 본질 가치의 변화보다 가격이 변하는 속도 자체에 더 빠르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옵션의 위험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음식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살기 위해,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약품을 섭취하지만, 사실 식품이나 의약품은 인간의 생명을 결정짓는 매우 위험한 제품이다. 환자에 따라선 약 때문에 병세가 악화되거나 심지어 죽는 경우도 있다. 

의사의 처방에 따라선 마약도 약품으로 쓰인다.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경우에도 의사는 위험한 선택을 해야 한다. 선한 의지를 가지고 치료에 임한 의사의 임상적 판단에 따라 선택한 약이 부작용을 일으켜도 환자는 불완전 판매 때문이라 주장하지 않는다. 

의사가 100% 완벽한 판단만을 하는 건 아닐지라도 우리는 기꺼이 의사의 처방을 따른다. 처방약은 반드시 약사의 손을 거쳐 환자에게 전달된다. 제약사는 더 안전한 약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식품 의약품을 관리하는 국가 기관은 그 안전성을 꼼꼼하게 따지고 감시한다. 하나의 약품이 사용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을 들이고 많은 임상 테스트를 거쳐 사용이 허락된다. 필요와 위험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도달했으므로 위험한 약품도 우리는 믿고 먹는다. 

하지만 파생상품은 완전히 다르다, 그에 대한 어떤 사회적 논의도 합의도 이루어진 바 없지만 누군가는 자유롭게 만들고 통제 없이 국민에게 팔고 있다. 

파생상품의 본질적 특성은 보험 상품과 매우 유사하다. 화재 사고든 자동차 사고든 보험에 가입하면 계약 기간 내에 발생한 사고에 대한 피해를 보상해준다. 보험의 종류에 따라서는 보험사가 거의 무한 배상 책임을 진다. 

문제는 여기서 보상을 하는 쪽 즉, 보험회사 역할을 떠맡은 게 이번 홍콩 H지수 연계 파생 증권 상품, ELS의 투자자란 점이다. 보험회사와 가입자의 역할이 완전히 뒤바뀐 셈이다. 약간의 보험료를 추가 이익으로 얹어주며 극단적 손실 위험을 투자자에게 떠넘긴 상품이란 얘기다.

우리 금융 시장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자연재해도 아닌 엄청난 인재를 국가는 언제까지 구경만 하려는 걸까? 국가는 누구의 자유와 누구의 이익을 보호하고 있는가? 파생 구조로 연결된 금융 상품이라면 최소한 식품의약품 안전 관리 수준 이상의 국가 감시와 통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부디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켜야 할 국가의 의무를 더 이상 저버리지 말아주길 기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조용래 객원칼럼니스트/前 홍콩 CFSG증권 파생상품 운용역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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