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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에 올라탄 대기업들, ″꿈의 기술 겨냥 베팅″

현대차·삼성·두산·LG·SK 등 대기업 '로봇' 투자 붐
현대차, 7조 투자 美 공장 설립...연 3만대 생산
삼성·두산 '로봇' 기업 앞다퉈 인수 나서...로봇 산업 경쟁력 강화
LG 로봇 기업과 협력 채비...SK 로봇 기업 인수 임박
대기업, 로봇 시장 선점 위해 무한 경쟁
조시현 2025-08-29 07:08:34
대통령 간담회 참석한 기업 총수들.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전세계에 불어닥치고 있는 인공지능(AI) 열풍의 종착지가 결국 로봇이 될 것이라는 예상에 한국 대기업들이 발빠르게 차세대 미래 먹거리 사업인 로봇산업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삼성그룹, 두산그룹에 이어, LG그룹과 SK그룹도 로봇산업 진출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로봇공장 설립을 발표했고, 삼성과 두산은 로봇 기업을 인수한데 이어 LG와 SK도 로봇 산업인수 채비에 들어갔다.

바야흐로 ‘로봇 전성시대’다.
현대차그룹 CI. 홈페이지

■ 美 현지 공장 설립...과감한 투자 나선 현대차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방미 기간 중 미국 현지에 3만대 규모의 로봇 공장을 만들고 이 공장을 미국 내 로봇 생산의 허브로 자리 잡게 하겠다는 계획(7조원 규모)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로봇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국 내 3만대 규모의 로봇 공장을 새로 짓기로 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에 본사를 둔 로봇 전문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앞세워 로봇산업을 이끌고 있다.

아울러, 이날(현지시간) 미국 방송사 NBC의 대표 예능 프로그램 ‘아메리카 갓 탤런트’(America’s Got Talent) 본선 무대에서 현대차그룹 미국 현지 로봇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개 ‘스팟’(Spot) 다섯 대가 화려한 안무를 뽐내며 로봇 기술 우수성을 알렸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스팟 한 대가 등장해 연속 3회 백 덤블링을 매끄럽게 소화하는 장면이었다. 공연 종료 후 보스턴다이나믹스 관계자는 “방금 보여준 3단 연속 백 덤블링은 한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기술로 굉장히 구현하기 어렵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이번 무대는 스팟을 위해 특별히 개발된 소프트웨어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공연 다음날(27일·현지시간) 자사 유튜브 채널을 통해 스팟의 백 덤블링 연구개발 과정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 로보틱스연구원 아룬 쿠마르(Arun Kumar)는 “시뮬레이션과 강화학습(Reinforce Learning)을 활용해 스팟을 지속 훈련시켰고, 최대 7번 연속 백 덤블링까지 구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이같은 기술 우위를 앞세워 현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현대차 계열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술력을 앞세우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며 “현지화 성공을 통해 북미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공장 설립은 사실상 현대차그룹이 로봇 시장을 이끌어가겠다는 선포와 같다”며 “향후 로봇 상용화가 이뤄질 경우 실적은 말이 필요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현대차그룹은 “로봇은 물론 자율주행,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중심차(SDV) 등 미래 신기술과 관련된 미국 유수의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고, 보스턴다이내믹스,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 등 미국 현지 법인의 사업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로봇 상용화 시대의 선구자로 나서겠다는 현대차그룹의 꿈이 이뤄질지 지켜볼 대목이다.
삼성그룹 CI(위), 두산그룹 CI(아래). 각사 홈페이지

■ 앞다퉈 로봇 기업 인수 나선 삼성·두산
삼성과 두산그룹은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로봇을 선정하고 로봇 산업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지난 4일 사내 핵심 전략 과제 조직인 ‘이노X랩’을 출범했다. 이노X랩은 미래로봇추진단 산하 조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디지털 트윈 솔루션, 피지컬(물리적) AI, 로지스틱스 AI 등 로봇 기술 및 인공지능 전환(AX) 과제를 수행할 계획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이노X랩에서 근무할 AI, 알고리즘, 소프트웨어, 모듈 설계 등 각 분야 전문 인력을 이노X랩으로 재배치하는 등 ‘휴머노이드 드림팀’ 구성에도 나섰다. 이는 미래성장동력인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올 3월 로봇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 6월 미국 로봇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스킬드AI’에 1000만 달러(약 136억원)를 투자하는 등 로봇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노태문 DX부문장 직무대행은 지난 4월 “AI, 로봇, 디지털 트윈 등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전기는 28일 장덕현 사장이 지난달 말 삼성전기 수원 본사에서 로버트 플레이터 보스턴다이내믹스 CEO와 만나 카메라 모듈 공급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말 삼성전기는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글로벌 톱티어 고객사와 전략적 협력을 통해 휴머노이드 등 카메라 모듈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두산그룹도 뒤쳐지지 않기 위해 로봇 기업 인수에 나섰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 펜실베니아주에 위치한 로봇 시스템 통합 및 첨단 자동화 솔루션 전문기업 ‘원엑시아(ONExia)’ 주식 인수와 유상증자 참여를 결정했다. 이를 통해 지분 89.59%(356억원)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1984년 설립된 원엑시아는 맞춤형 로봇 시스템 개발·통합 역량,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융합 노하우, 25년간 구축한 자동화 데이터와 프로젝트 공급 경험 등을 보유하고 있다.

두산그룹도 피지컬 AI 역량 강화에 나선 모습이다.

SK그룹 CI(왼쪽), LG그룹 CI(오른쪽). 각사 홈페이지

■ 제조업 환경 변화로 대기업 로봇 산업 선호...LG·SK도 동참
이처럼 대기업들이 앞다퉈 ‘로봇 산업’에 뛰어든 이유로 증권가 전문가들은 국내 제조업 환경이 악화된 것을 꼽았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대기업들 입장에서는 갈수록 국내 제조업 환경이 악화된다고 느껴질 것”이라며 “마침 세계적으로 AI 바람이 불면서 이에 대한 투자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AI 산업중에서 이미 오픈 AI의 경우 미국과 중국 등이 선점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 진출하는 것은 늦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 기업들이 강점을 보이는 부분인 피지컬 AI(로봇)에 투자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도 “현대차를 비롯해 피지컬 AI(로봇)의 경우 우리나라 기업들이 강점을 갖고 있다”며 “기존 제조업만으로는 한계가 온 시점에서 자연스럽게 산업의 방향이 바뀌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로봇 산업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자 LG그룹과 SK그룹도 이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LG이노텍은 미국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AI의 휴머노이드 로봇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기 위해 계약을 논의 중이다. 이 계약이 성공리에 마무리되면 LG이노텍은 양산 기준 국내에서 첫번째로 로봇용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업체가 된다.

LG이노텍은 앞서 현대차그룹의 로봇 전문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와 이 회사의 휴머노이드 로봇인 ‘아틀란스’에 탑재될 ‘비전 센싱 시스템 공동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카메라 모듈은 로봇의 ‘눈’이자 핵심 센서로, 자율주행차·로보택시·서비스 로봇·휴머노이드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필수 부품으로 꼽힌다.

SK그룹도 로봇 산업에 뛰어들 기세다.

지난해 SK그룹은 계열사를 통해 유일로보틱스에 약 367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유일로보틱스는 직교로봇, 협동로봇, 다관절로봇을 비롯한 산업용 로봇과 스마트공장 운영솔루션도 개발하고 생산하는 업체이다.

SK그룹은 올 4월에는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콜옵션 계약을 체결해, 사실상 인수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SK온의 미국 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는 유일로보틱스의 최대주주인 김동헌 대표가 보유한 지분 23%를 향후 5년 내에 주당 2만 원에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SK그룹은 유일로보틱스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으며, 계약 조건이 충족될 경우 SK온이 유일로보틱스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이는 대기업들의 로봇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로봇 산업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강점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타 국가에 우위를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해 볼 만 하다.

단, 로봇 산업 투자는 성장 잠재력은 높지만 기술 발전과 시장 확산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단기적인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는 신중해야 하며 기술력과 시장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선별하여 장기적인 관점이 바람직하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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