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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의 자연에세이] <22> 다양한 얼음의 세계

놀이의 수단으로 체육에 기여하고
조각의 재료로써 예술에 일조하니
얼음은 엄동의 선물 흔쾌하게 누리자
한양경제 2025-01-27 06:30:03
돌덩이들을 포박한 듯한 연못의 얼음. 이효성

겨울의 특징적인 물상 가운데 하나는 얼음이다.  

얼음은 물이 얼어 고체가 된 것이다. 오늘날 얼음은 냉동 시설에 의해 여름에도 많이 생산되지만, 자연에서의 얼음은 온도가 섭씨 영도 이하로 떨어지는 추운 날씨에서만 생성된다. 여름에 볼 수 있는 우박도 실은 영하의 하늘 높은 곳에서 만들어져 그 무게 때문에 빠른 속도로 떨어져 녹지 못한 것이다.  

얼음은 눈이나 우박처럼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도 있고, 성애, 서리, 서릿발, 고드름처럼 지상에서 생기는 것도 있다. 얼음은 온도가 영하인 지구 모든 곳에서 존재한다. 자연에서의 얼음은 흔히 기온이 0도 이하로 떨어지는 겨울에 주로 생성된다. 얼음은 여러 개의 결정이 조밀하게 모여서 만들어지는데, 얼음 결정은 수소 결합에 의해 연결된 물 분자로 구성돼 있다.  

얼음은 그 결정면의 유무에 따라서 모습이 다르다. 수증기에서 성장한 얼음 결정은, 눈이나 성애나 서리에서 보듯이, 결정면을 형성하기 때문에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눈이나 성애의 결정은 6각형의 형태로 다양하고 아름다운 대칭구조를 띤다.  

그러나 물에서 성장하는 얼음의 결정은 결정면을 형성하지 않기 때문에 쉽게 구별할 수 없고, 얼음 표본의 전형적인 크기는 1㎜~20㎜ 정도인데 오래된 빙하를 이루는 결정은 장기간 지속된 재결정화의 결과로 지름이 50㎝에 이르는 것도 있다고 한다. 

얼음은 눈이나 서리도 포함하지만 흔히 물에서 성장한 얼음을 뜻한다. 물에서 성장한 얼음에는 몇 가지 중요한 물리적 특성이 있다. 얼음은 물보다 밀도가 적다. 물의 밀도가 0.9998g/㎤이나 얼음의 밀도는 0.919g/㎤이다. 따라서 얼음은 같은 질량의 물이 0도에서 차지하는 부피보다 9% 더 많다. 물이 얼면 그 부피가 9% 더 커진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송수관이 얼면 파열하고, 빙산이 자기 부피의 약 10분의 1만을 수면 위에 노출한다. 

얼음에 압력을 가하면 그 녹는점은 압력의 비율로 준다. 즉 압력이 1기압 증가하면 녹는점이 0.0075도 감소한다. 이 때 녹은 물기로 얼음에 윤활작용이 생긴다. 그래서 얼음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면 잘 미끄러지고, 도로 위에 얼음이 얼어 있으면 자동차가 미끄러지게 된다. 한반도 한겨울 추위는 연못, 호수, 개천, 그리고 심지어는 강조차 얼려버린다.  

그 모습을 한 시인은 이렇게 묘사했다.  

“제 몸의 구멍이란 구멍 차례로 틀어막고/생각까지도 죄다 걸어 닫더니만 결국/자신을 송두리째 염해버린 호수를 본다/일점 흔들림 없다 요지부동이다.”[손세실리아, 〈얼음 호수〉 중에서]

그러면 물위에 떠 있던 나뭇잎, 막대기, 지푸라기, 심지어는 돌덩어리나 큰 바위 등 모든 것들이 얼음에 포박되어 갇힌 모습이 된다.  

다른 한 시인은 이 얼음의 포박을 이렇게 사랑으로 표현했다. 

“얼마나 기다렸으면 가랑잎마저 껴안았겠느냐/얼마나 그리웠으면 돌멩이마저 껴안았겠느냐/껴안아 뼈를, 껴안아 유리를 만들었겠느냐/더는 헤어지지 말자고 고드름의 새 못을 쳤겠느냐/내 사랑도 저와 같아서/너 하나를 껴안아 내 안에 얼음을 만들고야 말겠다.”[이기철, 〈얼음〉 중에서]

이처럼 얼음은 시의 소재가 되기도 하지만, 얼음과 눈은 겨울 놀이와 스포츠의 중요한 수단이 된다. 처마에 매달린 고드름은 따먹거나 칼싸움놀이를 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빙판 위에서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스케이트나 썰매를 타기도 한다.  

오늘날은 폭포가 얼어붙으면 빙벽 타기를 한다. 언 호수에서는 얼음에 구멍을 내고 낚시도 한다. 아이들은 성에가 낀 유리창에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눈 위에 누워서 눈도장을 찍기도 하고, 눈으로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눈이 굳으면 그 위에서 눈썰매를 타기도 한다. 스키와 스노보드를 비롯하여 많은 겨울 스포츠가 눈 위에서 펼쳐진다. 

얼음과 눈으로 인해 겨울은 진정한 스포츠의 계절이 된다. 그래서 눈과 얼음을 이용한 겨울 올림픽이 별도로 열린다. 얼음이나 다져진 눈은 간단한 도구만으로도 손쉽게 조각을 할 수 있기에 오래전부터 조각의 대상이 돼왔다. 얼음은 눈보다 더 딱딱하기에 더 오래가고 더 정교한 조각을 할 수 있다. 사실 얼음으로는 돌이나 쇠로는 할 수 없는 매우 정교한 조각 작품을 만들 수 있다.  

특히, 얼음이 빚어낸 얼음꽃은 햇빛이 비칠 때 그 영롱함으로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오늘날은 여름에도 얼음을 생산할 수 있기에 철에 관계없이 큰 행사에는 정교한 얼음 조각품이 행사장을 빛낸다. 눈 조각이나 얼음 조각은 단명하다는 단점이 있으나 겨울에 만들어진 것은 상당한 기간 보존될 수도 있다. 그래서 겨울에는 많은 곳에서 눈 조각 또는 얼음 조각 축제가 열린다. 

물은 얼면 얼음, 우박, 눈, 서리, 성애 등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놀이, 스포츠, 조각, 냉동, 냉장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이기도 한다. 겨울은 그 추위로 우리의 행동을 제약하지만, 반대로 눈이나 얼음으로 여름에는 할 수 없는 별도의 놀이나 스포츠를, 눈 조각이나 얼음 조각과 같은 별도의 예술 활동을, 가능하게 한다.  

이것은 겨울의 추위가 인간에게 주는 보상이다. 여름이라고 좋은 점만 있지 않듯, 겨울이라고 나쁜 점만 있지 않다. 모든 계절이 다 좋은 면과 나쁜 면을 함께 지닌 양면적인 현상이다. 이런 점에서 자연은 매우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효성 전 성균관대 언론학과 교수·전 방송통신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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