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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패러독스]<5> ‘투자자’와 ‘투기자’

목적과 행동 패턴이 완벽히 다른 시장 참여 방식
투자액 작을수록 거래 잦을수록 ‘투기 유혹’에 노출
주식, 비싼 게임…자기만의 투자 방식 개발해야
한양경제 2023-11-26 09:34:09
손실 위험을 무릅쓰고 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은 기본적으로 투자자다. 그럼에도 굳이 ‘투자자’와 ‘투기거래자’를 개념적으로 구분하려는 이유는 그 둘 사이에 건너지 못 할 만큼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 둘은 시장에 참여하는 목적과 시장에서의 행동 패턴이 거의 완벽하리만치 다르다. 틀린 것이라 말 할 수는 없고 다만 다르다. 확실히. 

투자는 장기 목적이 있고 단기 목적이 있다. 주식 거래를 예로 든다면 보유 주식을 최소한 3년 이상 유지하는 사람이라야 중기 투자자로 첫 발을 뗐다고 볼 수 있다. 외국의 경우엔 5년 미만의 투자자는 단기 투자로 보는 경우가 많다. 지분 보유기간이 10년이 넘어야 비로소 장기 투자의 길에 들어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채권의 경우엔 30년 만기 채권이 확실한 장기 채권으로 분류된다.  

장기 투자자는 시세 차익이 아닌 자산 배분의 효율을 추구한다. 전통적 포트폴리오 이론에 따르면 자산을 크게 3등분하여 주식, 채권 그리고 부동산에 배분한다. 주식은 위험자산으로, 채권 그중에서도 선진국의 국채는 확정적인 무위험 자산으로 분류한다. 부동산의 경우는 양면적 성격이 있고 안정적인 주거라는 본질적인 목적이 있으므로 위험과 무위험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자산을 안정적으로 오래 관리할 필요가 있느냐’와 ‘빠른 시간에 이익을 증가시키려는 목적이 있느냐’에 따라 투자와 투기의 구분이 가능하다. 장기투자자인 동시에 단기수익을 함께 추구하는 경우도 있다. 어려운 얘기지만 투기거래자이면서 오랫동안 꾸준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얻으려는 경우도 많다. 사실 누구나 많은 이익을 오랫동안 누리고 싶어 한다는 면에서 참여자의 행동은 시장에서 늘 양면적이다. 

자산을 분배하는 이유는 손실 위험을 관리하기 위함이고 자산의 규모가 클수록 장기적 관점의 관리 전략이 요구된다. 돈을 관리하기 위해서 다시 돈과 시간을 써야하는 즉, 규모의 경제에 이르는 자산 규모는 얼마나 될까. 당장 손에 든 목돈이라 해도 반 년 뒤에 필요한 자녀 학자금이나 내년에 필요한 새 아파트 입주 잔금은 해당되지 않을 것이다. 가진 돈이 적다고 투자자가 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투자보다는 투기에 가까워질 개연성은 확실히 높다. 

6개월 이내에 한 번 이상 거래했고 10만 원 이상 예치된 주식거래 활동계좌는 6천만 개가 넘는다. 경제 활동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자본시장 투자자란 얘기나 마찬가지다. 이 중에 과연 누가 투자자고 누가 투기자일까. 거래 활동이 빈번한 계좌일수록 투기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건 확실하다. 투자 권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은 지금 어떨까. 얼마나 많은 개미들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주식 시세에 눈길을 꽂고 있을까. 그 중에 끝까지 웃을 수 있는 투자자는 과연 얼마나 있을까.

주식거래는 참가비가 비싼 게임이다. 국내 영업 증권사는 많이 줄었다고 해도 60개에 이른다. 그들이 모두 수수료 인하 경쟁을 한다지만 거래 횟수가 늘어나면 비용도 늘어난다. 한 번 거래는 한 번의 리스크를 떠안는다. 내가 선택한 리스크는 그냥 손실 위험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내가 미처 계산하지 못한 원가가 숨어있다. 원가를 보상하지 못하는 수준의 작은 이익을 얻으면서 거래 횟수를 늘이는 것은 그 자체로 도박이다. 오죽하면 증권사 직원들조차 자기들이 받는 ‘고액 연봉은 개미들이 주는 거’라고 할 정도다. 

대박이 나든 깡통을 차든 나의 선택과 책임이고 이왕 같은 결과를 얻을 거라면, 누군가의 조언 보다는 스스로 고민하고 연구해서 자신만의 투자 방식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참여하는 게 아마도 나을 것이다. 수많은 리딩방, 투자 클럽, 증권사 영업직의 권유나 쏟아지는 리포트 중에서 믿을 건 하나도 없다. 이미 거래가 성사된 집에서 고객이 천 년, 만 년 살길 바라는 브로커는 없다. 시장에선 타인의 행복을 위해 조건 없이 선의의 조언을 해 주는 사람은 없으며 큰 이익이 확실한 종목을 자신이 투자하지 않고 남에게 알려주는 바보도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조용래 객원칼럼니스트/前 홍콩 CFSG증권 파생상품 운용역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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