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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톤운용 “태광산업 EB 발행, 주주가치 훼손”VS태광산업 “적극 투자 의지 변함 없어”

태광산업, 자사주 대상 교환사채(EB) 발행 의결
2대 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 “주주가치 훼손”…법적 대응
태광산업 황제주 반납…주가 11.24% ↓
이현정 기자 2025-06-30 17:14:13
태광산업. 연합뉴스

행동주의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이 자사주를 기초로 교환사채(EB)를 발행기로 한 데 대해 ‘주주가치 훼손’이라며 법적 대응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태광산업은 트러스톤운용 측이 제기한 과거 투자계획 집행이 미미했다는 지적에 대해 적극적인 투자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이 자사주를 기초로 EB를 발행하기로 한 것은 주주가치 훼손에 해당한다며 법적 대응하기로 했다.

태광산업은 지난 27일 이사회에서 자사주 전량을 대상으로 3천200억원 규모의 EB 발행을 의결했다.

이 사채의 만기는 3년이고, 표면 및 만기 이자율은 모두 0%다. 교환가액은 주당 117만2천251원이다.

교환대상은 자사주 전량 27만1천769주고, 주식총수 대비 비율로 따지면 24.41%를 차지한다. 교환청구기간은 오는 11월 5일부터 2028년 7월 8일까지다.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은 “이번 EB 발행 결정은 경영상 합리적인 판단이 아니라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과 주주보호 정책을 회피하려는 꼼수이자 위법”이라며 “자사주를 교환 대상으로 하는 EB 발행은 교환권 행사 시 사실상 3자 배정 유상증자와 동일한 효과가 있는 만큼 기존 주주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부사장은 “이 사채의 경우 발행금리 0%의 채권으로 아무 가치가 없다”며 “주식으로 교환할 경우 의결권이 생기고, 배당을 받을 수 있어 3자 배정 유상증자와 똑같다”고 주장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과 함께 이번 결정을 내린 이사들에 대해서도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이번 EB 발행이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도 있다고 보고, 금융감독원에 문제도 제기할 계획이다.

태광산업은 EB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올해 2천억원, 내년 1천200억원 등 신사업 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현재 뷰티‧에너지‧부동산 개발 등 사업 분야에 대한 투자를 검토 중”이라며 “구체적인 사업 계획과 집행 일정 등은 추후 확정되는 대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태광산업은 이번 EB 발행과 함께 정관 개정도 결의했다. 이번 정관 개정안에는 사업 다각화 및 신사업 진출을 위한 부동산 개발과 에너지 사업, 블록체인 및 암호화 자산 관련 사업 등 총 13개의 신규 사업목적이 추가됐다. 

하지만 태광산업은 EB 발행 대상을 공개하지 않았다. 회사 측 공시를 보면 태광산업 EB는 특정인을 상대로 한 '사모' 방식으로 발행한다고 공시하면서 특정인이 공시하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EB 인수 주체는 그룹이나 대주주와 관련 없는 일반 투자자"라고만 전했다.

이는 태광산업이 EB 발행 대상을 선정하고도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것인지, 아직 EB 발행 대상 자체가 정해지 않은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회사 측이 지난 27일 발행 대상자에 대해 "미확정 사항은 추후 확정 시 정정 공시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발행 대상자가 확정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커보인다.

트러스톤자산운용 CI. 홈페이지

■ “태광산업, 2022년 12월 10조원 투자 계획 공시…실질 집행 거의 없었다”

그러나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의 이번 투자계획도 진정성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트러스톤운용 관계자는 “태광산업은 지난 2022년 12월에도 10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공시했지만 이후 실질적 집행이 거의 없었다”고 주장했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적극적인 투자 의지에는 변함이 없지만 산업전반의 사업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주력 업종인 석유·화학 부문의 업황 부진이 지속됨에 따라 투자의 방향, 속도, 시기 등은 지속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태광산업은 자사주를 기초로 EB를 발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주가는 전장 대비 11.24% 하락한 97만9천원에 장을 마쳤다. 1주당 100만원 이상의 주식을 뜻하는 황제주 지위를 반납했다.

이재명 정부가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자사주 소각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의 실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태광산업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종가 기준 61.6% 상승했다. 태광산업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대표종목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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