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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환원 강자 '메리츠금융지주' 왜 이러나?…메리츠증권, 캐피탈에 또 물타기 지원

캐피탈, 증권으로부터 500억 원 유상증자 발표
증권도 자산건전성 지표 악화…지난 3월 말 고정이하 자산비율 6.5%
캐피탈 “지주 주가 하락과 관계 없어…자회사 단단해지는 과정”
이현정 기자 2025-06-10 17:34:54
메리츠금융

주주 환원에 앞장섰던 메리츠가 자회사를 통해 메리츠캐피탈 유상증자에 참여해 믿었던 주주들을 배신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있다. 

메리츠캐피탈이 메리츠증권의 도움을 받아 5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메리츠증권은 이사회를 열고 신주 400만주를 1주당 1만2천500원에 발행해 500억 원을 확보해 메리츠캐피탈에 지원하기로 했다.

메리츠캐피탈도 신주 100만주를 1주당 5천원에 발행해 운영자금 목적으로 500억 원을 조달한다고 공시했다.

메리츠금융은 공시에서 “이번 유상증자의 목적은 메리츠증권의 자회사인 메리츠캐피탈 유상증자 참여에 따른 자본건전성 확보를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고 밝혔다.

그룹 차원의 연쇄 출자 구조를 통해 메리츠캐피탈의 자본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함인데, 꼬리 즉 캐피탈 부실이 몸통인 메리츠금융지주를 흔드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메리츠금융은 메리츠증권에, 메리츠증권은 메리츠캐피탈에 출자하는 구조다. 메리츠증권이 메리츠캐피탈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유상증자로 인한 지분구조 변동은 없다. 신주권 교부 예정일은 오는 17일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2022년 하반기 이후 금리 상승 및 부동산경기 하락 등으로 메리츠캐피탈의 자산건전성이 악화되면서 메리츠증권의 재무적 지원이 지속되고 있는 점은 신용도에 부담 요인”이라고 아프게 지적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6월에도 메리츠캐피탈에 대해 2천억원의 출자와 원금 기준 3천억 원 이상의 부실 대출자산을 사들인 바 있다.

나신평은 “홈플러스 기업회생 개시 등에 따른 메리츠캐피탈의 자산건전성 저하에 대응해 이번 추가 출자를 계획한 것으로 파악한다”고 분석했다.

메리츠캐피탈의 자본건전성 지표가 악화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업계 전반에 걸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하는 추세다. 메리츠캐피탈의 연체율은 2022년 12월 말 1.7%, 20203년 12월 말 6.1%, 지난해 12월 말 3.4%, 지난 3월 말 5.6%다.

고정이하자산비율은 2022년 12월 말 1.1%, 2023년 12월 말 4.4%, 지난해 12월 말 3.3%, 지난 3월 말 9.7%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 메리츠캐피탈 건전성 지표 저하의 주요 원인은 홈플러스 기업 여신이다. 메리츠는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지난해 5월 홈플러스 62개 매장을 담보로 선순위 대출 1조3천억원을 집행한 바 있다. 2월 말 기준 대출 잔액은 약 1조2천억원으로 금융회사 가운데 홈플러스에 대한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가장 크다. 

나신평은 “메리츠캐피탈의 3월 말 고정이하자산비율은 홈플러스 기업 여신을 제외하면 5.9%로 낮아지지만 여전히 업계 및 동종 그룹(Peer) 대비 높은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자산 매각 및 공매 진행 등을 통해 부실 여신을 줄이고자 하지만 부동산경기 저하 등으로 회수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홈플러스 62개 점포 담보권 실행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제약 여건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고, 회수 지연으로 영업자산의 운용효율성은 당분간 크게 떨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메리츠증권의 자산건전성 지표도 덩달아 악화하고 있다. 고정이하자산비율은 2022년 12월 말 2.4%, 2023년 12월 말 2.9%, 지난해 12월 말 3.4%, 지난 3월 말 6.5%로 증가 추세다.

메리츠금융의 주가는 10일 하락 출발했고 종가는 9일보다 0.88% 내린 11만2천600원에 마감했다.

메리츠금융지주 종목 토론방 등에서는 ‘모회사가 시총 20조원 기업인데 왜 유증에 참여했을까. 굳이 욕먹으면서’, ‘유증은 악재 아니냐’, ‘자사주 매입한 게 의미없네’ '혼자 파란불' 등 메리츠금융지주 주주들이 불만과 불안감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메리츠 관계자는 “이번 유증은 상장사인 메리츠지주가 하는 것은 아니고, 비상장 종속회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이라며 “메리츠지주에서 증권으로, 증권에서 캐피탈로 자금이 이동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메리츠캐피탈 관계자는 “일반 주주가 있는 곳에서 증자를 할 경우 주주가치가 희석되겠지만 100% 증권 자회사로 일반주주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리츠금융의 주가 하락에 대해 “자본이 늘면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으니 자회사들이 단단해지는 과정”이라고 해명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코스피 3천 돌파가 예상되는 형국에 메리츠금융지주 주가가 하락했다는 것은 주주들의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안 소장은 “주주가치가 상법 개정안의 근거가 될 것 같은데 이같은 결정은 쉽게 내리지 못할것”이라며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주주 이익 관점에서 이사회 결정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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