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국내 자동차·조선 업계가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한미 관세협상 타결, 미중 분쟁 완화, 엔비디아의 그래픽 처리장치(GPU) 공급 약속 등에 따른 결과다.
앞서 대통령실은 29일 한미 양국이 관세협상 세부사항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미 금융투자 3,500억달러 중 1,500억달러는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에 할당했다.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관세는 15%로 인하된다.
현지시간 1일에는 미국 백악관이 미중 정상 간 무역 합의에 따라 중국이 미국의 무역법 '301조' 조사에 대한 보복 조치를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중국이 여러 해운 업체에 부과한 제재를 해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무역법 301조는 미국이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으로 피해를 입을 경우 보복 조치를 허용하는 법이다. 중국은 미국의 301조에 따른 조사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 5곳에 대한 제재를 가했다.
APEC 정상회의 기간 중에는 엔비디아가 최신 GPU 블랙웰 26만장을 한국에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 정부, 삼성, SK그룹, 현대차그룹에 5만개를 공급하고 네이버클라우드에 6만개를 도입할 예정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자동차·기아와 현대차그룹 소프트웨어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 등이 자동차 관세 협상이 타결과 엔비디아 최신 GPU 공급을 통해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 조선업에서는 한화오션이 미중 갈등 완화에 따른 해제로 간접적인 수혜 가능성이 거론된다.
◆ 현대차·기아 최대 수혜…현대오토에버도 GPU 공급 수혜
현대차·기아는 APEC 정상회의 결과 최대 수혜 업체로 평가된다. 관세 인하로 실적 개선이 가능해졌고 엔비디아의 약속으로 대규모 GPU도 확보하게 됐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미국 관세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2% 감소한 2조5,37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아의 영업이익도 미국 관세 영향으로 49.2% 감소한 1조4,622억원을 기록했다.
김광식 교보증권 연구원은 “관세가 25%에서 15%로 내려오면서 가장 명백하게 수혜 본 업체가 현대차·기아라는거에 대해서는 반박의 여지가 없다”며 “자동차 업체 중 테슬라 다음으로 GPU를 많이 확보한 업체라는 거에도 부정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의 GPU 공급의 경우 현대차그룹 소프트웨어 전문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가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평가된다. 현대오토에버는 차량 SW, 내비게이션, 클라우드, 스마트팩토리, 엔터프라이즈 IT 등 GPU를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광식 연구원은 “GPU를 활용할거면 자율주행이나 피지컬 AI에 대한 데이터를 고도화해야하는데 현대차가 아직까지는 뚜렷하게 보여준 적이 없다”면서도 “현대오토에버 같은 클라우드나 GPU 클러스터를 직접 운영하고 구축해 사업을 할 수 있는 업체에게는 엄청 큰 수혜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 한화오션, 중국 제재 해제 가능성에 부분적 수혜
한화오션은 미중 갈등 완화에 따른 미국 자회사 중국 제재 해제 가능성과 한미 관세협상 타결에 따른 마스가 프로젝트 금융투자 합의 등에 부분적인 수혜를 볼 것으로 평가된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과의 협상도 어느정도 타결돼 항만수수료 부과 1년 유예 협상도 나왔기에 해상 물동량이 증가하고 이것저것 반영되면 간접적으로 수혜가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APEC을 계기로 미국이 승인한 핵추진 잠수함의 경우 당장 한화오션에 직접적인 수혜가 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해당 잠수함을 건조하기까지 해결해야할 선결 조건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지시간 29일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한국이 기존 구식 디젤 추진 잠수함이 아닌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핵잠수함 건조 장소로는 한화오션이 인수한 미국 필리 조선소를 지목했다.
한승한 연구원은 “트럼프가 핵추진 잠수함을 필리 조선소에 만들거라고 말을 했지만 필리 조선소에는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는 설비와 인력이 없다”며 “미국에서도 핵 잠수함 만드는데 한 척당 10년 이상 걸리기에 지금 당장 이걸 수혜라고 논하기에는 너무 이르고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 자동차·조선 업계, 시장 기대감 반영해 주가 상승세
주식시장에서는 자동차와 조선 업계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3일 종가는 29만1,500원으로 전일 대비 0.52% 상승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의 종가는 10.57% 오른 22만5,000원을 기록했다. 한화오션의 종가는 0.87% 오른 13만8,8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해당 업체들에 수혜가 발생했지만 현대차그룹의 경우 향후 시장 환경 변화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김광식 연구원은 “유럽이나 인도에서 경쟁이 과열되고 있기에 현대차·기아가 M/S(시장점유율)를 확보하거나 인센티브를 줄이는 모습을 보여줘야 될 것”이라며 “미국에서도 최근 인센티브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는데 이것도 M/S나 인센티브를 억누르는 모습을 선제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한화오션의 경우 기존 제재 영향이 미미했던 만큼 미중 갈등 완화에 따른 제재 해제 영향에 따른 수혜 가능성도 제한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장기적으로는 마스가 프로젝트에 의한 수혜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승한 연구원은 “중국 상무부에서 제재를 걸었을 때도 업계에서는 한화오션 미국 법인들이 중국과 거래가 거의 없어 실질적인 제재 영향이 없다 판단했다”며 “제재가 풀렸다고 한화오션 미국 법인들에 큰 수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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