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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프레스센터에서]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결정, 과연 성급했나?

3년 8개월간 거래 묶여…최장기 지정
재산권 침해 논란에 역차별 우려도 제기
제도 운용원칙과 시장대응속도 관점서 바라봐야
권태욱 기자 2025-03-31 09:28:15
서울시가 강남 3구와 용산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다시 지정했다. 해제한 지 불과 5주 만이다. 시장에선 오락가락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왔고, 규제 완화가 성급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러나 당시 해제 결정의 배경을 살펴보면 단순한 정책 실패로만 보긴 어렵다. 

토지거래허가제는 1979년 도입된 제도다. 일정 면적 이상의 부동산 거래 시 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도록 한다. 주택의 경우 실거주 목적 외 매매는 제한된다.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실수요 중심의 거래를 유도하는 것이 제도의 목적이다. 

미국, 일본 등도 유사한 규제 수단을 도입한 사례는 있으나, 대부분 특정 지역이나 국유지에 한정된다. 한국처럼 도심 주요 지역을 장기간 규제하는 방식은 드물다. 이유는 명확하다. 사적 재산 처분에 국가가 개입하는 방식이어서 재산권 침해 논란이 뒤따른다. 특정 지역이 반복적으로 규제 대상이 될 경우, 지역 주민에 대한 역차별 우려도 제기된다. 강남은 오랜 기간 규제 중심에 있었고, 이번에도 주요 지정 대상이 됐다. 

강남 3구는 2020년 6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약 3년 8개월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었다. 이는 제도 도입 이후 최장기 지정 사례다. 이로 인해 해당 지역에 규제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불만도 이어졌다. 제도가 일시적 투기 방지 수단이라면,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해제하는 것이 원칙에 부합한다. 

서울시는 이러한 판단 아래 지난달 일부 지역의 허가제를 해제했다. 당시 서울 부동산 시장은 거래량이 급감하고 고금리 부담 속에 수요심리도 크게 위축돼 있었다. 일각에선 해제 시점이 이르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서울시는 시장 정상화 흐름에 맞춰 규제 강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경직된 시장에 숨통을 틔우고, 일정한 거래 유인을 부여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해제 이후 강남권을 중심으로 갭투자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일부 단지 실거래가가 반등 조짐을 보이자 서울시는 다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단행했다. 시장 흐름에 신속히 대응한 유연한 정책 운영으로 볼 수도 있다. 시장은 끊임없이 변동하며, 정책도 그에 따라 조정된다. 이는 오히려 정책과 시장이 유기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상시 제도가 아니다. 시장 과열이 확인됐을 때 한시적으로 도입하고, 안정되면 해제하는 것이 원칙이다. 중요한 것은 규제의 타이밍과 범위가 시장 신호에 기반해 작동하느냐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의 이번 결정은 고정된 규제가 아니라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 가능한 정책임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정책은 결과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 시행 당시 어떤 조건과 판단 기준이 있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서울시의 이번 결정은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에 따른 정책 조율이다. 단기적 결과만으로 해석하기보다는 제도의 운용 원칙과 시장 대응 속도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건설부동산·제약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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