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행정부가 정부 보조금을 받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을 대상으로 그에 상응하는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는 이미 공사가 진행중이거나 끝난 상황에서 약속한 계약을 뒤엎는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끙끙 앓는 분위기다.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반도체지원법에 의해 지원을 받는 반도체 제조기업들의 지분을 미국 정부가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말 미국 상무부가 확정한 삼성전자의 반도체지원법 지원금 액수는 47억5,000만달러(약 6조6,000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가 보조금 지급액에 비례해 신주를 발행할 경우 미국 정부가 가져갈 수 있는 지분은 약 1.56%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1.65%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향후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 경영에 직접 간섭할 정도로 파괴력 있는 지분과 여건이 마련되는 셈이다.
임소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분 투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고시된 내용은 아니고 투자해주면 지분을 투자하겠다는 트럼프 정부의 유인책 중 하나로 보인다”면서도 “삼성은 미국 로컬 회사인 인텔과는 달리 투자를 받으면 생산이나 운영에 있어서 자유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는 한국과 미국 공장에서 발생하는 파운드리 사업의 적자가 연간 수조원에 이르는 만큼, 미 정부가 약속한 보조금(47억4500만달러, 약 6조6천억원)을 거부하기 어려울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요구에 대해 최근 이익 감소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 사업이 부담이 된 삼성은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됐다.

■ 파운드리 반등 기대 삼성전자 주가 탄력적 상승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실제로 지분을 요구할 경우 상당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향후 경영 간섭 위험이 생기고 거부할 경우 관세 및 보조금 삭감 등의 보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HBM4 1c 나노 공정의 양산 전환 승인을 완료했다고 알리며 HBM4 공급 가능성을 구체화했다. 지난달 28일에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시스템 반도체 'AI6'를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 신규 공장에서 생산하는 22조7,648억원 규모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지난달 29일부터 미국으로 출국해 이번달 15일 인천국제공한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내년도 사업을 준비하고 왔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 국내 반도체 소부장 업체 수혜 가능성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분야에서 반등 여건을 마련하면서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들도 수혜를 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반도체 소부장 업체들은 주가가 상승세에 돌입했다.
지난 3개월 간 반도체 장비 제조사인 원익IPS의 주가 최고치는 이번달 13일 4만3,350원을 기록하며 최저치인 5월 23일 2만900원에 비해 51.7%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반도체용 식각액 공급 업체인 솔브레인의 주가는 지난달 30일 25만5,000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하며 최저치인 5월 27일 15만5,000원에서 39.2% 늘었다.
반도체용 인쇄회로기판 개발 업체인 심텍의 지난 3개월 간 주가 최고치는 이번달 11일 2만8,550원으로 최저치인 5월 21일 1만6,940원에서 40.6% 상승했다.
임소정 연구원은 “파운드리 쪽에서 수주를 받았으니 테일러 팹을 가동하면서 장비도 다시 들이고 부품 소재도 다시 들여와야 한다”며 “국내 소부장 중 삼성 파운드리와 거래하는 체인들은 다시 관련 매출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미국에 공장있는 소부장 업체 수혜 볼 듯
미국 거점 여부에 따라 반도체 소부장 업체들의 수혜 가능성이 달라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분야 반등 움직임이 미국 현지를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임소정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테일러가 처음으로 돌아가는거니 관련 수혜가 소부장 기업들에 있지만 그 수혜는 굉장히 제한적일 것”이라며 “미국에 거점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 위주로 수혜를 볼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미국 내 거점을 보유한 원익IPS와 솔브레인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반등에 수혜를 볼 가능성이 있다. 원익IPS는 2023년부터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지역에서 미주센터를 운영 중이다. 솔브레인은 미국 자회사 솔브레인 TX LLC를 통해 2033년까지 8,000억원을 투입해 테일러에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임소정 연구원은 “이전과 달리 미국에 있는 팹이다 보니 미국에 공장이 있거나 최소 법인이 있는 기업들로 수혜가 추려질 것”이라며 “한국에서 선박이나 비행기로 실어오는 기업들보다 미국에 테일러 지은 기업들이 거래에 있어 규모, 비중, 우선권 면에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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