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선도하는 '경제 나침반'

“서남해 바람을 잡아라”…낙월 해상풍력단지가 쏘아 올린 희망

영광 앞바다에 민간주도 첫 풍력 발전 건설
한산 1호 투입 낙월해상풍력 10월 상업 운전 시작
고정 가격 계약 통해 수익성 보장·국산 부품 비율 70%
해상 풍력 확대 가능성…2030년까지 14.3GW 보급
하재인 기자 2025-08-18 20:35:26
낙월 해상풍력 발전기 설치선 한산 1호. 한양경제 하재인

전라남도 영광군 낙월면에 위치한 망망대해. 기자단이 14일, 고속선으로 1시간 30분을 달려 낙월해상풍력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크레인이 달린 플랫폼을 중심으로 각종 노란색 구조물들이 펼쳐져 있고 국내 최대 해상풍력 발전단지로 조성될 예정인 낙월 해상풍력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었다.

낙월 해상풍력단지가 이처럼 주목을 받는 이유는 국내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첫 대규모 해상풍력단지란 점이다.

낙월해상풍력단지의 현장 책임자인 최민석 삼해이앤씨 상무는“공사를 뒤늦게 시작했지만 한산 1호 투입으로 기대보다 빠르게 공정이 진행 중이고 이런 속도면 일부 해상 풍력의 상업 운전이 10월부터 가능하다” 라고 밝혔다. 이어 공사현장에서 한산1호가 공사의 속도를 높이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국내 해상풍력단지는 정부 주도로 10㎿ 미만으로 시범단지나 연구용으로만 이뤄져 왔다.

민간 주도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조성의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실제 SK, 현대중공업, 두산, 한국전력 등이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조성계획을 밝혔지만 이를 본격적으로 실행한 곳이 바로 이곳 낙월 해상풍력단지이다.

이처럼 전 세계국가는 경쟁하듯 해상풍력 발전을 적극 건설중이다.

글로벌풍력에너지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해상풍력 발전 용량은 83기가와트를 기록했다. 해상풍력 설비 용량은 2034년까지 연평균 21% 성장할 전망이다. 해상풍력 누적 설치량 기준으로는 중국이 50%로 1위를 유지 중이다.

전 세계와 비교할 경우 국내 해상풍력 발전 규모는 작은 편이다. 한국풍력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해상풍력 누적 설치 용량은 260.83메가와트를 기록했다. 14개 발전단지에 75기의 풍력 발전기가 설치된 상태다.

해상풍력의 규모가 부족한 상황에서 전라남도 낙월면 해역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 단지가 들어서고 있다.

5.7메가와트급 풍력 터빈 64기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발전용량 규모는 364.8메가와트에 달한다. 사업비로 2조3,000억원을 투입했다. 지난해 3월 착공해 내년 6월 준공 예정이다. 이르면 오는 10월 부분 상업 발전이 가능할 전망이다.

낙월 해상풍력 현장을 오고가는 제비1호. 한양경제 하재인

에너지 자립의 꿈, 뱃길로 30㎞ 낙월 첫 해상풍력단지가 쏘아 올린 희망

낙월해상풍력 단지는 전라남도 신안 하우리항에서 뱃길로 30㎞, 바람이 많은 송이도 주변에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 에너지 자립의 꿈을 갖고 낙월 첫 해상풍력 단지가 희망이라는 공을 쏘아올린 현장이다.

한산1호는 5월부터 바다에 자리 잡고 수 킬로미터 반경 바다에 풍력장치를 지탱할 하부구조인 모노파일 24기를 수심 30m 깊이 바닥 깊숙이 박았다. 전체 64기 364.8㎿ 규모 풍력 장치가 설치될 예정인 가운데 37.5% 하부 공정이 진행 중이다.

한 달에 8개 모노파일을 바다에 깊게 심었다. 이렇게 바다에 착지한 모노파일 위에는 트랜지션 피스를 올린다. 이 위에 타워와 블레이드, 나셀, 허브 등 풍령발전기 세트가 올라가게 된다. 한산1호의 작업 속도를 고려하면 하부공정이 10월이면 마무리된다. 여기에 9월 현대프론티어 호가 투입되면 블레이드와 터빈을 장착하는 상부 구조 공사가 본격화된다.

하지만 하부구조물인 모노파일을 설치하는 플랫폼으로 활용되는 한산 1호는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현장 관계자는 태풍 등과 같은 기상 악화로 다른 선박들이 피항해도 한산 1호는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면서 공기를 단축시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낙월 해상풍력 공사 현장에 설치된 하부구조물. 한양경제 하재인

사업 참여자, 수익성 등 발전 사업 전망 자신감

낙월 해상풍력 관계자들은 현재 공사 진행 상황과 사업성, 발전 전망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췄다.

낙월 해상풍력 관계자들은 해상풍력의 수익성은 고정 가격 계약을 통해 보장된다고 밝혔다. 해당 사업은 20년간 장기 고정가격 계약을 통해 신재생에너지발전인증서(REC) 보조금이 포함된 가격으로 전기를 판매한다. 투자비 회수기간은 15년 걸릴 예정이다.

공사 과정에서 투입되는 부품의 국산 비율은 70%에 달한다. 터빈 기자재, 풍력발전기(WTG), 해저케이블의 외부망 등에는 외국산 부품이 사용됐지만 그 외에는 국산 제품이다.
지난달 기준 낙월 해상풍력의 공정률은 56%, 내년 6월 준공까지 차질 없이 진행될 예정이다. 

지역 기업 참여와 주민 설득도 동시에 진행중이다. 낙월 해상풍력 사업에는 전라남도 소재 지역 19개 기업이 주도했다. 발전단지 운영시에는 영광 지역업체가 우선 참여할 예정이다.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는 설명회 진행, 협의서 체결, 보상 지급 등이 이뤄졌다. 다만 일부 주민들에 대한 설득은 과제로 남은 상황이다.

낙월 해상풍력 사업 현장에 위치한 한산 1호, 하부구조물, 바지선의 모습. 한양경제 하재인

낙월 해상풍력 모델로 해상 풍력 사업 속도낼 듯

이처럼 한국의 해상풍력 사업은 점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 현재 낙월 해상풍력 사업은 국내 최대규모지만 보급 목표에 비해 갈길이 멀기 때문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14.3기가와트 규모의 해상풍력을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이슬기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한국은 해상풍력 보급 목표도 있고 이를 달성하려면 더 열심히 해야 한다”며 “정부도 그 목표를 달성하려고 많은 노력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해상풍력의 기술력도 사업 확대 속도를 뒷받침한다. 양적인 측면에서는 중국이 해상풍력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한국의 수준이 부족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슬기 연구원은 “한국의 해상풍력 기술은 타워, 하부구조물, 케이블 등은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중국에 비해 단가가 밀릴 수는 있겠지만 기술력에서 밀린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성진기 한국풍력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국내 해상풍력이 바르게 성장을 위해 해상풍력 건설과 운영에 필요한 선박, 배후 항만시설 부족을 최우선 해결 과제로 꼽았다.

성 부회장은 “현재 전남에서 해상풍력 기자재 설치와 운송을 위한 배후 항만 시설은 목포 신항이 유일하고 수요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다”며 “최대 6GW 규모까지 건설계획을 고려하면 해상풍력 지원 선박이나 전용 선박은 물론 배후 항만 시설 확충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
범죄경제학 

범죄경제학 

범죄는 충동일까, 선택일까?범죄를 경제학으로 분석한다는 말은 다소 낯설다. 하지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게리 베커 (Gary Becker)는 범죄를 ‘합리적
강남의 풍속도 

강남의 풍속도 

‘밤비 내리는 영동교를 홀로 걷는 이 마음, 그 사람은 모를꺼야 모르실 거야, 비에 젖어 슬픔에 젖어 눈물에 젖어, 하염없이 걷고 있네 밤비 내리는

DATA STORY

더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