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프레스센터에서] 3년 뒤 주택 공급난 닥치나
2025-04-27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이 다시 점화됐다.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14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미국은 더 이상 호구가 아니다”는 강경 메시지를 내놨다. 겉으론 전면 충돌 양상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전장은 조심스럽게 설정되어 있다. 그 이면에는 트럼프도 쉽게 건드릴 수 없는 변수, 미국 국채가 있다.
트럼프는 2011년 저서 『Time to Get Tough』에서 “중국은 우리의 친구가 아니다”고 밝혔다. 미국이 수십 년간 세계의 호구 노릇을 해왔다고 진단하며, 그 해법으로 관세 부과를 제시했다. 15년 전의 구상을 지금 실행에 옮긴 셈이다. 중국은 위협이고, 미국의 부흥은 ‘거칠게 맞서는 외교’로 가능하다는 것이 트럼프의 오랜 철학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2024년 기준 미국의 국가부채는 36조 2천억 달러. 하루 이자만 30억 달러, 연간 1조 달러를 넘는다. 이는 국방비보다도 많다. 월가는 관세전쟁이 격화되면 자본시장 불안을 자극할 것이라 봤다. 실제로 관세전쟁 선포 이후 미 국채 매도 움직임이 감지되자 트럼프는 한발 물러섰다. 미국이 자랑해온 ‘세계 최고의 안전 자산’이 흔들릴 수 있다는 현실을 처음 실감한 듯하다.
국채 불안은 곧바로 실물경제로 이어진다. 대표 유통업체 월마트는 상품의 60% 이상을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다. 관세가 오르면 물가가 뛰고, 저소득층부터 타격을 받는다. 일부 대형마트에서 사재기 조짐이 나타나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중국도 여유롭지 않다. 대미 수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 미만이지만, 여기에 걸린 일자리는 2천만 개 안팎으로 추정된다. 수출이 막히면 대규모 실업이 발생하고, 내수 소비가 얼어붙는다. 중국 정부가 양회에서 내수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민심은 곧 천심’이라는 말은 구호가 아니라 정책의 기반이다.
양국은 서로의 급소를 알고 있다. 미국은 국채에, 중국은 고용에 약하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망은 더 깊숙이 얽혀 있다. 애플은 스마트폰 생산의 90% 이상을, 테슬라는 차량 생산의 약 40%를 중국 공장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이 이들 공장의 가동을 제어하면 미국 증시는 곧장 흔들린다. 반대로 중국도 미국 유통망을 잃으면 납품업체 도산과 고용 붕괴를 막기 어렵다. 싸움이 길어질수록 양쪽 모두 피를 흘리는 구조다.
이번 관세전쟁은 전면전이 아니다. 미국은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의약품 등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국지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고, 중국은 희토류 수출 제한이나 위안화 절하 카드로 맞서고 있다. ‘살라미 전술’로 탐색하며 수위를 조절하는 형국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미국 이익이 최우선’이라는 트럼프의 철학은 중국뿐 아니라 동맹국에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무역과 안보, 기술, 자본 전 영역에서 새로운 판을 흔들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동맹국에게도 계산서를 들이밀 것이다.
관세전쟁은 단순한 무역갈등이 아니다. 자국이익 최우선주의의 귀환이며, 예고 없이 판이 뒤바뀌는 지정학적 게임의 신호탄이다. 한국 역시 이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국익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가시적인 충돌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계산서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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