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평, 태영건설 등급전망 '하향검토'로 내려
2023-12-21

시공순위 16위인 태영건설이 28일 자구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오늘 오전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태영건설은 앞서 이날 이사회를 열어 워크아웃 신청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동성 문제가 심화됐던 태영건설이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은 만기가 도래한 부동산 PF 대출 상환 문제 때문이다.
태영건설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2 개발 사업’을 위해 조달한 브리지론 만기를 이날 갚아야했다. 지하 6층~지상 11층짜리 업무 시설을 짓는 사업으로 당초 이달 18일 만기였으나 대주단과 협의해 열흘을 연장한 상태다. 이지스자산운용과 태영건설은 해당 부지를 1600억 원가량에 매입하기 위해 브리지론 480억 원을 일으켰으나 이 중 432억 원이 잔액으로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말까지 보유한 포천파워 지분 840만 주를 전량 매각해 확보한 265억 원과 2400억 원에 달하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등으로 당장의 급한 불을 끄더라도 내년 1분기 4361억 원 규모의 대출 만기가 추가로 예정돼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내년까지 3조 6027억 원의 우발채무 만기가 도래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이달까지 만기인 PF 보증채무는 3956억원이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함에 따라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 따라 2주간 채무가 유예된다. 부실기업의 신속한 정상화를 지원하는 기촉법은 올해 10월 일몰됐지만 이달 8일 재입법돼 26일부터 재시행됐다. 현재 금융위원회가 워크아웃의 세부 절차를 구체화하는 시행령안을 정비 중이며, 입법예고 등을 거쳐 내년 1월 9일부터 시행한다.
워크아웃은 채권단이 75% 이상 동의하면 개시된다. 태영건설의 주요 채권은행은 산업은행, 국민은행 등이다.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채권단의 관리하에 대출 만기 조정, 신규 자금 지원 등을 받게 된다.
결국 태영건설이 이에 따른 1호 워크아웃 기업됐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업계에서는 부동산 PF 위기감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년에도 건설경기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22조8000억원(한국기업평가·8월말 기준) 규모의 PF 우발채무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PF 위기로 신용등급이 부여된 건설사 21곳 중 올해 등급이 강등(전망 포함)된 건설사는 8곳으로 약 40%에 달한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 10월 일성건설 신용등급 전망을 BB+(안정적)→BB+(부정적)로 하향했고, 지난달에는 신세계건설도 A(안정적)→A(부정적)로 낮췄다. GS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도 A+(부정적 검토)에서 A(안정적)로 하향됐다. 시공평가 22위인 동부건설의 신용등급도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했다.
무엇보다 건설업계의 PF 위기는 금융권 부실로도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9월말 기준으로 부동산 PF 규모는 134조3000원이다. 이에 증권사와 저축은행 등 금융권의 대출금 회수가 강제적으로 이어지면 건설사들의 도미노 파산은 불가피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금융권의 강제적인 자금회수로 인해 우량 건설사들이 일시적 자금난으로 쓰러지는 사태는 막아야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PF 문제가 금융권·건설업권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중이다.
앞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 이른바 ‘F(Finance)4’ 멤버들은 26일 만나 관련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F4’ 논의에 건설사 자금 조달 관련 안건이 올라간 건 그만큼 현재 건설사 유동성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토교통부는 정부·공공기관·협회·학계 등이 참여하는 ‘민관합동 건설투자사업 조정위원회’를 통해 PF사업 정상화 지원을 위한 7가지 조정안을 의결했다. 2008년 금융위기 여파에 따른 부동산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2012∼2013년 조정위가 가동된 이후 10년 만이다.
업계 전문가는 “PF는 우리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도 있는 잠재적 뇌관”이라며 “부동산 PF는 부동산 활황기에는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지만 침체기에 접어들면 부실에 빠질 위험이 매우 크기 때문에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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