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웨어러블 무동력 착용 로봇 첫 공개

현대자동차·기아가 무동력 착용 로봇을 처음으로 공개하며 웨어러블 시장에 도전한다.

현대자동차·기아는 27일 착용 로봇 ‘엑스블 숄더’를 최초 공개하고 사업화 계획을 발표했다. 발표는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개최한 ‘웨어러블 로봇 테크데이’에서 이뤄졌다.

엑스블 숄더는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의 자체 기술로 개발한 산업용 착용 로봇이다. 산업 현장에서 팔을 위로 올려하는 작업에 활용돼 사용자의 근골격계 부담을 줄여준다. 엑스블 제품군 중에서는 처음으로 공식 판매를 시작한다.

현대차·기아는 엑스블 숄더를 자동차 산업에 더해 건설, 조선, 항공, 농업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국내 출시 후에는 해외지역까지 판매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여기에 무거운 짐을 들 때 허리를 보조해주는 산업용 착용 로봇 ‘엑스블 웨이스트’와 보행 약자의 재활을 위한 의료용 착용 로봇 ‘엑스블 멕스’ 개발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장 현동진 상무는 “엑스블 숄더는 현장 근로자들의 피드백과 로보틱스랩의 기술을 융합해 개발한 착용 로봇”이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착용 로봇의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제품군 개발과 보급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엑스블 숄더, 충전 불필요 ‘근력 보상 모듈’ 적용해 보조력 생성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은 2018년에 산업용 착용 로봇 연구를 시작해 2022년부터 시제품을 활용해 현대차·기아 국내외 생산 공장에 시범 적용했다. 엑스블 숄더는 300여명에 달하는 현장 작업자들로부터 요구사항을 청취해 반영한 결과물이다.

엑스블 숄더는 무동력 토크로 설계돼 가볍고 별도 충전할 필요가 없다는 특징을 가진다. 이에 더해 전동 시스템을 대신한 ‘근력 보상 모듈’을 적용해 보조력을 생성한다. 해당 모듈은 크랭크 축, 인장 스프링, 축과 스프링 사이를 연결하는 ‘멀티링크’로 구성된다.

근력 보상 모듈이 작동하면 모듈 내부의 인장 스프링에서 방출된 탄성에너지가 멀티링크를 거쳐 크랭크 축에 ‘회전력’ 형태로 전달된다. 생성된 회전력은 사용자의 상완 근력을 보조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의 어깨 관절 부하와 전측방 삼각근 활성도를 최대 60%와 30% 경감할 수 있다.

링크의 길이와 결합 위치를 조정해 작업 환경별 맞춤 보조력을 생성할 수도 있다. 현대차·기아는 현재 해당 멀티링크 기술에 대한 특허를 보유 중이다.

이에 더해 엑스블 숄더는 고성능 차량에 사용되는 ‘탄소 복합 소재’와 ‘내마모성 소재’ 적용으로 알루미늄 소재 대비 3.3배의 강성과 40% 줄어든 중량을 확보했다.

팔 받침 등 사용자 몸에 직접 닿는 부분은 차량의 크래시 패드에 쓰이는 ‘내충격성 소재’를 활용했다.

제품의 무게는 약 1.9kg으로 착용자의 신체 조건에 따라 사이즈를 선택할 수 있다. 본체 길이는 406㎜부터 446㎜까지 직접 조정할 수 있다.

제품을 착용할 경우 어깨 관절을 굽히고 펴는 각도는 0도에서 180도까지로 구현했다. 팔을 내리거나 앉아서 휴식을 취할 경우 착용자의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다. 모듈화된 본체와 착용부는 탈착이 가능하다.

라인업은 ‘기본형’과 ‘조절형’의 두 가지다. 기본형은 자세가 고정되지 않고 계속 변하는 작업에서 범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사용자에게 최대 2.9kgf의 보조력을 제공한다. 조절형은 동일 자세를 반복하는 작업에서 활용된다. 최대 회전력을 얻을 수 있는 각도인 75도부터 120도까지를 사용자가 직접 조정할 수 있고 최대 3.7kgf의 보조력을 제공 받는다.

내구성에 대한 검증도 이뤄졌다. 로보틱스랩은 엑스블 숄더에 자동차 내구성 평가 기준을 접목해 3개월 단위로 60만회 이상의 가속 내구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시험 중 매 횟수마다 회전력 변화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품질 변화 양상을 점검 중이다. 출시 이후에도 고품질을 유지하도록 지속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 관절로보틱스팀 윤주영 팀장은 “엑스블 숄더의 성능과 품질을 지속 향상시키고 더 나아가 사용자를 편리하게 해주는 다양한 착용 로봇 제품 개발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 현대차·기아, 엑스블 숄더 통해 웨어러블 로봇 시장 진출…2026년 해외 판매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은 엑스블 숄더의 사업화 계획도 구체화했다. 글로벌 웨어러블 로봇 시장 규모는 올해 24억달러에서 2033년 136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웨어러블 로봇 수요는 제조업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증가하고 있다.

이에 현대차·기아는 성장 중인 웨어러블 로봇 시장에 진출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생산 부문에 엑스블 숄더를 우선 공급할 계획이다. 이후 2025년까지 현대차그룹 27개 계열사에 더해 건설, 조선, 항공, 농업 등 여러 분야의 타기업까지 판매처를 확대한다. 2026년에는 국내 판매 경험을 바탕으로 한 해외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한다. 제품은 내년 상반기 중 순차적으로 출고한다.

구매 희망 기업에게는 ‘엑스블 숄더 통합 컨설팅’을 제공한다. 데이터에 기반해 엑스블 숄더 도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모션센서 활용, 작업자의 실제 동작 측정, 인체모델 동역학 분석으로 작업 중 근육과 관절의 부하를 수치화해 제시한다. 엑스블 숄더 적용시 부하 경감 정도를 나타내는 평가지표 등도 제공한다.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 로보틱스사업1팀 김영훈 팀장은 “향후 산업용 웨어러블 로봇 제품군을 보다 확대하고 AI 기술을 접목시킨 다양한 산업 안전 솔루션을 선보여 웨어러블 로봇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은 6월부터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팩토리얼 성수’ 빌딩에 자체 기술인 딜리버리 로봇, 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 첨단 안면 인식 등을 활용한 서비스를 시작했다. 로보틱스랩은 제품군을 확장하고 ‘로보틱스 토탈 솔루션’ 구축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