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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위기 삼성 반도체...HBM 오판에 SK하이닉스에 역전 허용

하재인 기자 2025-05-14 17:12:09
왼쪽부터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SK하이닉스 Fab M15X 건설 조감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험난한 위기를 맞고 있다. D램 시장에서 33년간 1위를 지켜온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에 그 자리를 뺐겼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D램 매출액 기준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36%로 1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34%로 2위에 위치했다.

수익면에서도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앞섰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 23조5,000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15조원이었다.

SK하이닉스에 비해 큰 규모를 가진 삼성전자가 반도체 경쟁에서 밀리는 모습이 연출된 셈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에 88조7,631억원을 투입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21조6,170억원과 비교해 4배를 넘는 수치다.

규모의 차이에도 삼성전자가 반도체 분야에서 SK하이닉스에 역전을 허용한 이유에는 HBM 시장 선점이 거론된다. HBM은 D램을 쌓아올려 만든 메모리 반도체로 높은 대역폭과 낮은 전력 소비를 제공한다. AI와 데이터센터 시장 성장으로 D램과 함께 수요가 증가했다. 여기에 HBM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D램 칩을 필요로 하기에 HBM 수요 증가가 D램 매출로 이어진다.

HBM이 반도체 시장의 중요 요소로 떠오른 상황에서 HBM에 대한 경쟁력이 수익으로 연결된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52.5%의 점유율로 1위를 유지했다. 삼성전자는 42.4%의 점유율로 2위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에 비해 반도체 시장 수익성 확보가 용이한 구조다.

고객사 확보에서도 경쟁력 차이가 발생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를 주요 고객사로 확보하며 HBM 수요를 안정적으로 소화했다. 지난해 HBM 구매 점유율은 엔비디아가 58%로 절반 넘게 차지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HBM 기술 개발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삼성전자의 HBM 시장 경쟁력이 약화된 이유에는 판단 오류가 지적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9년 HBM에 성장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과 함께 관련 개발팀을 해체했다. 이후 AI 시장 성장과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로 HBM의 중요성이 높아지며 HBM 전담팀을 다시 구성했지만 아직 성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본사 전경.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이에 더해 메모리 반도체 3위 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 통과를 선언하며 삼성전자를 추격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삼성전자 측에서는 HBM과 관련된 시장 상황 오판을 인정하고 이를 만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25년 3월 개최한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고 한종희 부회장은 “지난해 변화하는 AI반도체 시장에서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며 주주들에게 사과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도 “HBM4 시장에서는 지난해 HBM3와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계속 개발한 SK하이닉스에 비해 삼성전자는 HBM 개발을 중단하고 다시 재개해 개발 역량이 부족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경우 2016년부터 HBM 개발을 지속해 레코드가 쌓였다고 볼 수 있고 삼성전자 같은 경우 중간에 팀이 없어졌던 과정이 있어 노하우나 양산 역량에서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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