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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폐기물서 추출한 ‘지방줄기세포’의 놀라운 효능

안티에이징·치매 등 질병치료까지 종합 치료제 가능성 커
김시영 의학전문기자 2025-10-20 13:35:03
클립아트코리아

그동안 의료폐기물로 버려졌던 인체유래지방이 새로운 의료적 치료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체유래지방에서 추출된 지방줄기세포가 항염·재생은 물론, 치매·안티에이징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기반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지방줄기세포 알츠하이머 증상 완화 동물실험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아직 동물실험 단계 수준이지만 지방줄기세포가 치매 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22년 국제학술지 '에이징(Aging, Albany NY)'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동물실험 단계에서 지방줄기세포가 알츠하이머 증상 완화에 효과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지방 유래 줄기세포가 분비하는 미세입자 '엑소좀'에 주목했다. 엑소좀에 든 'circEpc1'이라는 원형 RNA를 뇌에 주사하자 면역세포가 염증을 일으키는 성질에서 벗어나 염증을 줄이고 회복을 돕는 방향으로 바뀌는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뇌 염증이 줄고 신경세포 손상이 완화돼 알츠하이머 쥐 모델에서 기억력과 학습 능력이 개선되는 효과를 보였다는 게 당시 연구팀의 결론이었다.

서홍석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순환기내과 전문의)는 “기존 약물로 한계가 있는 알츠하이머 치료에서 지방유래 줄기세포 엑소좀 치료는 비침습적, 복합적인 작용을 통한 신경 보호 전략으로 매우 유망하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 명예교수는 “엑소좀은 면역 세포 성질 전환을 통해 신경 염증을 억제하고 인지 기능이 개선되는 등 알츠하이머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서 명예교수는 그러나 “현재는 동물실험 단계에서 효과가 입증된 것으로, 임상 안전성은 확인되고 있지만 효과에 대한 대규모 임상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면서 “향후 임상 연구 결과에 따라 치매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비만 환자에겐 항염•재생 효과 감소할 수도
지방줄기세포의 의료적 가능성은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이에게서 동등한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특히 비만환자에서는 항염·재생 효과가 감소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비만한 상태에서는 줄기세포 성장과 분화 능력이 저하되고, 염증 반응이 증가하는 등 세포 수준에서의 기능적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줄기세포 연구와 치료(Stem Cell Research & Therapy)에 게재된 리뷰에 따르면 비만 상태에서는 지방줄기세포가 분비하는 단백질과 RNA의 종류와 비율이 달라졌다.

본래 있던 항염 및 조직 재생 효과가 감소할 수 있는 것으로, 이는 비만이 줄기세포 치료 효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김정은 365mc 지방줄기세포센터 대표원장은 “지방줄기세포 연구를 보면 체내 불포화지방산과 포화지방산의 비율에 따라 줄기세포 퀄리티가 달라질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며 “비만한 사람의 체지방에는 포화지방산 비율이 높은 경향이 있어, 이것이 지방줄기세포 치료에도 영향을 끼친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줄기세포 치료 효율을 높이려면 결국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문가들은 균형잡힌 영양소 섭취를 위해서는 유제품, 적당량의 돼지고기, 견과류 등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한 음식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모닛셀

질병 대비 '미래 보험'…‘셀뱅킹’
지방줄기세포는 국소마취 지방흡입을 통해 채취된 양질의 지방을 원심분리 등 특수과정을 거쳐 얻는다.

줄기세포는 배양·증식하면 소량에 불과했던 세포를 수백 배에서 수천 배로 늘릴 수 있어 치료에 필요한 충분한 세포를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에 따르면 지방은 골수에 500배, 말초혈액에 2만5000배 많은 줄기세포를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이처럼 줄기세포는 수율이 높아 이를 냉동 보관한 뒤 추후 목적에 맞게 활용하는 '셀 뱅킹(Cell Banking)'에 특히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 대표원장은 “뱅킹 기술에서는 채취한 줄기세포의 생존력이 핵심”이라며 “지방줄기세포는 한번 채취로 최장 23년까지도 보관한 기록이 있어 장기간 보관에 용이한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방줄기세포 뱅킹을 단기 치료용 접근이 아닌 질병에 대비한 '미래 보험'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방줄기세포는 안티에이징 케어를 넘어 탈모·연부조직 손상·난소 기능 저하·치매(알츠하이머) 등 전신 질환을 아우르는 포괄적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이 연구를 통해 꾸준히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원장은 “세포 뱅킹은 당장의 개인 맞춤 치료는 물론, 미래 예측하기 어려운 질병에 대비한 건강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줄기세포 생존율 향상이 관건
병력이나 체질적 특성으로 비만이 있거나 고령으로 양질의 줄기세포 확보가 어려운 환자군에서도 지방줄기세포 치료 효율을 개선할 여지는 존재한다. 

문제는 세포 생존율이다. 기존 기술은 지방 추출·보관 과정 전반에서 손상이 불가피했다. 분리 과정의 물리·화학적 손상과 동결보존 시 세포막 파괴로 인해 생존력이 크게 저하됐기 때문이다. 

줄기세포 채취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상을 최소화하고 보존 단계에서도 생존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특수한 기술을 적용, 치료 효과를 일부 보완할 수 있는 원천기술력 개발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지방줄기세포 바이오 기업 모닛셀은 독자적 기술 개발로 기존 방식의 한계 보완에 나선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모닛셀이 개발한 기술은 △지방흡입 단계에서 세포 손상을 줄이는 특허 용액 투메슨트 △중간엽 줄기세포의 생존율을 높이는 분리법 △동결·해동 과정에서 세포막 손상을 최소화하는 동결보존 용액 등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해당 기술을 적용했을 때 중간엽 줄기세포 수율은 기존 기술 대비 평균 40배 이상 높았다. 극저온 상태에서 장기 보관 후 해동·배양했을 때도 세포의 성장 속도와 생존력이 기존 대비 현저히 높았다.

김진옥 모닛셀 연구소장은 “해당 기술은 비만이나 고령으로 양질의 줄기세포 확보가 어려운 환자군에서도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재생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연구소장은 “줄기세포 손상을 최소화하는 투메슨트 용액의 안전성도 입증돼 향후 첨단 재생의료 분야 전반에서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인체지방 의료용 재활용 규제 완화 움직임
국내에서는 병원이 줄기세포를 직접 배양해 투여하는 행위를 의약품 제조로 간주해 임상연구 목적이 아니면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있다. 연간 1만~2만명 가량이 재생의료 치료를 위해 일본 등으로 원정치료를 떠나는 이유다.

지방흡입 수술 후 의료폐기물로 처리되던 인체 지방의 의료용 재활용을 위한 규제 혁파를 위한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8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이 ‘폐기물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태반만 예외적으로 허용되던 의료폐기물 재활용 대상에 인체유래지방도 포함시키는 것이 골자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인체유래지방은 위해 의료 폐기물인 ‘조직물류폐기물’로 분류돼 재활용이 금지돼 있다. 법률 개정을 통해 의료·바이오 분야에서 적극 활용할 수는 길을 열겠다는 의지의 일환인 셈이다.

인체유래지방으로부터 추출한 콜라겐 등을 인공피부·의약품·의료기기 등의 원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다수의 연구 결과도 규제 완화 목소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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