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제한 여부를 두고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진행 중이다. 중국에 희토류 수입을 의존하는 한국도 미중 갈등의 영향을 피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올해 4월 4일 중국은 희토류 7종에 대한 수출을 제한했다. 같은 달 2일 미국이 중국에 145%의 관세 부과를 예고한지 2일 만이다. 중국 상무부는 군사적 전용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희토류 수출을 금지한다며 국가 안보를 이유로 수출 제한을 발표했다.

■ 중국 수출 통제한 희토류 7종류가 뭐길래
희토류는 란탄 계열 원소 15종과 스칸듐과 이트륨을 포함한 17가지 금속 원소를 의미한다. 스마트폰, 전기 자동차, 풍력 터빈, 디스플레이 등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원소다. 이 중 중국이 수출을 제한한 원소는 △사마륨 △가돌리늄 △테르븀 △디스프로슘 △루테튬 △스칸듐 △이트륨의 7종이다.
사마륨은 700도 이상의 고온에서도 자성을 유지해 제트엔진 센서 및 구동장치 등에 사용된다. 가돌리늄은 MRI 조영제나 고성능 자석 및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제조에 사용된다. 테르븀은 고성능 자석의 주요 성분으로 전기차 모터의 효율을 높여준다. 디스프로슘은 전기차 모터에 필요한 영구자석을 만드는데 활용된다. 루테륨은 석유화학 반응의 촉매로 방사선치료 등에 사용된다. 스칸듐은 알루미늄과 결합해 강도를 향상시키고 항공기 및 우주선 부품에 사용된다. 이트륨은 고체 레이저 등에 활용된다.
수출이 제한된 종류는 17종 중 절반이 안되는 7종에 불과하지만 미국의 첨단 산업과 군사 장비 제작에 필수적인 원소들이다.
이현복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미래전략연구센터 연구원은 “전기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기 모터의 핵심은 원재료다”라며 “중국의 이번 수출 제한에는 테슬라 등 미국 주요 기업들의 목을 죄기 위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 미중 줄다리기 승자는 누가 되나?
실제로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후 미국은 빠른 반응을 보였다. 5월 12일 미중 1차 고위급 무역협상에서는 희토류 수출 통제 완화 합의가 이뤄졌다. 이후 미국은 중국의 유학생 비자를 취소하기 시작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희토류 수출 제한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번달 10일에는 미중 2차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6개월 한정 희토류 공급 재개 합의가 이뤄졌다. 다만 F-35에 필수적인 사마륨의 수출 통제는 해제되지 않았다.
미국이 협상을 통해 수출 통제를 해결하려는건 희토류 공급망이 중국을 제외하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은 약 69.2%를 기록했다. 가공 및 정제 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90%에 달했다. 중국의 희토류 매장량도 4,400만톤으로 세계 1위에 해당한다.
여기에 희토류는 채굴 및 가공 과정에서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한다. 트럼프 행정부도 미국의 희토류 광산인 마운틴패스 광산을 재가동했지만 단기간에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공급망을 확보하기는 어려운 셈이다.

■ 한국, 희토류 공급망 확보 방안은?
이번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은 미국과의 갈등으로 발생했지만 한국도 희토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수출 통제에 들어간 희토류 7종을 수입하기 위해서는 중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은 필요한 희토류 대부분을 중국에서 조달한다.
지난해 한국의 중국산 희토류 수입의존도는 79.8%에 달했다.
강성우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자동차, 조선, 모터 등 희토류가 들어가는 특정 업종은 수출 제한으로 어려울 것"이라며 “희토류는 중국에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에 국내에서 대응할 방법은 중국 내에서 HS 코드를 변경해서 자체 수입하는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현복 연구원도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완벽하게 회복된 걸로 보이지 않기에 언제든지 수출 제한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며 “국내에서도 희토류 비축을 하고 새로운 공급 국가를 찾는 다변화를 시도 중에 있지만 수요 기업들에게는 미중 갈등의 영향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한국이 희토류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완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는 미중 갈등 등의 영향을 크게 받지만 향후 다변화 효과가 나오는 시점에는 상황이 호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현복 연구원은 “현재까지 중국으로부터 도입되는 희토류 물량에 큰 변화는 없었고 의존도는 더 높아졌다”면서도 “공급망 다변화에 보통 10년이 걸리고 베트남 등 다른 국가의 희토류 개발에 참여한 게 2, 3년 전 즈음이니 2030년 이후에는 어느 정도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한국은 2022년 12월 5일 베트남과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2023년 6월에는 베트남 내 핵심광물 공급망 센터 설립 추진을 합의했다. 미국지질조사국에 따르면 베트남의 희토류 매장량은 2,200만톤으로 세계 2위에 해당한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산업계는 호주 등 다른 국가에서 희토류를 들여와 국내에서 제련 및 영구 자석 제조까지 진행하려는데 이 역시 미봉책이어서 안정적인 공급망과 해외 소재 주권 확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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