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수소차 시장의 성장이 둔화된 현재 정부의 수소차 사업 활성화 의지에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국내 수소차 시장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현대자동차의 1세대 수소차인 넥쏘의 판매량은 2022년 1만328대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2023년 판매량은 4,328대로 전년 대비 58% 감소했다. 지난해 판매량은 2,751대로 2023년과 비교해 36.4% 줄었다.
현대차의 수소차 판매 부진과 함께 수소탱크를 공급하는 일진하이솔루스의 실적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진하이솔루스는 2023년에 9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지난해에도 95억원의 영업손실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수소차 시장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지만 현대차의 수소 사업 투자 의지는 사라지지 않은 모양새다.
장재훈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은 올해 4월 개최된 ‘월드 하이드로젠 서밋 2025’에서 “수소 밸류체인 전반에 그룹사 역량을 적극 활용해 수소 기반 미래 사회를 더욱 가송화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달 10일에는 2세대 수소차인 ‘디 올 뉴 넥쏘’에 대한 판매를 시작했다. 디 올 뉴 넥쏘는 현대차가 2018년 3월 이후 7년만에 선보인 완전 변경 모델이다. 기존 모델과 비교해 모터 출력이 25% 향상되고 최대 720㎞를 주행할 수 있다.
문제는 정부의 수소 사업 지원 정책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는 점이다.
19일 정부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 발표에서 환경부는 5,303억원의 무공해차 관련 예산을 삭감했다. 이 중 전기차와 수소차 등을 구매 시 보조금을 지급하는 무공해차 보급사업 예산에서 삭감된 금액은 4,673억원이다. 무공해차 충전인프라 구축 예산도 630억원 삭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 4월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기차·수소차 인프라를 전국으로 확충해 친환경 미래차 전환 시점을 앞당기겠다”며 “현대차 등 완성차 기업은 물론 부품기업의 미래차 산업전환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정부 출범 이후의 행보는 반대로 가는 모습이다.

수소차 사업에 대한 업체들의 투자 의지가 변하지 않더라도 해당 시장은 정부 지원 없이 유지되기 어렵다.
문학훈 오산대학교 교수는 “현재도 구매 비용의 절반 이상을 정부 지원금으로 채우는데 그게 사라지면 수소차를 살 사람이 없다”며 “지금 상황에서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정부 지원금이나 충전소를 늘리거나 수소 단가를 떨어뜨리는 대책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대차가 올해 출시한 2세대 수소차인 ‘디 올 뉴 넥쏘’의 가격은 △익스클루시브 7,644만원 △익스클루시브 스페셜 7,928만원 △프레스티지 8,345만원이다. 정부 보조금과 2,250만원과 지자체 보조금 700만원~1,500만원이 추가되야 시작가격 기준이 3,894만원으로 내려간다.
수소차에 사용되는 연료의 가격 경쟁력도 문제다. 한국석유관리원의 수소유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6일 기준 전국 평균 수소 충전소의 ㎏당 판매가격은 1만231원이다. 같은 기간 주유소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668원이다. 휘발유의 1리터가 약 0.7㎏에 해당하므로 휘발유의 1㎏당 가격은 약 2,382원에 해당한다. 수소 가격이 휘발유에 비해 약 4배 넘게 비싼 셈이다.
문학훈 교수는 “정부 지원을 할수밖에 없는 상황인에 수소가 1만원이 넘어가니 가솔린과 비교해봤을 때 경제성도 좋지 않다”며 “정부 입장에서는 경제성이 있는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반면 계속 지원하겠다하고 지원했던 사실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정부의 친환경차 예산 삭감이 일시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수소차 판매가 부진했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은 보조금이 많은 부분을 현실에 맞게 조정한 것”이라며 “국가 입장에서는 탄소 목표를 지켜야해서 판매가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면 다시 투자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25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재 사업 구조상 예산이 조금 불용될 것 같아서 일부 삭감이 됐다”며 “삭감된 재원은 친환경차 보급이 좀 더 효과적으로 될 수 있도록 디자인이 돼 이번 증액 사업으로 반영됐어야 했는데 잘 안 된 것으로 안다”고 예산 삭감에 대해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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