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로 안정적인 경영을 지속할 예정이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16일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앞서 최태원 회장은 2017년 7월 노소영 관장을 상대로 이혼을 위한 이혼 조정을 신청했고 합의에 이르지 못해 2018년 2월 정식 소송에 들어갔다. 2019년 2월에는 노 관장도 맞소송을 냈다.
이후 2022년 12월 1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금 665억원과 위자료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2024년 5월 항소심 재판부는 재산분할금을 1조3,808억1,700만원, 위자료를 20억원으로 늘렸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들어가 당시 선경 그룹의 종잣돈이 됐다는 판단이었다.
최태원 회장 측은 항소심 판결에 대해 300억원의 비자금 유입 근거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7월 사건을 접수한 대법원은 2심 판단의 근거가 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에 대해 최태원 회장의 재산 형성에 영향을 미쳤더라도 불법적인 자금이기에 기여 내용으로 참작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혼을 원인으로 한 재산분할 청구에서도 불법원인급여의 반환청구를 배제한 조항의 입법취지는 고려되야 한다는 것이다.
최태원 회장 측 법률대리인은 대법원 판결 후 “이번 판결을 통해 지난 항소심 판결에서 여러가지 법리 오해와 사실오인 등이 시정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밝혔다.
◆ 불법 자금 기여도 불인정…법적 안정성 유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재산 형성 기여로 인정하지 않은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불법으로 취득한 자산을 인정하지 않는 법의 안정성을 지킨 것으로 해석된다.
민법 746조는 불법의 원인으로 재산을 급여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노태우가 뇌물의 일부로서 거액의 돈을 사돈 혹은 자녀 부부에게 지원하고 이에 관해 함구함으로써 국가의 자금 추적과 추징을 불가능하게 한 행위는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반하고 반사회성, 반윤리성, 반도덕성이 현저해 법의 보호영역 밖에 있다”고 강조했다.
혼인 중 형성된 재산에 불법 자금이 영향을 주었더라도 이를 재산 형성의 기여로 인정할 수 없다는 기준을 명확히 한 셈이다. 불법 자금은 기존 법률과 사회 통념상 보호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초동 로펌의 A 변호사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에 대해 불법 조성한 자금을 분할 대상으로 삼아선 안된다는 판단은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부분이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SK 지배구조 혼란 회피…안정적인 경영 지속
1조3,000억원이 넘는 재산분할 판결이 파기·환송된 만큼 SK그룹은 안정적인 경영을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SK그룹의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는 가능성이 줄었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고 2심 판결을 확정했을 경우 최 회장은 재산분할금 1조3,808억원을 마련해야 했다. SK는 최 회장이 자금 마련을 위해 SK그룹 지분을 매각할 경우 지배구조에 혼란이 올 수 있었지만 대법원 판결로 이를 피할 수 있었다.
이승웅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심에서 1조4,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분할하라고 했기 때문에 그게 용인됐을 경우 경영권의 불안정성이 상당히 높아지는 가능성이 있었지만 그런 부분이 일부 해소된 상태”라며 “회사가 용인이 된다 생각하고 경영이나 방향성을 잡은건 아니기에 용인이 됐다면 상당히 큰 변화가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기에 기존의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그룹은 지배구조가 안정된만큼 기존 사업 방향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 성장에도 속도를 낼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이승웅 연구원은 “다년간에 걸쳐 지적받았던 중복투자가 어느 정도 정리되고 있고 재무구조도 많이 개선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룹 전체 실적을 견인하는 반도체도 내년 전망은 나쁘지 않고 SK텔레콤도 올해 어려운 상황이기는 했지만 반영할건 반영하고 나면 내년에 정상화될테니 그런 부분에서 성장과 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 노태우 비자금 기여 대상 제외…2심 판단 근거 메모 불인정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그룹의 종자돈이 됐다는 판단 근거인 노소영 관장의 모친 김옥숙 여사의 메모와 어음 봉투 등은 재산분할 기여의 증거로 인정되지 않았다. 비자금 자체가 불법 자금으로 재산분할 기여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서초동 로펌의 A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로 노소영 관장 측이 제시한 모친 김옥숙 여사의 메모지에 대한 증거력은 인정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답했다.
부부 공동재산 형성 기여도에서 불법 자금이 인정될 수 없다는 기준이 제시된만큼 2심의 재산분할 근거도 약화될 전망이다. 이에 재산분할금 비중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최태원 회장 측 법률대리인은 “항소심 판결 내지 큰 이유로 작용한 SK그룹이 노태우 불법 비자금이나 지원으로 성장했다는 부분에 대해 대법원이 명확하게 부부공동재산 기여로 인정한 것을 잘못으로 본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을 통해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불법 비자금 300억 원이 SK그룹 성장의 종잣돈으로서 재산분할 기여분으로 인정되지 않게 됨에 따라, 최태원 회장 측은 노소영 관장에게 지급해야 할 재산분할 규모가 2심 대비 축소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2심 판결이 그대로 인정됐을 경우, 최 회장은 이를 마련하기 위해 그룹 지배 구조의 핵심인 SK㈜ 지분 또는 비상장 계열사인 SK실트론 매각이 유력했는데, 당장 이러한 리스크는 피했기 때문이다.
이는 SK 그룹의 경영권 및 지배 구조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사법적 리스크를 완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된다.
SK그룹은 지난해 6월 경영전략회의에서 AI와 반도체에 그룹의 총력을 집중하기로 하고, 내년까지 80조 원의 재원을 확보해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지배구조 리스크를 해소한 SK그룹은 AI와 반도체 중심의 사업 재편 및 확장에 주력하게 되고 최태원 회장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전략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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